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논란의 문제 해설 1편 - 1909 STM 지문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0201635
1909 STM.pdf
1111 채권.pdf
성남고 조경민입니다.
앞으로 일주일에 한두지문씩
1.너무 어려웠거나
2.문제집/강사마다 해설이 갈리는
문제들의 해설을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
지문들 자체도 엄선해서 뽑고 있고, 생각할 지점이 많은 것들이니
한번 진득하게 풀고 생각해보시면 좋을듯 합니다.
첨부파일로 올려둔 파일 두 개 푸시는 편이 좋지만
밑에 요약된 지문 내용만 가지고 제 요점만 읽어보셔도 무방합니다.
기출문제집이 있다면 2019 9월 32번을 펼쳐 두시고 글을 읽으시길 권합니다.
2019년 9월 모평은 난이도만 보았을 때 상당히 쉬운 시험지였습니다만
유독 한 문제가 강사들마다, 해설지마다 설명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충분히 이슈가 될 만한 문제였다고 생각하는데
1컷이 97점이었고/또 수능이 아닌 모평인지라 다소 묻힌듯 합니다.
32번 문제였고 정답은 5번이었습니다.
지문에서 나타난 비례/반비례 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조건A : 기체 압력과 진공도는 반비례한다.
조건B : 기체 압력과 기체 분자 수는 비례한다.
조건C : 달라붙을 확률은 단분자층 형성 시간과 반비례한다.
조건D : 충돌 빈도는 단분자층 형성 시간과 반비례한다.
조건E : 기체 질량은 단분자층 형성 시간과 비례한다.
조건F : 기체 압력은 단분자층 형성 시간과 반비례한다.
위의 내용만 가지고도 사실 1~4번이 옳은 선지이며,
따라서 5번이 틀린 선지임을 파악하실 수 있었을겁니다.
문제는 5번의 엄밀한 해설이었습니다.
⑤E 내부의 시료 표면에 대한 단위 면적당 기체 분자의 충돌 빈도는 D의 경우보다 높겠군.
현재까지 나와있는 해설은 크게 세 종류입니다.
1. '높겠군'이 아니라 '낮겠군'이다.
2. '높겠군'이 아니라 '같겠군'이다.
3. '높겠군'이 아니라 '알 수 없다'이다.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가 다 나왔습니다.
(다른 문제집이나 강의들을 보면서 다들 어떻게 해설하셨나 찾아보시면 재밌을겁니다ㅎㅎ)
각각의 해설의 근거를 파헤쳐보겠습니다.
1. '낮겠군' 파
E는 D보다 '기체의 질량'이 더 큽니다. [44>32]
따라서 '단분자층 형성 시간'도 더 깁니다. (조건E)
(여기까진 이견x)
그런데 조건 D에서 '단분자층 형성 시간'은 '충돌 빈도'와 반비례한다고 하였으니
E는 D보다 충돌빈도가 낮습니다.
????
언뜻 봤을 때는 맞는듯 보이나 큰 오류가 숨어있습니다.
'기체의 질량'과 '단분자층 형성 시간'이 비례하고,
'충돌 빈도'와 '단분자층 형성 시간이 반비례한다고 해서
'기체의 질량'과 '충돌 빈도'가 반비례한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논리적 오류에 대한 여러 예시가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훌륭한 예시를 들겠습니다.
1) 시간이 지날수록 균이 늘어난다.
2) 온도가 높아질수록 균이 늘어난다.
3)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온도가 높아진다(????).
지문에서는 한 번도 '기체의 질량'과 '충돌 빈도'의 관계를 언급한 적이 없는데
'단분자층 형성 시간'만 가지고 저런 추론을 해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이러한 논리적 오류를 저격하는 기출로
몇몇 선생님들(216T,끠램T)께서는 2011년 수능 채권 문제의 45번의 5번 선지를 예로 드십니다.
'액면 이자율'과 '채권 가격'은 비례한다.
'지급 불능 위험'과 '채권 가격'은 반비례한다.
따라서 '액면 이자율'과 '지급 불능 위험'은 반비례한다-라고 생각했다면 45번을 틀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평가원도 이러한 논리적 오류를 참거짓의 기준으로 삼았음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위에 작성한 내용은 이해할 때까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보셔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2. '같겠군' 파
<보기>에서는 '제시되지 않은 모든 조건은 각 진공 통에서 동일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충돌 빈도는 <보기>에서 제시되지 않은 조건이다.
따라서 D와 E의 충돌 빈도는 동일하다.
어... 이건 좀...
딱히 저도 논리적인 반박을 하기는 힘든 설명입니다.
하지만 만약 평가원이 저러한 의도로 문제를 냈다면
지문을 읽지 않고도 <보기>만 읽고 문제를 풀 수 있게 했다는 얘기인데
만약 그렇게 낸 게 맞다면 이것은 확실히 잘못된 출제이고
맥락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모든 조건은 동일하다'는 얘기는
"비교조건을 제외한 외부의 상황을 고려하지 말라는 얘기"
로 받아들이는 것이 적절한 독해라고 생각합니다.
딱히 국어가 아니라 다른 과목 문제를 풀 때도
평소에 그런식으로 받아들이시는 것이 일반적으로 보입니다.
3. '알 수 없겠군.'
따라서 저는 적절한 해설은 '알 수 없겠군'으로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D와 E 사이의 차이는 분자의 질량 뿐인데,
분자의 질량과 충돌 빈도에 대한 관계는 언급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런 문제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약간의 배경지식이 있는 (이과) 학생들이었다면
질량과 충돌 빈도 사이에도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여겨
'낮겠군'으로 판단하고 5번을 골라 이 문제를 맞혔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지문의 내적 논리에서 벗어난 배경지식으로 인한 풀이입니다)
저는 현역 당시 시험장에서 4번까지의 선지가 너무 확실하기 때문에
5번을 읽지도 않고 답으로 골랐습니다.
어떤 풀이도 시험장에서는 맞추면 장땡입니다.
그런데 공부를 할 때는요?
그냥 2019-09 기출을 풀고,
채점을 하고,
어? 1컷 97 물시험이었네? 라고 생각하고,
해설지를 읽거나 강의를 보고 그냥 문제를 넘어간다면
그 학생은 절대 시험장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듭니다.
평가원 수능, 모의고사는 공식 해설을 제공하지 않는 시험이고,
따라서 어떤 문제집의 해설이나 사설 강의도 '정확하고 확실하다'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해설은 읽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만드는 것입니다.
좋은 선생님들은, 답을 알려주는 선생님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선생님이구요.
같은 문제를 풀고 같은 강의를 듣더라도
'누적된 고민의 양'에 따라 실력은 천차만별입니다.
제가 앞으로 연재하는 '논란의 문제 해설' 시리즈는
해당 문제에 대한 여러 관점을 다루고
거기에 대한 저의 간략한 생각을 더해
여러분들이 스스로 생각할 거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작성합니다.
제가 현재 집필 중인 국어 교재 역시도 마찬가지이구요.
참고로, 이 문제에 대해
이해황 선생님의 '국어의 기술2'
이원준 선생님의 2019 9월 해설 강의
피램 선생님의 글 https://orbi.kr/00018825240
등이 제법 상세한 설명을 제공해주시고 있으니 참고해보시길 바랍니다.
(물론 제 글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존재합니다)
좋아요와 팔로우 해주시면 더욱 질 높은 자료로 보답하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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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낮은 경우를 상정할 수 있으니 틀렸다고 했네요.따지고보면 알수없음이지만..
죄송한데 이거 이원준 쌤이 수업시간에 그대로 하신 말 아녜요??
2018년 당시에 9평 바로 다음날 이원준 선생님 해설을 들었었는데, 입장은 저와 비슷하지만 예시나 ‘같겠군’에 대한 언급(없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문제에 대한 첨언 등은 제 설명이 오리지널리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ㅎㅎ 기본적으로 입장이 비슷하면 설명도 유사한 부분이 있겠죠ㅎㅎ
앞으로 이어지는 다른 해설들에서 제 해설만의 강점이 더 두드러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도 이거 때문에 공부하다가 상당히 충격 먹고 여러가지 해설을 찾아봤었는데.., 홀수,216,피램에서 알 수 없다 라는 해설을 제공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국어의 기술2에는 동일하다라고 되어 있어서 약간 혼란이 있긴 했습니다.
피램 선생님은 알수없다가 맞는 것 같지만 출제 의도는 낮겠군이었던 것 같다,
이해황 선생님은 동일하다 라고 설명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두 분 설명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피램 선생님 말마따나 32번이 조금 잘못 만들어진 문제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세 입장 중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보다
여러 선생님들의 설명을 듣고 스스로 생각해보는 과정이 더 중요할 것 같아요.
이해황 선생님 해설도 논리적으로 타당한 해설이고
제 글이랑은 약간 (보기의 조건을 해석하는 것에 대해) 관점이 달라서 결론이 다르게 나온 것 뿐이지
수험생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브크???
이건 '낮겠군' 이 맞습니다.
매우 간단한 문제인데 왜 controversial하다고 말하는지 모르겠군요. LEET 추리논증에서 선택지 판별에 매우 자주 활용되는 귀류법을 사용하면 문제는 쉽게 풀립니다.
(증명)
1. Let ⑤ true.(=⑤가 거짓임을 부정함)
2. then, e의 시료표면에 대한 단위면적당 기체분자의 충돌빈도는 d보다 높다. 따라서 e의 단분자층 형성시간은 d보다 짧다.
3. 하지만 기체분자의 질량은 e가 d보다 높고, 따라서 기체운동론에 의해 e의 단분자층 형성시간은 d보다 길다.
4. 2와 3이 충돌하기에 모순이 발생하였다. 이는 최초에 가정한 1이 틀렸음을 의미한다.
5. 따라서 1은 옳지 않고, 1에서 ⑤가 참이라고 진술하는 것은 거짓이다.
e와 d의 시료표면의 단위면적당 기체분자의 충돌빈도가 '같'지도 않습니다.
그것이 같다고 가정해보고 논리를 전개해봐도 모순이 발생하고, 따라서 같다는 것도 틀렸습니다.
원인이 여러 개 제시된 상황에서 결과값에 영향을 주는 하나의 요소만으로 나머지 요소들까지 명확하게 판단되지 않기 때문에 '알 수 없음'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요?
선지의 상황이 기체 분자의 질량이 크기 때문에 단분자층 형성 시간이 긴 것인데, 그를 바탕으로 단분자층 형성 시간까지는 판단할 수 있으나 단위 면적당 충돌 빈도를 판단하는 데는 무리가 있지 않나요..?
배경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질량이 매우 큰 요소로 작용하고 충돌 빈도가 아주 미미하게 작용한다면 5번선지가 맞고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틀린 것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d와 e에 대해서, (분자의 질량 이외에는) 단분자층 형성시간에 영향을 주는 여타의 다른 모든 요소가 같기 때문에, 논리적인 오류가 없습니다.
음... 제가 말씀드린 부분에도 지문 상에서 근거를 들 수 있는 논리적인 오류는 없지 않나요?
두 상황이 동일하게 가능한 상태라면 알 수 없음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위에 증명을 반박해 보시겠어요?
질량과 충돌 빈도가 모두 하나의 결과에 대한 원인입니다. 충돌빈도가 높더라도 질량이 매우 커서 단분자층 형성 시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문에서 여러 원인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걸 알 수 없고요.
무슨 뜻인지 이해했습니다.
(증명)에서 2번을 문제삼는 것이군요.
천천히 따져 보았는데, 2021*님 지적이 맞습니다. 이 경우에는 귀류법을 사용할 수도 없네요.
2번에서 ⑤가 참이라고 가정하여도, e의 단분자층 형성시간이 d보다 길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네요. ⑤를 참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단분자층 형성시간에 대한 결론은 불확정적이고, 따라서 3번에서 '분자의 질량' 요소만으로 낸 결론과 모순임을 보일 수 없습니다.
참... 출제오류가 맞네요.
LEET 추리논증에서 전형적으로 활용되는 풀이법이다보니 무의식적으로 풀이법을 적용시켰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2번을 결론으로 내릴 수 없는것이 문제네요.
결론을 '알 수 없다'로 내는 것이 합당해 보입니다.
방금 오르비 확인했는데, 답글을 달기 전에 결론이 나버렸네요ㅠㅜ 2021*님이 잘 말씀해주셨고, 제가 본문에 한블랙님이 지적하셨던 부분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두 분 모두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16! 216! 216! 216! 216!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0630 3번 선지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가능세계 집필중인데 끝나고 건드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평가원에서 해설을 공개하지 않아 해설에 논란이 있는 문제가 생기는게 아쉬울 따름이네요..
궁금한 점이 생겨 댓글 남깁니다.
5번 선지가 알 수 없어 틀렸다는 판단은
분자 충돌 빈도를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생각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4번 선지에서도 <보기>에 분자 충돌 빈도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단분자층 형성 시간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지 않나요?
오늘 풀다가 의문이 들어 검색해봤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