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레 [662774] · MS 2016 · 쪽지

2016-12-10 08: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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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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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대학을 가지 못할 성적을 받은 자괴감.

아니, 진정으로 그 대학을 갈 수 있을만큼 더욱 더 열심히 공부했던가.

아니다. 그것을 알기에 자괴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더 잘 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환상속에 빠져서 소신지원도 아니고 거의 불합격이 99.999999%인 대학에 정시 지원을 도전하려고 하는 나 자신의 무지한, 혹은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자괴감.

그저 신에게 대학 잘 갈 수 있게 해달라고 빌 수 밖에 없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이 현실에 대한 자괴감.


하지만, 대입 문제로 발생하는 자괴감은 아주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

스스로 다른 사람의 노력은 인정하자고 매번 다짐했지만, 찍었는데 맞았다든지, 수시로 합격했다든지, 그런 말에 표면적으로는 축하해주면서도 왜 현실은 이런가, 운적인 요소가 가장 중요한가라며 세상에게, 신에게 화풀이했던 내 자신에 대한 자괴. 그것보다 더 큰 환멸감.

그들도 그런 운이 따를 정도의 노력을 했을 것이다. 내가 모르는 그 노력들을 편협하게 평가하는 것은 너무나 무지할 뿐이다. 그렇게 항상 말했던 것이 나 자신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무엇인가. 나는, 결국 내가 기뻐할 수 없는 상황에는 나 자신만 볼 수 밖에 없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던가.


그런 사람은 정말로 필요가 없다. 그저 환멸할 수 밖에 없는 존재. 그 존재가 나였다는 것에 대한, 그것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한, 존재 그 자체에 대한 자괴감.


아침 공기는 아직도 매섭게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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