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썰(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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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때 12월 이었다.
보충 2교시 시작하기전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직도 기억하는데, 우리학교 고2 교무실 문은 이상했다.
묘하게 여는맛이 있다고 해야하나..
보충 2교시는 담임 시간이었다.(지구과학)
담임쌤이 잠시 유인물좀 가지고 가라고해서 유인물 놓는 책상 쪽으로 갔다.
그때, 바로 내 옆에 다른 유인물을 가져가려는 그 애를 봤다.
우리학교는 남녀반이 가운데 큰 통로를 두고 나뉘어져 있었기 때문에 분반을 제외하고는 딱히 갈일이 없다.
그리고 난 교무실도 많이 갈일 없었고. 멀기도 했고. 뭐 뭄제아도 아니고 딱히 빠진다거나 행정처리 같은것도 할필요 없어서인가.
어찌됐든 결론은 그 애를 볼일이 거의 없었다.
그것도 가까이에서.
난 그때만해도 딱히 학교 여자애들 신경도 안썼고
친한애들 연애한다하면 "븅신ㅋ" 이러면서 놀려대기만 했을뿐.
진짜로 사심없었다(리얼). 그냥 피시방 독서실 집 학교. 이게 전부였고 연애는 귀찮은거라 생각했던것도 있고.
만약 그냥 지나갔다면 나도 딱히 기억도, 반하지도 않았겠지.
생전처음보는 나에게 말을 건냈다.
아마도.. 지구과학 프린트 진도에 맞는거냐고
물어본거겠지. 기말고사를 앞둔 지구과학 보충 특강이라
나와 같은반이 되었던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어쩌다보니,
정말 별거아닌 접촉으로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됬다.
우연인지 비극인지, 3학년때 같은 물2 선택자가 되어 같은 물2 수업을 듣게됐다.
여자의 물2 비중은 매우 적어서 남자와 섞어서 듣게 됐는데 거기에 그녀가 있었다.
어쩌다보니 좀 말을 주고 받았고, 물2 공부 관련 프린트가 나에게 주어지면 그 아이에게 주기위해 그아이 반까지 가게됐다. 그렇게 교류나 말도 몇번씩 주고받았다.
하지만 이놈의 소심한 성격 때문에 뭣도 안되는,
본인기준의 철벽을 쳐버렸다.
(생각해보니 내가 츤츤의 기질이 있던것같다 ;;;)
...
그렇게 무려 1년가까이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나에겐 너무 먼 사람 같아서.
나같은건 좀 과분한거 같아서.
그리고 나의 소심함도 한몫했겠지.
괜시레 친한 친구들한테도 말을 안했다.
그냥.. 그래 딱 건축학개론 같은거라 보면된다.
그리고 고3이 한창 지나가며
나는 다짐했다. 수능 끝나면 좀 더 다가가기로.
그런 나의 마음이 무너져 내린건,
수능 보기 일주일전
대학을 수시로 합격한 나의 친한 친구가 그 아이와
연애하게 되었다며 나에게 말했을 때였다.
한창 수학 실모를 풀고 막 채점까지 완료한 상태였었다.
그 당시의 내가 어땠을지는 딱히 생각하고 싶진 않다.
말하기도 어렵기도 하고.
중요한건 친구놈도 내가 걔를 좋아하던걸 몰랐기 때문에
나는 티를 낼 수가 없었다.
모든건 내 책임인걸..
수능이 끝나고, 수능도 망했다.
나의 작디 작았던 소망도 산산히 부서져버렸다.
만약 훗날 내가 아직도 마음이 있고,
혹시라도 친구와 그녀가 헤어진다고 해도,
다시 난 그녀에게 좋아한다고 말할수도 없었다.
우정이냐, 사랑이냐를 떠나,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수능이 끝난후에 그 둘과 같이 밥을 먹은적이 있다.
남들은 그 자리에 나오라고 나가냐? 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딱 한번쯤은 그 둘을 바라보며 위안하고 싶었다.
웃긴건, 밥 먹으면서 고개를 제대로 들 수 없었다.
나 스스로도 추악하고,수치스러운 자괴감이 들어서였다.
둘이 깨지는 바램이 아주 조금, 가슴속에서 기어올라왔기 때문이다.
나와 조금 친해진 그녀도 나에게 밥 먹으며 말을걸면 괜시레 화제를 돌리기도 했다.
&' 너의 연인은 나의 오랜 친구.. &' 라는 마음이 무겁게 자리잡아서 그랬던걸수도 있다.
그 며칠사이에, 둘은 조금 닮아져 있었다.
아직도 그녀와 그놈은 서로 알콩달콩 연애하고 있다.
요샌 다시 그놈의 페북을 들어가보기도 해보고,
이제 좀 다시 잦게 만나기도 한다.
수능이 끝나고 같이 피방을 갈땐 이유없이 등을 한대 갈기기도 한다.
" ㅇㅇ는 잘 지내냐? " 라고 물어보면 곧잘
" 고럼~ 얼마나 좋은데 ㅎㅎㅎ "라고 답한다.
새끼.. ㅈㄴ 패고싶다..
이따금 피방에서 바빠보이거나,
술먹으러 가자해놓고
나는 몇잔 안마셔서 안취해있는데 친구놈이 거하게 마셔서 취해져 있으면
그녀의 안위와 그녀를 아직도 마음 한켠에 담아두고 있는 친구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조용히 한마디 한다.
" 잘 보살펴줘.. 미안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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