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붙고 떠오르는 착잡한 생각...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193911
수시 논술로 대학이 결정되었네요. 굳이 대학 및 학과를 밝히진 않을게요. 자랑하려고 쓰는 글도 아니고, 아쉽지도 않으니까. 나름 정시로 무난하게 갈 수 있는 대학에 붙었어요. 수시도 하나만 넣어놨기 때문에 꼼짝없이 그 학교에 가는 것으로 확정됐고요.
전 재수를 하면서 1년 내내 수능만 공부했어요. 지방에 변변찮은 재수학원에서 재수를 했는데, 한 달 동안은 논술특강도 들어봤는데 제 능력 밖이라 도저히 못해먹겠더라고요. 학원 수업에 기본적으로 들어 있는 논술 수업만 들었고 (그것도 거의 다 잤지만...) 이외의 시간에는 수능 공부에만 전념했어요.
올해 수능이 개판이었던만큼이나, 제 성적도 개판이었습니다. 간간히 최저 등급을 맞춰서 논술을 치러갈 수는 있었지만, 그때 제 맘은 주위를 원망하는 생각으로 가득 찼었어요. 난 정말 최선을 다해서 공부했는데 세상은 왜 이렇게 나한테 모진건지, 평가원 개객X, 원래 나보다 못하던 친구들이 잘쳤다는 소식에 대한 분노... 울며 겨자먹기 심정으로 학원에서 개강한 논술 강좌를 신청했어요. 1주일동안 진행되는 논술 수업, 사실 큰 효과가 없으리란 것도 알고 있었고 저도 논술에 큰 기대도 걸지 않았지요. 하지만 저한테 남은 길이 이것밖에 없기에 수능부터 논술 시험까지 1주일동안 친구 하나 만나지 않았고, 논술 수업 내용은 도서관에 가서 매일 복습했어요.
그리고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논술이 되어버렸습니다. 논술 문제가 너무 쉬워서 거의 모든 수험생이 풀만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기대도 하지 않았었고, 발표가 나는 날에도 친구를 만날 약속을 잡았어요. 허허, 그런데 당구 치다가... 큐대 집어던지고 서로 부둥켜 안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붙어버렸더라고요. 몇 시간동안은 정말 세상이 밝아 보였어요. 이 빌어먹을 세상도 살만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계속 생각해보니까... 저도 그저... 제가 그토록 증오했던 우연, 속된 말로 운빨의 산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전 저보다 수능 성적이 높은 많은 친구들보다 수능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고 망설임없이 자부할 수 있어요. 하지만 논술 공부는 절대 그럴 수 없어요. 학기 중에 논술 수업을 들은 친구들도 있을 테고, 여름방학 때 짬을 내서 논술 수업을 들은 친구들도 있을 테니까요. 제 논술 성적은 결코 제 노력의 산물이라고 말할 수 없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태껏 전 스스로를 피해자의 위치로 여겨왔어요. 올해 수능은 정말 잘못되었다, 도대체 실력을 측정하는 거냐 실수를 측정하는거냐, 수능을 잘친 많은 친구들이 노력을 했겠지만 그중 일부는 그저 운빨로 시험을 잘쳤을 뿐이다 등의 생각을 계속했죠. 지금은... 제가 다른 친구들로부터 이런 원망의 화살을 맞는 게 아닌가 두렵습니다. 그렇게 우연을 증오했던 저 역시도 그저 우연의 산물일 뿐일까요? 그리고 수시를 붙고나니 세상이 살맛난다고 생각하는 저는 속물중의 속물은 아닐까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예를 들어 수2면 어떤거 알려주나요.? 비율관계 , 3x변곡점 등등 이미 알고...
-
3달이면 1등급 ㄱㄴ 이러던데 그정돈 아닌거같은데
-
가진 거 22 23 25드릴밖에 없어요ㅜ
-
넵
-
순수궁금증
-
제가 우울증 관련해서 좀 문제가 있었어서 학사 살고 있는데 부모님이 저 보러...
-
25111 0
국숭세단 갈수있음??
-
드릴은 못갈거 같고 뉴런+문제만 뺑뺑이 돌리다 수능볼 각임
-
아니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암거나 찍어서 막 해봤는데 되니까 뭔가뭔가 찝찝
-
으아아
-
타면 현기증 난다고ㅋㅋ
-
명문대,지방대 안 가리고 대부분 다??
-
고이 모았더니 책장 터질라해서 방금 key해설지 방생하고 왔는데 풀고 빠딱빠딱 버리는게 맞는걸까요
-
그래! 기분이다! 기아 타선 전부다 타율 1푼씩 올려!
-
이민 1세대는 개고생만 한다는데 이민을 존나 쉽게 생각하는 애들은 뭐지?
-
시대 재종분들 3
시대컨 다 푸는게 가능함? 단과 3개만 해도 좀 빡빡하던데
-
오늘은 열람실도 텅텅비었네
-
내신휴강할때가좋았지...
-
이번 수능 올3 2
정도 맞으면 어디까지 감? 과는 상관없이
-
쓸데없는 거지만 1
움직이는 프사 어캐해요...? 탐나는데.
-
친한 친구가 피뎊쓰고 있으면 웃어넘기는게 현실
-
암 조직검사 받고 집 왔는데 ㅅㅂ 계속 피 남 200ml 생리대 피로 꽉차서 6번은...
-
ㅈㄱㄴ임당
-
서성한정도인가여?
-
몇 달 안 지났는데 새로운 분들이 많네요
-
작년 9평 작년 수능 현역분들 마음이 심란해질 시기같아서.. 아직 늦지 않았다는...
-
예를 들어 23수능에서 a방식으로 오답을 만들어냈으면 비슷한 느낌의 기출도 같이 분석해주는 강의
-
요거 어케한걸까요...
-
칼캠 정품 구매 6
히히 완료 딱 대 그냥 이렇게 저렇게 씹고 뜯고 맛보고 해야지
-
덕코 복권 1
이거 1등 확률이 어케됨 조작이 의심되는데
-
고3이고 방인혁 물2 인강 들으면서 같이 뱡행할 기출 문제집 찾는 중인데 친구가...
-
히사시부리 0
하 수학 물어볼데가 없음....
-
n제 가격도 착해 표지도 이뻐 문제도 맛있어 해설도 좋아.. 나도 모르게 n제의...
-
05 작수 성적이고 현재 서강대 다니고 있습니다 반수 절대 안 하겠다고 했다가...
-
옯창이 되고싶어 2
대학을 잘 가든 못가든 난 여기 남아서 있을래…
-
자전은 서울대도 사탐 과탐 다받던데 사탐런 안할이유가 있음?
-
5월이구나.. 0
-
따...딱히 블루아카이브 때문에 그런건 아니고 빵이 먹고싶었을 뿐이에요!
-
난 책사는 재미로 공부하는데..
-
기하 vs 확통 2
반수하려는데 고민이라 글 올립니다! 확통해서 한문제 더 맞추기 vs 기하해서 한문제...
-
그믐달 어떰 0
국어 5뜨는 개씹노베 고3학생인데 걍 이투스 패스 끊은김에 그믐달쌤 풀커리...
-
다들 여름전엔 야뎁벅벅 풀다가 9월이후엔 파이널컨텐츠 구매해서 야뎁풀면 욕하는...
-
신고먹인 보람이 있구만...
-
다행이다… 7
문만러 다른 분 영입 성공! 치킨 뜯어야지 오늘은 히히
-
오늘 토요일 서울에서 지방내려가는데 고속버스가 평소보다 3시간, ?? 정도 더...
-
핑프라 죄송뽀송...
-
수능 영어 2
3모 영어 65점 4등급 천일문 기본부터 하는 건 넘 시간 아깝죠?? 핵심부터 할까요?
-
문학 현대시오답 3
오답할 때 작품에 대해 대략적으로 공부하는 거 괜찮나요?
-
불펜데이로는 버틸수없어
다 노력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결과일겁니다. 좋은 결과를 두고 굳이 자책하지 마세요!
열심히 하는것과 잘하는건 다르잖아요? 님은 수능보다 논술에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을수도 있는거죠. 혹은 수능준비하면서 논술준비도 되었거나.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을것같아요. 어차피 입시라는건 과정만큼이나 결과도 중요한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