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bi조선생 [112180] · MS 2005 · 쪽지

2015-03-23 16: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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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활 이야기] 양을 줄여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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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선생입니다.


수능이 234일 남았네요.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미 한번 겪어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금방 지나가는 시간입니다.


시간에 쫓기지는 마시되, 여유를 즐기지도 맙시다.


오늘은 좀 더 큰 그림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많은 분들이 오답노트도 만들고, 사탐 개념을 단권화하는 등

공부할 것들을 "정리"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쏟고 계실 것 같습니다.


저는 특히나 병적으로(...) 정리에 집착하던 사람이라서, 여기에 시간을 엄청나게 썼습니다.

오답노트도 깔끔하게 만들고, 여기저기서 생소한 개념이나 정의들을 모아서 백과사전 만들듯이

사탐 단권화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무려 4과목이나 응시했었으니, 엄청난 시간을 낭비하곤 했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김상중 아저씨 톤으로 읽어주세요)

과연 이게 잘 하는 짓이었을까, 하면... 지금 와서 하는 생각이지만, 어리석은 일이었습니다.


수험생활 때 만든 오답노트를 나중에 출판하실 생각이 있으시거나,

수능 대비에 필요한 모든 내용을 담은 "절대노트"를 만들 생각이 있으신 게 아니라면,

오답노트나 단권화에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정말 중요한 내용만 담아야 합니다.


오히려 우리는, 공부할 내용을 점차 "줄여나가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공부를 덜 하라는 게 아니라, "다시 봐야 할 텍스트의 양"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열심히 오답노트를 만들었습니다.

9월, 10월쯤 되니 양도 엄청나게 늘어나더라구요. (뭘 그렇게 많이도 틀렸는지...)

보고 있으면 뿌듯했습니다. 깔끔하고 이쁘게 잘 만들기도 했었고.

그런데.

그 뿐이었습니다.


양이 많으니, 다시 볼 엄두가 안 나더라구요.


사탐도 마찬가지입니다. 필기 열심히 하고, 포스트잇 붙이고, 사진 오려 붙이고 해 놨는데

시험이 다가오니까, 훑어보면서 마무리할 만한 교재가 아닌 "백과사전"이 되어 있었습니다.

나중에 다시 보려고 정리해 둔 건데, 다시 볼 때가 되니까 오히려 볼 수가 없게 되어 버린 겁니다.


수업시간에 제가 수능준비와 관련해서 강조하는 게 두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EBS 교재가 나오는 속도에 따라잡히지 말라는 점.

두 번째는, 오답노트를 만들되, 너무 자세하게 만들지 말라는 점입니다.


둘 다 사실 같은 맥락입니다.

EBS 교재에게 진도가 따라잡히면, 점차 공부해야 할 양이 늘어나고, 결국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오답노트, 단권화작업 역시... 너무 많은 것들을 담아놓으면, 정작 필요할 때 꺼내서 보기 힘듭니다.


제 오답노트는 지금도 그냥 감상용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가끔씩 보면 뿌듯해요 ㅋㅋㅋ

작년엔 오르비 독재팀에서 한 6개월 굴러다니다가, 다시 제 손에 돌아왔습니다.

(사진을 넣어보려고 했는데, 업로드가 잘 안 되어서 포기했습니다 ㅋㅋㅋ)


여러분, "감상용" 오답노트를 만들지 마세요.

정말, 꼭 봐야 할 내용만 담은,

시험 직전에 꼭 보고 들어갈 만한 오답노트를 만드시기 바랍니다.


다시 봐야 할 텍스트의 양을 줄이세요. 다시 볼 시간이 없을 겁니다.

오늘 공부한 내용은 가능한 한 미루지 말고, 머리 속에 다 넣으시기 바랍니다.


칼럼으로 이어가려는 생각은 없었는데, 어찌 하다 보니 이어서 글을 쓰게 되었네요.

모쪼록, 이 글을 읽는 데에 쓰신 시간이 아까워지지 않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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