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 즈음 나오는 정시와 수시 이야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6949717
2년간 입시를 준비했던 한 명의 수험생이자 졸업생으로 글을 써내려간다.
항상 이맘때가 되면 기분 나쁜 정시글과 수시글이 보인다.
전문가인 것 마냥 자신의 논리와 생각을 펼치는 키보드 위의 전쟁터
나 역시 다를바 없겠지만 한번만 글을 써보고 싶다.
난 정시러였다.
물론 현역 당시엔 논술로 대학을 갔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논술도 사실 정시였다.
애매한 수도권 인문계 고등학교
이과 내신 3등
애매하게 쌓은 실적과 진로 계획
고3 때 눈을 떠보니 내 내신과 비교과 실적으로는 애매한 인서울 공대 뿐이었다.
말도 안돼
모의고사는 다 1등급이 나오는걸?
상위 98프로에서 99프로인데?
나에게 있어서는 정시는 공정했고
수시는 공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학교 생활이 부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수시를 위한 학교는 아니었다.
일부러 실적을 만들어주고, 상을 주고, 입시 준비를 시키지는 않았다.
물론 그게 옳다.
그렇지만 전교 1등을 제외한 400명의 수험생에게는 아니었다.
그래서 고3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난 수시를 싫어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회를 나가고 실험을 하고 동아리를 하고
열심히 눈에 보이는 실적을 써내려갔다.
생기부에는 시시콜콜한, 작은 사실 조차 조미료를 더했고
딱히 준비를 한 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결과는 인서울 공대
무시할 것도 아니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모의고사의 성적과 너무 차이가 났기에
현역 때의 치기어림까지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던 것 같다.
현역 때 이제 평가원을 마주했다.
고3이 아니라 재수생이 상대였고
난 아마 그 때 역대급으로
시험을 조졌던 것 같다.
우습지만 그 때 성적이
딱 학종을 갈만한 정도였다.
망했다라고 보기엔 애매하지만
현역의 나에겐 첫 충격이었다.
수학 3등급
화학2 3등급
오타인가?
그 이후
하나의 꿈을 버렸다.
난 화학1을 수능 과목으로 택했고
수학 30번을 포기했다.
아마 그 때부터 근거없는 자신감을 버리고
정시와 수시 모두를 준비한 것 같다.
물론 조금 늦었다.
고3 1학기 내신을 멋도 모르고 놓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언제나 실패는 내 옆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늦었지만 자기소개서와 비교과를 써내려갔다.
그리고 그 때부터 개념 강의를 제대로 듣기 시작했다.
나의 공부법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개념부터 다시
한석원 센세와 함께...
당시에 학교장 추천 자리가 나에게 주어졌다
이과 5등에게는 올 수 없는 자리였지만
그 누구도 쓰지 않았기에
나까지 온 것이었다.
부모님은
수시가 쉽다고 수시가 답이라고 수능은 모른다고
그렇게 학추 준비를 했다.
우습지만 결국은 쓰지 못했다.
정시가 더 자신 있어서?
아니면 고려대보다 더 좋은 곳을 갈 수 있어서?
아니
학교장 추천이라는 특별한 기회가 주어져도
내 성적으론 못가기 때문이었거든.
결과론적으론 정시가 더 잘 풀렸지만
그 당시엔 내 자존감에 많이 상처를 입었던 기억이 난다.
아차 이 이야기를 까먹었다.
고려대학교 학교장 추천을 준비하며
자기소개서를 써내려간 그 짧은 2주가
입시를 준비한 고등학교 3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내 진로에 대해 진심으로 생각해 보는 기간이었다는 것을.
고등학교 때 두번 운적 있다.
누군가를 좋아 하는 것을 조금 늦게 알았을 때
한번은
내 꿈을 접었을 때
2주, 고3에게는 짧은 시간이기도 하지만 긴 시간이기도 한다.
그 2주를
모의고사를 풀고, 수학 문제를 푸는게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나의 학교 생활에 대해 써내려가는데
소비했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초등학교 때
나의 꿈은 특별해지는 것이었다.
만화 속의 슈퍼 히어로처럼
아니면 소설 속의 판타지처럼
물론 현실을 마주하고
그 꿈은 잊은지 오래지만.
초등학교 때 치기어린 생각이 다시 떠오른 것은 왜일까
7월달 즈음
학교 선생님의 팩폭을 맞고
결국 학교장 추천 전형을 포기하고
수시라는 최소한의 보험조차 없어지자
7월 모의고사를 기점으로
난 과탐 2과목을 포기하고
서울대라는 거창한 목표는
구겨진 나의 자기소개서와 함께 사라졌다.
그 때부터 의대를 준비했다.
오만하게 보이고
뭔 선택이 그따구냐 싶지만
아버지가 그랬다.
서울대나 카이스트가 아니면
너의 전공을 살릴 기회조차 없을 거라고
왜냐하면 나의 목표는
기계공학과와 전기전자 공학과가 아닌
에너지 연구였으니깐.
대체에너지 개발
핵융합 연구
이게 내가 고려대학교 학교장 추천 전형을 준비하며
자기소개서에 써내려간 내용이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진로 목표를 적으라 하면
그냥 공대
내 성적에 걸맞고
취직도 잘되는
기계공학과와 전기 전자 공학과
고등학교 3년 동안
단 한번도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꿈은 무슨무슨 과가 아닌
무슨무슨 대학
명문대 꼬리표가 아마 나의 목표였을 것이다.
자기소개서를 써내려간 2주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자기소개서를 써내려가면서
나의 학교생활은 빈곤했고
1000자는 글을 쓰기엔 너무나 많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꿈을 적어내렸지만
꿈을 위해 준비한 적이 없었기에.
솔직히 그 때의 그 감정
그 순간의 심정은 2년이 지난 지금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것만은 확실하다.
그 때 내 자기소개서에는
에너지 공학 연구원이라는 꿈이 적혀져 있었고
그 목표를 포기하게 되었을때
옥상에서 혼자 울면서 슬퍼했다는 것.
그 때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결국 부모님과 선생님을 설득시켜
과탐2과목을 준비하고 시험을 보고
안되더라도 내년에 다시 준비를 하고
이도저도 안되더라도
대학에 가서 열심히 했더라면
당당한 에너지 연구의 권위자가 되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 때의 선택을 저주하며
후회했을까?
그 누구도 알 수 없고 아무말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 때의 일 이후
학종이라는 것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본 것 같다.
적어도 후회와 선택이라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었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꿈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으니깐.
그 이유만으로도 난 학종이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나는 에너지 공학을 포기하게 되어
공대라는 목표에서 의대라는 목표를
나에게 있어 정시라는 유일한 길로에 놓인
최상의 목표를 고르게 되었다.
후회는 없다.
도망쳤다는 생각도 들고
힘들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더 좋은 선택을 한 것 같기도 하다.
당시 2주만의 결심이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꿔 놓았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솔직히 지금 내 삶 또한 마음에 들고
그 어디서든 최선을 다하면
마지막에 이르어 후회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의외로 난 정시로도, 학종으로도 내 대학을 정하지 못했다.
정말 당황스럽게도 논술로 입학하게 된 것이다.
물론 최저컷 덕분에 별거없는 내 수학 실력으로 통과한 것이지만 말이다.
이렇게 여러 전형을 겪다보니
나름의 생각을 적어내려갈 수 있는 것 같다.
학종은 금수저를 위한 전형
고등학교도 좋은 곳을 가야되고
날로 먹는 전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나처럼
꿈에 대해 생각하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 잠시라도
한명의 학생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그 것만으로 그 가치가 증명되는 것이 아닌지
그리고 고1 때부터 착실히 비교과 교과를 쌓아온 학생이
명문대를 가는 것이 과연 그른 것인지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정시 또한
전국의 수험생이 동시에 같은 시험을
정확한 숫자로 점수가 나오고
가장 평등한,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는 전형이라고 많이들 이야기 한다.
그렇지만 몇천만원씩 과외를 받는 학생들
재수생과 반수생들을
현역들과 같은 시험장에 배치하는 것이 정당한가?
정시 준비는 돈이 들지 않는가?
어설프게 자신의 논리를 펼치고
현혹될 시간에
자기소개서 한줄이라도 더 적고
수학 한 문제라도 더 맞추길 바란다.
그리고 혹시라도
잠깐의 시간이라도 남는다면
나는 사회에 나가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
내 꿈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지금 생각해보지 않으면
언젠가 선택조차 하지 못한 자신을 후회할 수 밖에 없으니깐
0 XDK (+100)
-
100
-
유튜브 나와서 그동안 모아놓은돈이 더 적을수는 있지만 지금 연봉은 훨씬 많이번다...
-
미 치 겠 네 0
나도 귓벌레 있나 자꾸 머릿속에 노래가 맴돌아
-
주인 잃은 레어 2개의 경매가 곧 시작됩니다. 속초 바다"나무위민달팽이가 직접 찍은...
-
공부하러
-
이유는 모르겠는데 레벨이 한자리수인걸 보고 식은땀 흘리면서 깸
-
내년에 N수의신에서 봅시다 인사는 전 글로 대체할게요
-
도형 노베 듣고 시발점 수1,2 미적 다 들었는데요 이제 뉴런 들으려고 하는데...
-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여
-
홍준표 대구시장은 17일 국민의힘이 오는 6월 전당대회를 열기로 가닥을 잡은 것과...
-
안녕하세요? 4
-
얼빠vs몸빠 0
뭐가 인기많음
-
센츄 됨? 1
-
불을 꺼버리심 방황하다가 주인장님 마주쳐서 다시 켜주심,,,,
-
이과는 아무리생각해도 반대가맞다 그래서 인기가좋은거겠지 문과하방 ㄹㅇ 거지 ㅋㅋ
-
17시간 잤다 6
질문은 안 받는다
-
나 있는 쪽 구역만 그럼
-
배아파 2
병원가야되나
-
10000원권만 있는데 교환가능한가
-
사탐런 0
재수고 작수 화미영생지 44273 나옴 작년에는 생명버리고 걍 가천대 가자는...
-
오늘은 알람앱을 4개 깔아놨는데 얼버기를 실패했다 언제 정신을 차릴까?
-
추합은 없을 예정
-
실패 3
-
교수님도 문제 만들기 귀찮으실텐데 교수님도 시험 던져요
-
공부달리고올게욘 열품타 14석 공석입니다 50명이후 더 몬받음
-
강기분 새기분 1
독서는 어느정도 괜찮고 시간도 별로 없어서 강기분 건너뛰고 새기분 들으려하는데 괜찮을까요?
-
후후후
-
기출 끝내고 딱 입문할때 할만한 그런 N제요 발상적인 풀이보단 개념에 좀 집중된...
-
저녁식사는 6시 이전에 하고 8시부터 물 마시지 않기 9시부터는 무드등켜고 책보기...
-
하… 2
집에 실모 놔두고왔다 ㅆㅃ.. 개빡치네
-
오늘도 2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
다들 오늘도 화이팅 10
-
이거 듣는게 의미가 있음뇨? 걍 안듣고 자습이나 하는게 엄...
-
ka^2+a=0kb^2+b=0 >> k^2+x의 근이 a와 b 이 조건 기출 빈출인가요??
-
“잘하는 애들이랑 같이 하면 너도 잘하게 된다니까”
-
제가 원래 생지를 하다가 생명을 드랍하고 사문으로 교체를 했는데 그러면...
-
저 빛나는 별을 타고서
-
유썩 안감사
-
과도하게 환원주의적으로 생각하면 안되는게 있음 커뮤가 병신이라고 해서 그 커뮤를...
-
[고1~고3 내신대비 자료 공유] 2025 EBS 수능특강 국영수, 고1 국어, 고2 문학, 독서 분석 문제 배포 0
안녕하세요 나무아카데미입니다. 2025학년도 고1~고3 내신대비를 위해 수능특강...
-
학교 선생이 만드는 내신 시험지보다 나은건 당연한거 아님? 서울대는 특히 그걸 왜...
-
지구 사설모고 따로치면 1-2 진동하는데 수능마냥 국수영한탐 연달아 치고...
-
와 꿈에서 1
레알 마드리드가 맨시티 가까스로 잡았는데 이왜진
-
캬루룽 1
캬릉
-
ㅋㅋㅋㅋㅋ
-
안녕히주무세요 3
조금만 더 자야지
-
자러가야겠다 1
포기란 상남자의 유의어
-
오늘 하루 일과를 다 끝냈는데
-
재수생이고 낮은 3등급이에요 수1은 마플-뉴런-수분감-수특 했고 수2는...
-
얼버기 9
공정성은 상대적이죠.
쭉읽으며 공감되는게 많네요
애옹이 넘 이쁘다
다시 생각해보는게 많게 되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크..잘읽었습니다
ㅋㄱㅅㅂ 잘읽었습니다
고1때부터 준비를 마치고 들어오는 사람도 흔치 않고 수능 준비 기간과 과정도 차이가 많으니 그 어떤 것도 완벽할 수 없을 듯
띵언 ㅇㅈ합니다 학종 너무 내려치기당하는느낌
수시로 가는 사람:정상 , 정시로 가는 사람:정상
,수시로 간다고 뭐라하는 사람:비정상, 정시로 간다고 뭐라하는 사람:비정상
형님 변기글 쓰다가 갑자기 이러시니 넘모 멋있잖아여
감동받으면서 스크롤 내렸는데, 전글에 '혹시 변기 잘 뚫으시는 분 있나요'....
내 감동..
비데로 바꿔야겠네요
학종의 원래 취지를 잘 느끼신 분이네 그런데 수시(학종)는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성을 잃어서 정시가 그나마 낮다는 거
돈 문제가 아님
수시는 불공정함
그게 팩트임
ㅋㅋ정시 준비는 돈이 들지 않는가? 에서 띠용
정시가 공정하다는 것은 딱히 이견 없습니다. 그렇지만 정시라고 모두 같은 조건을 가진다는 것도, 그리고 정해진 목표가 아니라 성적에 맞추어 대학을 지원한다는 점이 정말 씁슬하더군요
3줄요약좀
저도 원래꿈이 핵융합 연구원인데 학생부가 안좋아서 서울대 한양대는 써보지도 못하고..정시론 갈 수 있었지만 의치한이끌리더라거요. 결과적으로 공대에 안간건 후회가없지만 그때 제가 학종으로 1차를 붙었던 경희대에 진학했다면(면접안감)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드네요ㅋㅋㅋ
언제나 선택은 갈등을 불러오는법이죠. 어디서든 최선을 다해서, 후회없을만큼 노력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이 드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