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129 교직일기) 첫해를 정리하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61704998
엊그제 2023학년도 임용 합격자 발표가 나왔다.
알고 지내던 몇몇 후배들이 임용을 봤는데, 절반은 떨어지고 절반은 붙었다.
전국 경쟁률이 2.24대 1이었으니 얼추 경쟁률과 비슷하게 붙고 떨어진 셈이다.
그날 하루동안 붙은 친구에게는 축하를, 떨어진 친구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건네며 하루를 보냈다.
---------------------------
6월 이후로 한동안 교직일기를 쓰지 못했다.
바빠서인것도 있지만, 쓸 내용이 그닥 많지 않기도 했고 내용을 잘못 적었다간 학생이 특정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누군가는 교대를 진학 해야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것 같아 한 해 동안의 소감을 적어보고자 한다.
-----------------------------
많은 사람들이 교사가 하는 일 하면 떠올리는 게 수업일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1주에 20~23시간을 수업을 하며 근무시간의 과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교사에게 어떤 고민이 있다면 그 고민 중 가장 큰 고민은 수업이 아니라 학생 생활지도 및 학부모 상담이 절대적으로 클 것이다.
-----------------------------
대부분의 아이들(약 80~90%)은 교사의 말을 잘 듣고 나름대로 공부도 적당히는 한다.
하지만 말 안듣는 10~20% 아이들이 있고, 이 10~20%의 아이들이 교사를 절대적으로 힘들게 한다.
그중에서도 한 학년에 한 두명 내지는 각반에 한명정도로 정말 유별나게 안듣는 아이들이 있고
그 아이들(이하 VIP라고 칭한다)은 단순히 힘들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교사의 병가, 병휴직을 통해 담임교체를 이끌어내고 학부모까지 진상이면 법정싸움에 휘말리기도 한다.
-----------------------------
VIP들의 행동은 상상을 초월한다.
학교내에서 다른 친구들을 때리거나, 다른 학생을 욕하고, 싸움을 유도하여 학교폭력으로 번지는 일이 정말 많다. 그러면 그 VIP에게 피해를 당한 학생 학부모는 학교로 전화를 하여 불만을 쏟아내고 교사는 그걸 다 받아줘야 한다. 그렇다고 VIP를 지도하자니 지도가 먹히지도 않을 뿐더러, 교사의 지도에 대해서 네네 하고 끝나는게 아니라 "하... 어이가 없네" 이런 말을 하거나, "씨X"이라며 선생 면전에 대고 욕을 박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또는 피해망상이 있는 VIP도 있다. 오히려 이 경우 앞의 케이스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학생 간 장난에 대해 뜬금없이 학폭위를 거는 일도 발생하고, 교사가 문제 행동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지도를 하면 자기가 억울하고 위협을 느꼈다며 교육청에 신고하거나, 아동학대로 민형사상 고소를 하기도 한다.
---------------------------
아동학대 고소에 대해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신체적 학대, 정서학대 등이 있는데 신체적 학대는 체벌 안하면 걸릴 일이 없다.
하지만 정서학대는 범위가 굉장히 넓어서 아동이 위협을 느꼈다 이렇게만 진술해도 아동학대로 충분히 걸릴 수 있다.
따로 불러서 조곤조곤 이야기 했을 뿐인데도(위협 협박 욕설 이런거 당연히 없다) 단어 하나에, 어미 하나에 꼬투리 잡아서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오죽하면 최근에 교사들 사이에서 도는 이야기가 "교사 정년은 내가 정하는게 아니라 VIP랑 그 학부모가 정하는거다" 이런 말이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VIP를 냅두면 계속 사고를 치고 다니거나, 그 행동을 다른 정상적인 학생들이 배워서 교실붕괴로 이어질 확률이 거의 100%에 수렴한다.
---------------------------
교사가 학생의 문제행동에 대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하지마!" 이 말을 고함지르듯이 해도 잘못걸리면 아동학대에 걸릴 수 있다.
조용히 타이르다가 안되면 포기하고, 그냥 교실붕괴 오게 냅두라는 정치교육감님들의 큰 뜻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학부모에게 이야기하자니 보통 학생에게 문제가 있으면 학부모도 그 애를 감싸고 도는 경우가 더 많다.
(애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지만, 체감상 감싸고 도는 학부모가 더 많은 것 같다.)
결국 그 피해는 다른 선량한 학생들에게 돌아가며 극소수의 VIP들만 살판나는 것이다.
--------------------------
평소 교직일기와는 달리 분량이 굉장히 길어졌다.
지금 맡고 있는 학급에도 VIP가 있었고 특히 2학기에 그 vip때문에 정말 힘들었다.
수업일수는 약 9일정도 남아있는 상태고 며칠 안남았지만 VIP를 만나는 그 하루하루가 너무 힘이 든다.
-------------------------
엊그제 임용 합격자 발표일에 공군 3월 입대 최종 합격 발표가 나왔다.
공군 특기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많기는 하지만 일단 잠시 교직을 떠날 시기가 온 것 같다.
VIP때문에 제일 힘들 때 떠나는 게 좋다 이런 말이 있는데 지금이 그 시기인 것 같기도 하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수2 문제 풀 때 조건들 차곡차곡 정리하면서 풀이 정갈하게 쓰며 맞추면 겁나...
-
시상 : 녹지않은 얼음 쓴다했는데 많이 늦었네요..
-
셔츠하면 그 카라있고 단추달린것만 셔츠라고하는거임 아님 단추없이 걍 티도 셔츠라함???
-
뭐 좀 살려고 검색하면 10에 7할이 이미 "거래완료"된 제품들이 많은데, 이미...
-
근데 지방의료를 살리려면 인풋보다 아웃풋을 조절해야 하는거 아닌가 1
예를 들어 전라도에 있는 의대가 호남 학생들 위주로 선발한다 해도 걔들이 졸업하고...
-
아 똥마려 0
응가
-
필수의료부분 전문의분들께선 정년까지 개원 못하시지 않나요? 의대 증원안 터지고 가장...
-
물2랑 수학은 어느정도 정리가 됐습니당
-
. 0
승헌쓰 재밌당 군대 가고 나서 어.. 군대 가네 이러고 끝났는데 요즘 다시 나타남...
-
80%를 호남 내에서 선발ㅋㅋㅋ
-
25에 1500 26에 2000이면 진짜 만명 증원 그게 현실화 되는거임? 의대증원...
-
이거 3번선지 까다롭다고 생각되는데 답은 ㅁ번이 명확해서 넘어갈 순 있음 3번...
-
21세기 사회에 공매도 기록을 전산이 아니라 수기로 기록한다면 믿으시겠나요?...
-
서울대 CC 0
전사고 4점대 중후반인데 1학년 때 정신놔서 7,8,9 섞여있는데 cc 확정인가
-
(속보) 찌라시로 돈다는 의대 2000명 법원 제출용 근거 3
전공의들 다 죽어서 더 뽑아야됨 지금도 계속 죽어가는 중 ㅋㅋ...
-
. 0
그니까 내가 눈을 감고 다리를 만져가지고 이게 꺼칠꺼칠하면 이게 코끼리는 아니잖니...
-
국민의집 이런거 하려다 말아서 그냥 경기북도라 부를듯
-
임정환쌤 커리랑 현돌커리를 어떻게 적절히 섞어야할지 모르겠네요....
-
뉴런을 또 사고 싶어지는데여
-
드릴5 수2 수1 하고 있고 이정도 수준이 딱 할만한 거 같아요 미적은 뉴런 듣고...
-
우리학교도 비평준화 하위권 좆반고맞는디 왤케 시험 난이도가 올라갔을까.. 작년 거...
-
중국어 논문 이미지 하나하나씩 다 잘라가면서 번역기 돌렸는데 알고보니 한국어로 뒤에 요약본있었음
-
강남대 실제로 봤는데, 저게. 대학???? 아니,,, 걍 상가아님???? 이라고...
-
다시 입시 방향 바뀔것같은데 ㅋㅋ
-
개살기싫어지는 이름이네
-
나 폰보니 V3가 여지껏 안깔려있었음,,, 아니,,, 한국사람이 김치먹는것마냥...
-
진짜인진 모르는데 서울대 본고사에 청산별곡 첫문단과 둘째문단 '얄리얄리 얄랑셩...
-
가족 걸라던 사람 근황 17
마지막이길 기대한 내가 바보지ㅋㅋㅋㄱㅋㅋㅋ 이제 진짜 차단하고 무시해야겠다 + 이름...
-
플레이스토어에서 폰 화면 자동으로 꺼지는 그런 어플받았는데, 어플 후기를 보니까...
-
나중에 실모시즌되면 풀어봐야겠다
-
설대 빼고 26-28부터 시작인거 맞죠?? ㅈ반고 내신 7.0인데 식겁함
-
뭐 틀어놓고 자는데 이게 아침에 깰때까지 켜있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데 자동으로 폰...
-
빵ㅋㅋ 3
-
수학 실모 추천 7
100일 쯤 남았을 때부터 수학 1일 1실모 하려합니다 생각 중인 건 히카, 킬캠,...
-
내가 하는 건 아니긴 해.. 파파고 만세!! 없었으면 진작에 런칠뻔했어
-
아님 변함없이 그대로 정시로 가나...?
-
고대 처럼 정시 100 전형도 있고 내신 반영하는 전형도 있는거임? 아님 설대처럼 무조건 반영임?
-
ㅋㅋㅋㅋㅋ
-
홍대 자퇴 0
하고 반수할 생각인데 홍대가 재입학 잘 받아준다 하긴했는데 불안하긴하네..
-
교수님:2인 1조 활동이니까 개인적으로 친구랑 같이 해오세요 10
아. 걍 주작해야지 친구가 없으니까
-
아들이 세종에 있는 지방대를 다니는데 반수를 하고싶어 합니다. 집이 수원인데 통학도...
-
작수 확통5등급이고 올해 3월모의고사 4등급 나온 확통러입니다. 주변 공부잘하는...
-
학교에 돈좀 생기는거 기대해봐도 되나 다군원서비..
-
평누도 0
이지랄 ㅋㅋㅋㅋ
-
전국 32개 의대 모두 모집인원 확정…1천550명 안팎(종합2보) 1
의대 증원 심의 곧 착수…법원 요구 '2천명 증원 근거자료' 준비 "5월 중순 전...
-
이제 뉴런 듣고 있는데요 시냅스는 너무 띰 하나 당 문제가 적어서요 기출은 했는데...
-
'누리'는 고대국어 어형으로 추정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0
'세상'의 고유어 '누리'는 사실 중세국어에선 '뉘(상성)'로 쓰였는데 차자 표기,...
-
하루 언매 공부량 댓글점적어주삼 1주일 평균 언매공부량 잡아주셔도 조아유
아동이 위협을 느꼈다는 이유로도 고소가 되는 게 이상하네요 그게 고소가 진짜 돼요? 그리고 저희언니 친구도 초등교사인데 오히려 애들이 선생님을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선생님 사랑한다고 그림 그려서 편지도 써준다는데... 그래서 이런 글 볼 때마다 이게 맞나 싶어요ㅜㅜ
정서학대의 범위가 굉장히 넓어요.. 검찰 송치 내지는 기소까지 안 가고 경찰선에서 불송치가 뜨더라도 최소한 몇달동안 수임료 수백 써가면서 변호사 끼고 경찰서 들락날락 거려야 하는게 달가운 일은 아니죠. 그 과정에서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가면 일단 직무정지 상태가 됩니다.
작년여름부터 말씀드리고 있지만 그 언니 친구분 케이스는 교사가 정말 천직이거나 or 운이 정말 좋아서 VIP를 안만났거나 그런 경우입니다. 제 동기들이나 학교 내에서 젊은 선생님들 이야기 들어보면 그렇게 만족하는 케이스는 소수이고 이직하고싶다, 병가내고싶다 이런 경우가 압도적으로 더 많더라구요.
저희 부모님은 다행히 막 경찰이랑 엮인적은 없긴 한데
피곤한 애들은 참 많은듯요...
그래도 목동이라 괜찮은가싶기도하고...
하 ㅜㅜㅜ vip 걱정되네..
ㅠㅠㅠㅠ 막막하네요..
안녕하세요 초등 임용을 준비하고 있는 교대 4학년 학생입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아 조언을 얻고 싶은데 쪽지 드려도 괜찮을까요?
네 쪽지주셔요 :)
쪽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전에 글에 댓글 달아주셔서 열심히 고민하고 임고도 쳤지만(마지막 한달은 정말 정줄 놔서 공부도 안했네요...), 결국 떨어지고 여전히 고민중입니다. 그때 여러가지 조언해주시고 현실적인 얘기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임고 치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실 동기부여가 안되면 안그래도 힘든 공부 정말 힘들죠. 저도 비슷하게 동기부여 안돼서 초수에 공부 별로 안했고 떨어졌어요. 일단 푹 쉬시고 천천히 고민해보시길,,,
저는 22학번이구 올해 2학년 올라가는데
올해 교대 4학년(20학번이겠죠?) 선배들은 경쟁률이 2.2정도였던 18,19학번 선배들에 비해 임용상황이 많이 안좋아질까요? 올해 선배들 경쟁률보고 런할지 말지 결정해보고싶네요…
듣기로는 저희 교대 20학번 선배들도 임용상황이 안좋아서 1학년때에 비해 반수 등으로 탈주하신 분들이 적지는 않다고 들었는데 22학번인 저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견 여쭙고 싶습니다
20학번 티오가 어찌나올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19학번도 거의 2점대 후반까진 간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는데 티오 몇백 더나오고 코로나 이후 탈주하신분들 많아서 생각보단 나쁘지 않았네요. 22학번 임용 역시나 21이후 상황을 봐야 알 것 같습니다..(다만 저출산 등의 문제를 볼 때 좋아질거라고 보긴 매우 어려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