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th [543246] · MS 2014 · 쪽지

2015-01-19 19:4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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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 있어”-재수학원에서의 인간관계 관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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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에 연경에 논술전형으로 합격한 오르비언입니다. 지금 쪽지들을 보면 재수에 대해 여러 가지 궁금증을 말씀해 주시는데, 학업 관련 질문도 많고 생활 관련 질문도 많은데 유독 인간관계 관리에 대해선 안 물어보시더라고요.
재수학원에선 학교와 달리 공부 이외의 활동이 많이 제한되기 때문에, 한 번 친구관계가 틀어지면 회복하는데 시간낭비, 신경 낭비, 돈 낭비(매점에서 뭐라도 사줘야죠)로 공부를 원활히 하는 데 지장을 줍니다. 때문에 서로 싸우지 않고 수능 날 까지 잘 지내는 건 재수 성공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재수 성공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팁을 드리고 싶습니다.

1. 내가 양보하자. 화내면 내 손해

상황-내 샤프심을 어떤 놈이 계속 쓰고 있다

A : 야 XX! 어떤 XX가 내 샤프심 썼냐 어제 샀는데 왜 벌써 없어
B : 아 왜 샴푸가지고 지X이냐 시끄럽다 나 피곤함
A : 아니 XX 쫌 내가 쓰지 말라면 쓰지 말라고
B : 아니 XX내가 썼냐고 왜 X랄인데 시끄럽고 좀 조용히 좀 해라 진짜
A : 아니 X발 야 (  인신공격  )
B : (              욕                          설              )

대략 이런 흐름으로, 샤프심 하나로 반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샤프심 하나로 저렇게 될 리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있으실 겁니다. 그러나 한정된 용돈으로 사는 재수생들에게 격심한 샤프심 소모로 인한 매점 이용 차질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극도로 쪼잔해진 기숙생들에겐 샤프심 하나의 행방은 사활을 걸고 밝혀낼 중차대한 사항일 수 있는 겁니다. 상황 원천봉쇄를 위해, 남의 물건은 반드시 양해를 얻고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다른 친구가 내 껄 쓰더라도 화내지 않는 겁니다. 쿨하게 넘기세요. 냉정하게 생각하세요. 그깟 샤프심이 무슨 대숩니까. 그거 신경  다가 비싼 학원비 내고 시간  날리는 게 더 아깝죠. 절대 화내지 마십시오. 화내면 자기만 손해입니다.
이걸 머리론 알아도 그 상황에서 냉정해지기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 쓰는 마법의 주문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속으로 딱 한마디만 하십시오. ‘그럴 수 있어’ 이거 진짜 아무것도 아닌 거 같죠. 신기하게도, 이 말을 하자마자 에이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갈 수 있다니까요!!
저도 이걸 학원 다닐 때 학원 선생님께 배웠는데요, 제 반 담임선생님은 아니셨지만 그분은 진짜 생활관리의 신이신듯...지금은 1반 담임선생님 하고 계시더라고요 ㅎㅎ



2. 남의 모의고사 점수를 궁금해하지 말자


상황-모의고사 본 직후

A : 하... 망함....
B : 망했음? 국어? 국어 개어려웠지 않냐?? 나도 개망함ㅋㅋㅋ니 몇점인데?
A : 하... 진짜... 2개틀림... 심지어 한 갠 3점 짜리다ㅠㅠ
B : XX아

모의고사 점수는 동점이 아닌 이상 낮은 쪽이 상처받습니다. 아무리 궁금해도 안 물어보는 게 상책입니다. 모의고사 점수가 수능 점수도 아니고, 저도 수능 때 1년 동안 본 모든 모의고사보다 점수가 잘나왔습니다. 남이 100점을 맞든 5050을 찍든 신경 쓰지 마세요. 재수는 자신과의 싸움이고 옆의 친구는 그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을 도와줄 전우입니다. 친구가 나보다 잘봤다? 못봤다? 무조건 칭찬!! 낮간지러워도 칭찬!! 친구가 징그럽다고 진심으로 싫어해도 일단 칭찬일색!!

3. 빠른 관계 회복은 빠른 공부 페이스 회복을 담보한다.


상황-싸우고 나서

모든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싸우는 경우가 있을 겁니다. 어쩔 수 없지요. 스트레스가 조절한다고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게 싸워버렸을 때는 빠른 관계회복을 도모해야 합니다. 재수기간이 아닐 때는 싸우고 나서 일, 이주일 후에 다시 자연스럽게 관계가 회복될 수 있습니다. 서로 얼굴 안 보고 마음속에서 용서할 수 있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학원에선, 미우나 고우나 대부분의 시간을 항상 함께 생활하다보니 한 번 싸우면 계기 없이 관계 회복하기가 어렵습니다. 둘이 계속 냉전 상태에 있으면 본인들 재수생활 망치는 건 물론이요 반 전체 분위기 다 망치면서 아수라장 만드는 겁니다. 확실히 말해, 민폐입니다. 그렇기 떄문에 이럴 땐 같은 반 친구들이 도와줘야 됩니다. 본인들은 자존심 싸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친구들이 화해도 주선하고, 분위기를 개선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다 나 잘되자고 하는 일이라 생각해 주세요.

위에서 학생으로서 학원에서 인간관계 유지에 필요한 여러 팁들을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공부에 집중해야 되는 학생이 인간관계에 신경 쓰느라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도 본말전도고, 특히 마지막 화해 주선 같은 건 둘이 얘기라도 하자고 하면 시간을 엄청 잡아먹게 됩니다.
학원에서 인간관계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분은 바로 담임선생님이십니다. 저희 학원은 반마다 생활 관리 담임 선생님이 따로 계셨는데,  매일매일 학생들과 상담 하시면서 일일학습 기록장(일기같이 하루 코멘트를 쓸 수 있었거든요)을 보시면서 반 분위기를 항상 점검하셨습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시는 학원에선 학생들이 담임선생님께 우회적으로(반 분위기 이상하다고 직구 날리면 안되요!! 최악의 경우 둘이 불려가서 혼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모든 것이 끝나는 거에요) 분위기 개선을 부탁드려야 합니다. 제일 그런 거 잘 하는 학생이 총대 메고 가서 아 우리 반에 혹시 많이 힘들어 하는 애가 있나? 정도 생각하시게 해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반 분위기에 관심을 가지시게 되고, 누가 싸운 거 같다는 것도 눈치 채실 수 있을 겁니다. 학생이 와서 누구누구 싸웠어요 말하는 것과 선생님이 발견하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후자는 싸우긴 했지만 애들이 직접 선생님께 말할 정도로 가시화되진 않았다고 판단을 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학부모님께 전화로 지금 우리 애가 반 분위기 때문에 집중이 안된다고 한다고 일 똑바로 하는 거냐고 전화받으실 일도 없고, 선생님도 시간을 가지고 좋게 좋게 해결하려 하실 수 있습니다.
한줄요약 : 우리 반이 살아야 내가 산다! 학원생활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야 대학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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