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ischutz [435538] · MS 2012 · 쪽지

2016-09-26 23:24:55
조회수 2,385

고대생 일기 (꼰대주의. 장문주의.무물받음)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9241187

군인 휴가나왔어요. 매일매일 일기쓰는데 오랫만에 오르비 들어와보고제 과거 생각도 나고, 지금의 저의 모습도 돌아보고, 솔직히 꼰대같은 성격이라 어려분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싶어서 일기를 올려봅니다. 일기니까 반발로 쓸게여 그래야 더 솔직해질수있음 ㅇㅈ?

오르비 ㅈㄴ 오랫만임. 군대 선임이 수능준비한다길래 정보찾아주려고 들어왔다가 새록새록 옛날생각에 잠김. 옛날이라 함은 2013년. 재수할때 가끔와서 정보얻어감. 근데 솔직히 큰도움 된지는 잘 모르겠음. 그때 유명했던건 포카칩이랑 페로즈. 페로즈 자살한다고 막 그랬는데 살아있나? 살아있으면 댓글좀

자기소개하자면, 고대 14학번임. 여긴 수능천국 내신지옥이니까 수능점수 공개해야 인정해주겠지? 내 옛날글 찾아보면 수능성적표 있음. 3개틀림. ㅅㅌㅊ ㅇㅈ? 근데 지금 생각하면 다 부질없음. 부질없다는게 결국 이 글의 핵심. 한줄요약. 지금 듣고있는 노래도 mot의 부질없어. 다 부질없어.

요즘 일기 주제들이 현타인데, 오늘 일기도 현타에 관한것. 나의 3년전이 깃든 오르비와 지금을 비교하자니 현타가 빡. 들어오면서 보니까 오늘 글중에 수능은 노력을 측정하는게 아니라 잘하는지를 측정하는거라는데, 뭐 수능에 한정하면 맞는 말. 사실 안그런 시험이 어딧어. 나도 옛날엔 수능이 체고시다 하고 생각하고 정시 짱짱맨 외쳤는데, 요즘은 좀 생각이 다름.

 나도 재수할때 참 열심히 살았는데. 이거 나오고 저거 안나오면 어카지 하고 끙끙거리고, 암기안되서 스트레스받고, 꼼꼼하게 푼다고 별짓다하고. 그래서 하나라도 더 맞으려고 별짓다함. 그래서 결실맺긴함. 그래서 남들 부러워하는 대학 왔음. 아 여기분들은 설대가 체고시니까 뭐...

근데 대학와서 1학년 1학기때. 딱 느낀건 수능은 수능이지 대학과는 다르다는거. 솔직히 첫학기때 수능부심 쩔어서 다녔었는데, 팀플이나 영작 발표 작문 등등에서 상상도 못하는 아웃풋내는 수시충들 보면서 ㅈㄴㅂㄷㅂㄷ했었음. 빼애애애애액 수시충새끼들이 나보다 학점이 높다니!!!

재수때는 수능잘봐서 멋지게 대학생활하는 애들이 멋있어보였는데 대학다니다보니 그런애들은 솔직히 멋없음. 왜냐면 스카이가면 그런애들이 발에 차이니까. 여기도 수능잘본애 저기도 수능잘본애. 오히려 진짜 멋있고 매력있는애는 엇나가는 애랄까. 남들 안읽는 책-맑스 알튀세르 발리바르 아렌트 페미니즘 등등-읽으면서 스터디하고 대안언론도 하고 총학도 하고 대자보도쓰고 등등등. 남들은 관종이니 종북빨갱이니 할지라도 사실 대학에서라면 저런게 진짜 대학의 텔로스에 맞는 학생이라 생각함. 이런애들 보면 지적 호기심이 ㄷㄷ해. 학점이니 자격증이니랑 무관하게 자기가 궁금한거있으면 혼자든 여럿이서든 공부하니까.
나도 저런거 따라하려다가 ㅈ망... 걍 포기함. 내삶 챙기기도 힘들었음ㅠ

나는 대학가고서부터 헤비 고파서가 되었지. 고파스는 고대 커뮤니티임. 병맛 개오짐. 내 소원은 오르비충에게 고파스를 하루만 보여주는거임. ㄹㅇ 고대오고싶은 마음 싹 사라짐. ㄹㅇ 오르비가 그냥 커피라면 고파스는 TOP랄까. 가끔 오르비 하던 애들이 커서 고파서가 되는건 아닐까 생각이 들정도. 근데 고파스 보면 노땅아재 아지매도 많아서 바깥얘기도 나오고 ㅈㄴ 현실적인 진로얘기 많이나옴. 근데 결론은 항상 고대나와도 ㅈ같다는거.거의 패배자집단임. 고대어문가느니 중경경영간다는데 고자되기까지 거는사람들. 백퍼공감함. 고대다녀도 미래 ㅈㄴ암울함. 대잡대잡 신나는노래 나도한번 불러보자. 연대나 서울대는 다를것같지? 세연넷 스누랖 다 아이디 빌려서 눈팅하는데 세연넷은 오르비보다 화력 떨어지지만 만만찮게 병맛. 스누라잎은 누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스누라이프 보게하고픔. 나라 미래없음. ㅇㄱㄹㅇ.

잡설이 길었지만, 3년전에 나에게 하고싶은 말은, 수능잘봐서 설대 연고대 가봤자 인생의 답은 보이지않는다는거. 중요한건 수능성적표나 대학합격증이 아님. 수저 색깔? 맞음ㅇㅇㅇㅇ ㅇㄱㄹㅇ
근데 수저 색깔은 못바꾸니까. 중요한건 뭘까.

내가 내린 결론은 행복하게 사는거. 이건 수저나 학벌이랑 상관관계가 없지 라고 말하면 댓글에 욕이 한바가지일것같음. 맞지 상관관계가 있지. 근데 중대다니는거랑 성대다니는거랑 고대다니는거랑 서울대다니는거랑 행복과 상관관계가 클까? 난 별로 안클것같음. 수능 하나틀린거랑 네개틀린거랑 행복의 차이가 클까.그 순간에 크겠지만 더 중요한건다른 데 있는거같음.

솔직히 지금 나보고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글쎄. 난 변변한 취미도 없고, 여자친구도 없고 흑, 인생을 재밌게 행복하게 사는법을 모르면서 살았는데. 꿈도 없음. 그래서 인생이 무기력한가. 지금 돌아보니 후희됨.
 오르비식으로 말하자면 난 내가 중경외시를 다녀도 기자나 회계사같이 내가 하고싶은 꿈이있고 인생즐기는 취미도 있고 여자친구도 있고 하는 삶이 더 행복할것같음. 이건 진심.

글 쓰면서 옛날에 쓴 후기 읽어봤는데 개쪽팔림...근데 저땐 열심히 살았던것같음. 그땐 행복했나? 지금보다는 행복했지.분명. 근데 저 때나 더 이전으로 돌아가라면 저런삶보다는 좀더 여유롭고 인생즐길줄 아는 법 배우면서 살고싶음.

개인의 행복에 덧붙이자면 솔직히 인간들 사이에서 욕안먹고 잘사는것도 매우 중요함. 왜냐. 이건 내행복이 아니라 나랑 같이 있는 사람들의 행복에 관한거니까. 고파스나 오르비나 보면 익명의 뚫린손가락이라고 댓글 막다는 사람들 있던데. 흠
최소한 인간존엄에 대한 믿음이나 원칙은 지켰으면함. 나도 지킬려고 노력하는데 힘드네. 세상에서 제일힘든건 사실 도덕적으로 사는일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수능 앞둔 사람들에게 말하자면, ㅈㄴ 꼰대같지만, 부담없이 보셈. 난 삼반수한다 생각하고 셤봄. 그러니까 셤장가서 모닝똥 시원하게쌈 ㄱㅇㄷ 시험은 뭐다? 모닝똥!

3줄요약
1.수능이 중요한게 아님.
2.행복이 중요함
3.시험은 모닝똥

쓰고보니 길어졌는데 말투나 내용보고 기분나빠할분들도 있을것같네요. '너는 수능잘봤으니까 배부른소리가 나오지'라고 한다면 할말이 없어요. 그래도 대학생활도 하고 군생활도 하면서 느낀거 최대한 솔직하게 써봤어요. 수능 앞두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P.s 휴가나와서 심심하니까 무물도 받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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