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장이] 시험이 너에게 해준 대답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7377622
안녕하세요! 글장이입니다.
어제 하루는 정말 폭풍같았습니다.
오전에 국어 시험지가 나온 직후부터
시간을 재면서 또 간만에 수험생의 마음으로 문제에 임했고
끝나고 학생들과 약속한대로 바로 해설강의를 만들었습니다.
고민을 가진 여러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니
또 새벽 세시더군요.
순공부 12시간 찍어보겠다고
친구들 앞에서 공약을 세웠던 제 학창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공약없이도 순업무 15시간이 나오네요.
시간이 지났지만..
그 어떤 일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수험생때와 동일한 것 같습니다.
제가 수능이란 시험을 마지막으로 마치고 사회에 나온 뒤
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수능이 끝나고나면 이제 더이상 인생에서 지긋지긋한 시험은 없겠지? 라는 생각을 했지만,
돌아보니
그리고 지금 내 앞에 놓인 길을 보니
인생은 수많은 시험으로 점철되어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간관계에서든 직업에서든,
혹은 내가 가진 취미에서든
언제나 시험이라는 놈은 제 앞에 나타나
때로는 완만한 동산으로, 때로는 깎아지는 절벽의 모습으로 길을 가로막습니다.
언제나 시험은 두가지 종류의 대답을 제게 들려줍니다.
성공 그리고 실패입니다.
성공이라는 결과를 받아도 기쁨은 잠시 다시 발견한 더 큰 시험에 좌절합니다.
실패라는 결과는 그 자체로도 저를 고개숙이게 했죠.
지금 여러분이 치르고온 시험 역시
앞으로 보게될 수 많은 놈들중 한가지 모습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걸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여러분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고 믿어요.
제가 여러분에 비해서 수십년의 나이차가 나진 않지만
그래도 더 많은 도전과 경험을 해본 입장에서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성공을 한 너에게
----
성공이라는 결과를 받았다면 잠깐이나마 주변의 부러움을 살 수 있습니다.
주변에 같은 목표를 두고 경쟁하는 친구, 주변사람들은 여러분에게 축하를 하거나 질투하겠죠.
하지만 성공이라는건 단순한 일회성 감정일 뿐입니다.
여러분은 또 다가오는 새로운 시험에 불안해하죠.
'다음번에도 할 수 있을까?'
'이번이 단순 운은 아니겠지?'
여러 생각이 여러분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듭니다.
더욱 힘든것은 기존에 여러분이 거둔 성공 때문에
지금의 고민을 남들에게 속편하게 털어 놓을 수도 없다는 것이죠.
다만 기억해야하는것은
여러분의 매 도전은 독립변수가 아니라는 겁니다.
성공할 확률, 실패할 확률이 공존하는것은 사실이지만
여러분이 한번 거둔 성공은
여러분의 노력이 지금까지 헛된 것이 아니라는것의 증명입니다.
단순한 운이 아니라 착실히 더 나아지고 강해지는 과정이라고 믿으세요.
가장 중요한것은 믿는 힘이고
다음 시험에 임하는 내 자신은 지금의 나보다 더 뛰어날 겁니다.
그걸 위해서 지금의 성공을 축하하는 시간은 간단히, 너무 길지 않게 가지고
다시 최선을 다하는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자기 자신을 믿으세요.
한번 올라봤던 정상은 다시 오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남들보다 나은점은 이미 정상의 공기를 맛보았다는 점이죠.
그거 하나만으로도 이번 성공의 의미는 충분합니다.
다음 등반으로 향하는 여러분들의 발걸음을 응원합니다.
2
실패를 한 너에게
----
많이 힘들겁니다.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그 기분이 무엇인지 알고 공감이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러분들을 치유할 수 있는게 단순 주변사람들의 위로와 동정은 아니지요.
잠시 위로받는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해질 지는 모르지만
혼자 남는 순간 불안이 이미 내 마음속에 또아리를 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최선이, 노력이, 눈물이 결국은 아무 결과도 바꿀 수 없었다는 사실이
자책을 넘어선 자괴감에 빠질 수 있고 무기력증이 오기도 합니다.
물론 그만한 최선을 다하지 않았어도 그 사실이 후회스럽지요.
하지만 여러분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하나 있습니다.
모든 시험에는 결과가 따르지만 그 결과는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지금 성공한 친구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그 자리가 영원하지 않다는걸 알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공에 세가지 요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능, 노력 그리고 운입니다.
재능은 솔직히 수능에서 큰 차이를 가져오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사회에 나가면 정말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될거에요.
때로는 질투하고 때로는 그들에게서 많은것을 배웁니다.
또한 재능은 100%타고나는게 아니라 여러분들의 행동과 선택에 따라 바뀝니다.
그리고 모든 분야에 완벽한 재능은 존재하지않습니다.
각자가 자신만의 재능들을 가지고있어요.
수능에 재능이 있는 친구들도 분명 있긴 하지만,
수능은 여러분들이 훗날 만나게 될 그 어떤 시험보다 재능의 비중이 작다는걸 알게 될 겁니다.
노력은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말하고 단순한 노력이 아닌 효율을 동반한 것입니다.
여러분이 오늘 흘리고있는 그 땀과 눈물 그게 노력이고 여러분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근차근 올려줍니다.
그건 오늘 하루 노력했다고 내일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어요.
너무 미미해서 헛된게 아닐까 의심도 갑니다.
하지만 확실한것은 노력은 배신하지않아요.
여러분들이 최선을 다한 오늘은 여러분 안의 잠재력과 가능성으로 새겨져있습니다.
마지막은 운입니다.
선생으로서 운이라는걸 말하기는 참 애매해요.
하지만 분명 존재합니다.
종교를 믿는 친구들은 신의 존재로 설명할거고 무신론자인 친구들은 확률이라고 말하겠죠.
그걸 어떤 방식으로 부르든지 공통적인 요소는 불확실성입니다.
언제나 인간은 명확함을 추구하지만 불확실함에 고통받죠.
그건 여러분들이 없앨 수 없는 존재입니다.
다만 줄일수는 있죠.
인간은 실수하는 존재지만 수많은 방법을 동원해서 실수나 사고율을 줄이는게 가능합니다.
지금 하는 공부가 여러분들의 결과에서 불확실성을 낮추고 예측성을 높여줄 것입니다.
그러니 이번의 실패에 좌절하지 마세요.
지금 할 수 있는것을 하세요.
무엇을 해야하냐고요?
이미 여러분은 그 답을 알고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힘을 내서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향하는 여러분들의 건승을 빕니다.
3
Invictus -불굴의, 굴하지 않는
이글은 단순히 6월모의고사를 말하는 글이 아닙니다.
여러분들도 아시겠지요.
앞으로 여러분들이 맞게 될 그 어떤 시험에서도 기억해준다면 제가 이 글을 쓴 충분한 보답이 될 거예요.
제 자신도
매일 하루하루
이 의미를 되새기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해
결국 성공하는 그런 미래를
꿈꾸고있습니다.
남들의 말에 귀기울이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온 세상이 지옥처럼 캄캄하게
나를 뒤덮은 밤의 어둠 속에서
나는 그 어떤 신이든 신께 감사하노라
내게 정복당하지 않는 영혼을 주셨음을
환경의 잔인한 손아귀에 잡혔을 때도
나는 움츠리거나 울지 않았노라
운명의 몽둥이에 두들겨 맞아
내 머리는 피 흘리지만 굴하지 않노라
분노와 눈물의 이곳 저 너머에
어둠의 공포만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허나 오랜 재앙의 세월이 흘러도
나는 두려움에 떨지 않으리라
상관치 않으리라, 천국의 문 아무리 좁고
어떤 지옥의 형벌이 날 기다릴지라도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나는 내 영혼의 선장
Invictus -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 (1849-1903)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탈출하고 싶다… 0
고려대에 가고 싶다…
-
. 2
-
아 ㅋㅋㅋㅋㅋ
-
28에 양도합니다. 쪽지주세요.
-
덕코주기
-
해설이 너무 동문서답하거나 해설이 너무 부족한 거 같아서 스트레스 받습니다.....
-
허리디스크 0
공부는 하는만큼 실력이 올라서 재밌는데 디스크 때문에 앉을 수가 없음... 공부하고...
-
21수능 정시출신이구요 화생 -> 물지 로 바꾸려 합니다 지구과학은 생명 유전보단...
-
양심고백. 2
재수(반수)해서 급간 못올리면 사람아니라고 생각한적 있었음
-
수능이 노력하면 되는 시험이 100% 틀린건 아닌데 4
흠 나는 재능이 70퍼는 먹고 들어간다봄 위에는 의치한약수 + 서울대의 입결임 펑크...
-
영어 1 받으려면 얼마나 해야한다고 봄?
-
리마인드 이메일 보내기; 사회적 attitude(태도) 0
제가 뇌과학에 관심이 많고 앞으로 전공하고자 해서, 이번에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의...
-
ㅈㄱㄴ
-
아직 찾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봤으면 좋겠네 나처럼 오르비 많이 하시는 분이면 좋겠다
-
당충전을 하겟어요
-
사진들고 병원가서 관련서류 받고 신검가야하는데... 귀찮다..
-
지오지브라 질문 4
삼각형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ㅠ
-
요즘 독학하는데 아이패드로 공부하는데 갑자기 종이책으로 공부해야 제대로 하능게...
-
화1 주양자수 원자량 오비탈 전부 외워놔야 하나요? 1
2학기때 화1을 하는데 주양자수 부양자수 스핀양자수 오비탈 이런걸로 킬러가 나온다고...
-
아씨 갤럭시 데이터킬때, 팝업창 안뜨게좀 못함??? 1
,그 위아래 화살표 데이터 누르면 "데이터를 허용하시겠습니까?" 이거 좀 안뜨게...
-
성균관대오지마라 2
시험기간에 과제로 제페토(마크비슷한거)하고있다... 서성한 성적이면 서강대나 한양대로 가도록..
-
질문받는다 2
지금 시간은 다 대학생이겠지
-
4급 혹은 5급 받으신분들 허리디스크 어느정도셨는지 궁금합니다. 미필인데 어제...
-
잇올 질문 0
잇올 교과질문 할 수 있다는데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찾아가서 질문하는 방식인가요?
-
5만덕만 모으면 0
원하는 레어를 살 수 있다
-
지금 아이디어+워크북중인데 6평전에 기생집 다끝내야할거 같음 워크북은 나중에 풀고...
-
추천좀
-
전남친이 제 네이버 비번을 알아요 전에 제가 특이하다고 알랴준적 있어요 근데...
-
수학 문제 풀때 정답률 자체는 높은데 시간이 너무 오래걸리면 양치기가 답인가요?
-
대부분의 논술강사들이 열심히 자료도 올리고 칼럼도 쓰는뉴 노멀이 오는 그때를...
-
계신가요
-
98점 99점 이런건 엄청 잘띄워주는데 100점 <<얘 안띄워줌 서비스로 한 곡 더 들어가서 그런가
-
N회독 돌릴거임?
-
야발 스카건물 드릴 지지지지징 공사를 몇시간쨰하는거야 8
진짜머리아파
-
3.7년 나는 대학을? 3.7년만? 다니면 되는거임 버텨주마 캬컄ㅋㅋ
-
3개월이상 결제해서 고를 수 있는데 현재 메가듣는중인데 뭐가 나을까요?...
-
수학 개념복습 0
지금 실전개념 들으면서 워크북 기출 이렇게 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개념파트나...
-
라떼는 2등급 올라갈때면 기출이었는데 요즘엔 n제 푸나...
-
이준석·전공의 대표 만남...“尹, 원점 재검토 선언해야” 2
4·10 총선에서 경기 화성을에 당선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
기쁜소식 4
탑10 진입
-
충남대 최저 조건을 보면 과탐 한과목 반영, 과탐 반영 모집단위는 과탐을...
-
고3 표본 기준으로, 기하는 확통과 표본수준이 비슷하고. N수생 기준으로, 기하는...
-
내가 뭘 본거지ㅋㅋㅋㅋ
-
1500원인데 버스나 지하철 4번타면 6천원임ㄷㄷ 다른 지역도 마찬가진가?
-
이 예쁜걸 어떻게 사뿐히 즈려밟고 갈 수 있을까요? ㅎㅎ
-
요즘 교쟈들 보니깐 다르게 말하네 걍 감각을 표현하는 동사나 5형식 수식되는 동사 이런 식으로
-
날씨 좋네요 1
미세먼지만 없으면..
-
알바 가는길에 찰칵^^ 13
민들레 씨앗이 있길래 찰칵~^^
-
근데 왜 "재능없어도 노력으로 ~까진 ㄱㄴ" 이러는거 5
보통 재능이라는건 있다 없다로 {0,1}이 아니라 닫힌구간 [0,1]로 생각하는게...
멋진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ㅠㅠ 여태 너무 오만하게 공부했던게 아닌가 반성하고있습니다 ㅠㅠ
응원합니다!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