와드좀사라 [584834] · MS 2015 · 쪽지

2015-07-31 00:26:47
조회수 1,240

수능 국어 시험 굉장히 좋은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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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도 안되긴 합니다. 시인의 의도를 내가 어떻게 알아요. 작가가 글 쓸 때 무슨 생각이었을지 니가 압니까? 내가 압니까?


그리고 시를 마음으로 읽는 법보다는 최대한 보편적으로 읽는 법부터 가르치니까 창의력도 제한되고요.

하지만 수능 국어 준비하면서 한국 문학에 대해서 대충이라도 접해보고, 하다못해 이름이라도 들어보잖아요. 그게 어딘가요.



저는 난생 처음 '문학'이라는 장르를 수능 국어시험으로 접했습니다.

그 전에는 읽는 소설이라곤 해리포터... 나는 널 왜 사랑하는가... 이런 류의 말그대로 '소설' 만 읽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정말 '문학' 이라는 것은 좀 다르잖아요. 게다가 한국의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작품들은 더더욱더 당시 시대상을 모르면 이해하기가 힘들고요 (가령 1988년 서울 겨울 이었나? 김군 파리를 사랑하나요? 이런 작품 같은거...)

게다가 시는 정말 문외한이었어요.

읽어도 뭐가 뭔지... 한국어라 읽을 수도 있겠고 대략 이해는 가는데 사실적인 부분에서만 이해가 가지 이게 무슨 문학이라는건지... 시의 의도가 무엇인지.. 전혀 이해가 안가고 당연히 시를 읽고 감동하는 일도 없었죠.



시라는 장르를 이해하게 된 것도 수능 국어 공부를 통해서 가능했어요.

관련 강의를 듣고, 문제를 풀고 분석하는 연습을 일년 넘게 했으니까 가능했지 이런 수능 유형이 아니었으면 정말 제 평생 시를 읽고 감동을 받는 일은 없었을지도 몰라요.

미국의 기능적인 시험만 보는 영어 SAT 시험 같은 것보다 더 질높은 공부를 할 수 있고 교양적인 부분이나 이해력, 사고력 부분에 있어서도 더 좋은 교육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비문학도 그래요. 저는 문과여서.... 개인적으로는 이과 지문이 제일 힘들었는데요

이과 공부를 안한만큼 부족한 상식들이 너무 많은데 비문학 지문으로 이렇게라도 접해보지 않으면 언제 또 이런 지식을 접해볼까 싶어요.

물론 살면서 과학 관련 칼럼 하나는 읽어볼 수 있겠지만... 지금 수능 지문 읽는 것만으로도 힘들어하는 제가 과연 나이를 먹고 신문 기사로 쓰인 그런 글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생소한 분야에 대한 정보 전달 글들을 열심히 읽어보고, 그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훈련한 결과가 제 삶을 더 다양하고 윤택하게 만들어줄 거라는 확신이 들어요.

우리나라 교육 제도가 아무리 욕을 먹고 있을지언정 수능이라는 시험 자체는 결코 나쁜 시험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아직도 전세계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 이렇게 많은 양의 공부를 해야 하는 고등학생은 드물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가중 될 수 있겠지만 이거도 차차 해결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수능도 점점 더 쉬워지고 초중딩들은 내신 시험 횟수도 줄이고 사탐이나 과탐은 아예 과목이 하나 줄어들은 거라면서요.



올해에도 분명히 수능 치르고 자살하는 아이 소식은 들려올 겁니다.

뉴스를 보고 우리는 또 절망할테지만 그 주인공이 나, 혹은 내 주변인이 아니라는 것에 비겁한 안도감을 느낄테고요.

하지만 수능 시험 자체를 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취지나 방향은 참 좋고, 잘 만들어지는 시험이에요.

얼른 교육 과정 개편을 통해서 시험 범위가 좀더 줄어들고, 사회적인 개혁을 통해서 경쟁적인 사회문화가 개선된다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욕먹을거는 수능 시험이 아니라 다른 부분이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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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대순떡볶이 · 569878 · 15/07/31 00:30 · MS 2015

    수능문학이 딱히 감상능력이랑은 상관없지않아요? ㅋㅋ 되게 기계적인거 같은데..

  • 와드좀사라 · 584834 · 15/07/31 00:47 · MS 2015

    저는 딱 기본적인 감상능력을 가르치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저는 그마저도 없었기 때문에 좋은 공부가 되었지만 국어 국문학을 전공해서 시 한편으로 논문을 쓸 수 있는 창의성은 길러주지를 않기는 하죠....

  • Zeadmau5 · 584282 · 15/07/31 00:32 · MS 2015

    개인적으로 국어에서 문학은 따로 분리해서 에세이 시험으로 바꿨으면 함. 이건 문학이 아니라 수학임...

  • 슈퍼짱짱판타스틱보이123 · 518951 · 15/07/31 00:49

    수능문학은 사실 말만 문학이지 그냥 정보를 얼마나 잘 처리하고 얼마나 사실적 판단을 잘 하느냐를 묻는 비문학이랑 거의 흡사한것같아요..

  • 원서읽는 Sam · 520643 · 15/07/31 01:08 · MS 2014

    해리포터면 충분하죠. 문학의 끝판왕임.

    개화기 이후 한국 문학 매출액+부가가치 총합<< <넘사벽<< 해리포터 프랜차이즈

  • 와드좀사라 · 584834 · 15/07/31 11:51 · MS 2015

    어.. 음.... 물론 경제적인 면에서는 당연히 그렇지만 문학적인 가치 측면에서 보면 또 다르겠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