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알멘탈 [536659] · MS 2014 · 쪽지

2015-10-08 23:39:12
조회수 563

문과인데,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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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문계열을 지망하는 학생입니다.

수저 이야기를 꺼내자면 평균보다 조금 못한 정도? 하여튼 금수저와는 거리가 멉니다.
진로에 관해서는, 부모님 중 한 분은 절 지지해주시고 한 분은 약간 못마땅해하는 정도입니다.

고1 때까지는 그냥 별 생각없이 제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겠다고, 나는 이 학과가 좋다고, 중학생때부터 이 학과밖에 생각 안해봤다고, 그렇게 살았는데요. 학과 관련해서 고소득 직업을 가진 친척분에게 심하게 까인 적이 있습니다. 그 때 크게 멘붕한 이후로 아직도 방황 중이에요.

그 이후로 1년에 걸쳐 부모님과 많은 얘기를 해오면서, 제가 지망하는 전공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부모님은 '정 니가 원하면' 보내주겠다고 하셨는데, 정작 그 이후에 딜레마에 빠진 건 저예요. 

그 이전에는 제가 어문학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주위에서 하도 욕을 먹을대로 먹다보니 이젠 제가 진짜 이걸 좋아하는 게 맞는지.. 회의감이 들 때도 있습니다. 
부모님 수입이 약간 불안정한 직종인 걸 생각하면, 그냥 이과로 전향해서 공대나 의대를 노려서, 평생 자식으로서, 후에는 부모로서 책임감을 다하며 살고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저를 여기까지(고2가 이런 말을 하면 우습지만) 이끌어온 건 어문학이에요. 어쨌건 대학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중학교 때 별로 좋지 않았던 성적 끌어올리고, 지금도 공부가 지긋지긋할 때 다시 펜을 잡게 해주는 건 어문학입니다. 이걸 배신하고 상경으로 가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선 제 자신부터가 완전히 정리되지도 않은 상태라, 다른 분께 조언이나 충고를 할 목적으로 쓴 글은 아닙니다. 그냥 '이 시대에 인문계열 가는 애들은 대체 무슨 생각이냐!!!'라고 호통치시는 분들께 드리는 초라한 답안일 수는 있겠네요. 저는 외부적인 상황도 좋지 않고, 내부적으로도 상당히 유약한 사람이라, 신념이 확고한 분들이 보시기에는 마음에 들지 않겠죠.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저는 두렵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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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린 · 582289 · 15/10/08 23:53 · MS 2015

    지금 두렵다면 나중엔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 두려움이

  • 유리알멘탈 · 536659 · 15/10/09 00:28 · MS 2014

    어디로 가든 멘붕과 방황은 존재하는 거 아닐까요
    이상을 택하기엔 두렵고 현실을 택하기엔 속이 쓰리죠

  • Meister · 411696 · 15/10/09 02:22 · MS 2012

    참 이런글 볼때마다 드는 생각이...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어느 길을 가든 기회비용이 있겠죠. 다만 문제는 그 기회비용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sssoo · 546664 · 15/10/09 08:29 · MS 2014

    정말 어문학을 공부해서 박사과정이상을 노리시는게 아니라면(그러기위해서는 집안의 경제력도...) 상경계열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어문학을 정말 순수하게 좋아하시는것이라면 솔직히 상경계열로 입학하시더라도 따로 어문학을 교양처럼 공부하실 시간 충분해요. 그리고 문과는 이과와 달리 특정과를 간다고해서 진로가 확실하게 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말은 즉 상경계열로 입학한다고 앞으로 어문학 관련된 직업을 갖고 싶을때 마이너스 요소가 되는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죠. 쉽게 말해서 문과에서 상경계열을 나온다는 것은 선택의 폭이 넓어질수 있다는 것입니다. 헌데 어문계열로 전공을 가지고 입학한다면? 일반 대기업 취직시에 상당히 벅차다는 것을 느끼실거에요. 쫌 말이 두서 없는것 같은데 제가 하고 싶은말은 상경계열간다고 어문학쪽으로 평생 진로를 못잡는것도 아니기에, 장래에 본인의 직업선택의 폭을 넓힐수 있는 상경계열로 입학하시는것이 안전할것 이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