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라도 [571544] · MS 2015 (수정됨) · 쪽지

2016-12-08 01: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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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서러운 이유는 끝나고 남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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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성적표밖에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근데 이 성적표에는 


내 1년간의 눈물이

슬픔이

기쁨이


아무것도 담겨져있지 않다는 게 서글플 뿐이죠



누구는 놀면서 공부했는데 성적이 좋은데

남들 놀 때 공부한 친구가 성적이 안좋은 걸 보면


대체 이런 법이 어딨냐고 소리쳐보고 싶죠

세상은 왜 나에게만 모진거냐고 울고싶어지죠



더 슬픈 건


그 종이 쪼가리하나에

내 과거 전체가,살아온 삶이 부정당하고 내팽겨쳐지는 거에요.

그보다 더 비참할 수가 있을까요.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내 삶은 왜 항상 이 모양 이 꼴인지

궁금하죠



생각해보면 살아오면서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말예요







근데 생각해보면 그러니까 인생인 거일지도 몰라요


저는 제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생각했어요



&'그래, 얼마나 잘될라고 내 인생이 이렇게 꼬이는지 보자. 후에 얼마나 기쁜 일이 많이 일어날라고 이렇게 슬픈 일만 일어나는지 보자.&'

 

이렇게 으름장을 놓고 나면 한결 맘이 편해졌어요.


우리가 살아온 날을 되새겨보면 슬픈 날이 많았던 만큼 기쁜 날도 많았잖아요,찾아보면.


저는 수능을 망치고 그렇게 마음을 추스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 수능을 잘 본 분들에게 축하보다 수능을 망친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싶어요.



여러분. 지금 삶이 어둡기만 하여도 그만큼 밝은 날은 꼭 찾아와요. 지금 어두운 그 시간에 갇히면 안돼요.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행복한 순간들이 반드시 있어요. 그 순간들을 생각하면서 우리 조금만 버텨요. 지금 이런 시기는 지금이 아니었다면 다른 때에 한 번은 겪어야 할 아픔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미워하지 말아요..


아까 말했듯 우리 그렇게 잘못한 게 많은 건 아니잖아요


 지금 진정으로 자신을 위로해줄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어요. 결과만으로 자신을 평가하는 건 세상이 할 일이지 우리가 할일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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