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 잡지식 30 : 광개토왕비(3) 넣을까 말까 넣을까 말까 넣넣넣넣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40958717
일본의 신묘년조 해석에 대한 한국학계의 첫 번째 반박 흐름은 '해석이 잘못됐다!'라는 것입니다.
일본의 해석은 비문의 특성상, 그리고 한문 문장의 특성상 문장 성분이 생략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한 것이고, 그렇기에 정확한 해석을 위해서는 생략된 성분을 채워넣어야 한다는 거죠.
가장 먼저 반박을 제기한 인물은 일제강점기 역사학자인 정인보입니다. 정인보는
而倭以辛卯年來渡□破百殘□□□羅以爲臣民
이 텍스트를
而倭以辛卯年高句麗來渡□破倭百殘□□□羅以爲臣民
이렇게 바꾸어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해석하면
그런데 왜가 신묘년에 오니 고구려가 바다를 건너 왜를 격파하고 백잔□□신라를 신민으로 삼았다
이렇게 되겠죠. 즉 비문의 작성자인 고구려를 문장의 주어로 해석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경우 백잔□□신라 부분의 □□는 왜가 되겠죠.
또 북한의 역사학자인 김석형은 정인보와는 다른 해석을 내놓습니다. 김석형은
百殘而倭以辛卯年高句麗來渡□破百殘□□□羅以爲臣民
로 문장을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해석하면
백제가 왜와 함께 신묘년에 고구려에 오니, 고구려가 바다를 건너 백잔을 격파하고 □□신라를 신민으로 삼았다
가 되겠죠. 김석형의 경우는 신묘년조 기록에서 왜의 영향력을 강하게 줄이고, 그 반대급부로 백제의 위상을 부각하는 경향을 나타냅니다.
이 해석에서 '고구려가 바다를 건너 백제를 공격했다'는 부분이 언뜻 이상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김석형의 또 다른 주장인 '분국설'과 관련된 것인데, 간단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삼국시대에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이주하는 도왜인들이 일본 열도에 집단촌을 건설하였다.
2. 이들이 자신들의 집단촌에 본국의 이름을 붙였다. 이를 '분국'이라 한다.
ex) 백제계 도래인의 집단촌은 '백제', 신라계 도래인의 집단촌은 '신라'
3. 신묘년조에 등장하는 백잔, 신라는 일본의 분국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김석형은 신묘년조의 기사가 임나일본부설과는 관계없을 뿐더러, 고구려가 일본 영토를 점유하였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근거라고 주장하였습니다.(물론 분국설은 현재 간파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정인보와 김석형의 주장은 한국 학계에서 매우 설득력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특히 김석형의 주장은 한국 고대사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일본 고대사에서의 한국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었기에, 한국 학계에서 매우 환영을 받았죠. 북한 학자임에도 김석형의 논문은 한중일 3국에서 널리 읽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 역시 한계가 명확합니다.
'생략된 문장 성분을 끼워넣는다'라는 주장의 특성상 해석이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게다가 당대 학계는 식민사학을 벗어난다는 강박에 따라 무조건적으로 일본의 영향력을 줄이려 했습니다.
이러한 주장도 식민사학을 타파한다는 일념 하에 신묘년조를 기계적으로 해석하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죠.
당연히 일본 학계의 반발도 계속되었고요.
그런데, 이후 신묘년조 담론의 국면이 완전 뒤집히는 파란이 일어납니다.
그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오늘의 역사 잡지식 1 : 서동요와 선화공주] https://orbi.kr/00037641895
[오늘의 역사 잡지식 2 : 축성의 달인 가토 기요마사] https://orbi.kr/00037667479
[오늘의 역사 잡지식 3 : 진평왕의 원대한 꿈] https://orbi.kr/00037964036
[오늘의 역사 잡지식 4 : 신항로 개척과 임진왜란] https://orbi.kr/00038174584
[오늘의 역사 잡지식 5 : 라스카사스 - 반식민운동과 노예 장려] https://orbi.kr/00038777847
[오늘의 역사 잡지식 6 : 동방의 예루살렘, 한국의 모스크바] https://orbi.kr/000393537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7 : 마라톤 전투의 뒷이야기] https://orbi.kr/00039446583
[오늘의 역사 잡지식 8 : 투트모세 4세의 스핑크스 발굴] https://orbi.kr/00039547389
[오늘의 역사 잡지식 9 : 천관우-한국사학계의 먼치킨] https://orbi.kr/0003956282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0 : 연천 전곡리 유적] https://orbi.kr/000397167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11 : 고대 문자의 보존] https://orbi.kr/00039737161
[오늘의 역사 잡지식 12 : 쿠릴타이=만장일치?] https://orbi.kr/00039810673
[오늘의 역사 잡지식 13 : 러시아의 대머리 징크스] https://orbi.kr/00039858565
[오늘의 역사 잡지식 14 : 데카르트를 죽음으로 이끈 여왕] https://orbi.kr/0003992866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5 : 권력욕의 화신 위안스카이] https://orbi.kr/000400432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16 : 간단한 기년법 정리] https://orbi.kr/00040188677
[오늘의 역사 잡지식 17 : 4대 문명이라는 허상?] https://orbi.kr/000402095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18 : 토머스 제퍼슨의 토루 발굴] https://orbi.kr/00040310400
[오늘의 역사 잡지식 19 : 그들이 생각한 흑사병의 원인] https://orbi.kr/00040332776
[오늘의 역사 잡지식 20 : 홍무제랑 이성계 사돈 될 뻔한 썰] https://orbi.kr/00040410602
[오늘의 역사 잡지식 21 : 영정법의 실효성] https://orbi.kr/00040475139
[오늘의 역사 잡지식 22 : 상상도 못한 이유로 종결된 병자호란] https://orbi.kr/00040477593
[오늘의 역사 잡지식 23 : 상나라의 청동 기술] https://orbi.kr/00040567409
[오늘의 역사 잡지식 24 : 삼년산성의 우주방어] https://orbi.kr/00040800841
[오늘의 역사 잡지식 25 : 익산이 백제의 수도?] https://orbi.kr/00040823486
[오늘의 역사 잡지식 26 : who is 소쌍] https://orbi.kr/00040830251
[오늘의 역사 잡지식 27 : 석촌동의 지명 유래] https://orbi.kr/00040841097
[오늘의 역사 잡지식 28 : 광개토왕비(1) 재발견] https://orbi.kr/000408747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29 : 광개토왕비(2) 신묘년조 발견] https://orbi.kr/00040947507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나 100마넌 지금 내 자금 상황 생각하면 많은거임
-
일단 기출 3회정도는 돌렸고 시냅스 풀면서 체화시키고있기도한데 다른 문제집도 같이...
-
스카퇴근 5
8h ~9h 완주
-
캬캬
-
날 찾지 말아줘 나의 슬픔 가려줘
-
돈 흐름 좀 엉켜서 친구들한테 sos했는데 한명도 빠꾸친 사람 없었음 친구들아 살앙행
-
씨발 지들이 먼저 나 3대1로 구타해놓고 내가 긁어서 흉질까봐 나보고 사과하라고...
-
안녕하세요 강기분 3권까지 거의 다 수강한 삼수생입니다 강기분1,2권에서는 글...
-
로 평가되니 실모딸치는애들 다 차단박으면된다 ㅇㅇ
-
그냥 같은 학교 나온 애들이랑은 엥간하면 두루두루 다 친한데 막 딥한 얘기 할 만큼...
-
야식 3
치킨은 포기 생각보다 맛있네요
-
요즘 옯뉴비 마니 보임 19
1년차 뉴비로써 맘에 드는 상황이에요
-
.
-
언매에서 화작런했는데 그냥 검더텅 사서 벅벅 풀면 되는거 맞죠? 문제집은 뭐뭐...
-
소리없이 비명을 질러도 머리속은 멍하고 나는 묵묵히 젓가락을 들며 냉면을 먹는다...
-
오늘의 스테이씨 0
-
자신의 현성적대와 점수를 비교해서 고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사실 보닌 10
그리 못생기진 않음 그냥 근데 여자랑 대화를 못함 학폭 당했어서 그런진 몰라도 친한...
-
김현우 박종민 최지욱 스탠 계산 유기 큐이디 유기 하
-
쾌락적이다 냉면을 이 야밤에 먹는것은 아직 밤 공기는 차갑지만 쓸쓸한 내 마음에...
-
현역분들.. 제곧내임 독서문학 빡세도 좀 질 떨어져도 하루에 무조건 같이 하는지...
-
자버릴게요 3
내일 아침엔 어떻게든 되겠지 아몰랑
-
어차피 표본공간 축소면 경우의수/경우의수 해도 되는거 아님? 왜 모든 해설에선 확률/확률로 하는거지
-
문학 하루 독서 하루 언매 하루해서 총 3일에 끝내고 싶은데
-
BoA❤️ 7
-
안녕하세요~!! 메가스터디 정우정 선생님 조교 재현입니다. 저랑 정우정 선생님이랑...
-
작수 성적이랑 현 재학 중인 대학교는 전 게시글에 있고 .. 학교 생활이랑 수능...
-
뉴페이스가 마니 보이는데 저랑 맞팔할 사람있나요? 12
댓글달아주세요
-
수능 수학 이용해서 뭔가 자격증이나 국시 통과할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 싶네요 편입...
-
수학 질문좀 0
241122같은 그냥 케이스 나누는 문제는 풀만한데 231122같은 평균변화율이라는...
-
ebs로 생윤 개념 1회독 하고 현돌 1회독 했는데 3단원 너무 헬이라서 임팩트...
-
6모내기하자
-
새벽공부 스타트 4
노래들으면서 미적분 캬캬
-
만족스럽군
-
9평내기를 하려고 해도 11
성적 나올때쯤 되면 입대라 하지를 못하겠다...
-
오늘은 수1 지수로그함수를 할거다.. 너무 하기싫지만 1탄이니까 파이팅해보자
-
검토에 시간 얼마나 쓰시나요 시대 수학 월례 88점인데 후반부 15분을 이도저도 아니게 날려서요
-
연세대 질문 받아용! 10
고고~
-
이 상황은 왜 안 되나요..? 도와주세여
-
금테노프산 어색한 것 같음 금색이 노프사 화면이랑 대비되는 색깔이라 그런가
-
5/23 플래너 3
늦잠 안잤으면 104번까지 다 풀었을라나 수학에만 10시간 쓴거 같은데, 47문제 풀었네 뻑
-
ㅈㅂㅈㅂㅈㅂㅈㅂ
-
6모 전에 마무리로 빠르게 다 풀려 하는데(선택과목은 6모 범위까지) 풀어보신 분들...
-
선착 1명 1000덕코
-
축제 퇴근 0
알찼다
-
오늘 한 거 국일만 비문학 3시간 문학 1시간 30분 국어는 걍 시간으로 잼 한완수...
-
체감상 요즘 서울 한정 더 많은 느낌
-
그냥 오늘밤을 즐기고 건실한 수험생으로 살겠다
-
딱 5000k 3
이제 1등을 하러가자
언어학적인 접근으로
반도일본어가설로
임나일본부설 완전격파 가능하죠 ㅋㅋ
언어학은 잘 모르겠군요
역사학계에서도 이미 임나일본부설은 간파된 지 오래지만...
이 다음다음 편쯤 돼야 신묘년조 관련된 임나일본부설 간파 얘기가 나올 듯
보존 상태와 관련된 측면도 있습니다. 당장 저 문장에서만 탈자가 4개나 되니까요.
다음에 얘기할 파장이 보존 측면의 이야기인데 그건 내일쯤 얘기하는 걸로
원래는 광개토태왕인데, 점 하나를 긁어냈다는 말도 있죠
그런 조작과 관련된 얘기는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