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모리 [659585]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6-12-08 17:30:24
조회수 2,949

이게 우리 시대에도 적용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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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버지께서 한국해양대 항해과를 늦은 나이에 자퇴하시고...횟수로 치면 재수...연세로 치면 삼수를 하셔서 인제의대에 들어가셨어요...


그런데 아버지께서 당시에 친할아버지가 안 계신 어려운 형편에도 친할머니를 눈물로 설득하셔서 부산 시내의 모 재종반에 다니셨는데...아버지의 재종 담임이셨던 분이 수학 선생님이셨는데...지금의 부경대...이전의 전문대에 해당했던 수산대학교를 졸업하신 분이였어요...유명 강사나 인기있는 선생님은 당연히 아니였죠


아버지께서도 속으로 선생님이니 형식적인 예의는 지키셨지만...그 분의 학벌때문에 속으로 은근히 그 선생님을 무시하셨고...인제의대에 합격하신 후에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사이가 좋지 않았던 그 선생님을 찾아가지도 않으셨죠


그런데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그 선생님은 아버지의 기억에서 잊혀진지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우연히 지역신문을 보시다 그 선생님이 학원경영의 연이은 성공으로 100억에 가까운 자산가가 되어있고...지역 정치계에 성공적으로 진입해 부산시 정무부시장을 거쳐 부산시의회 의장이 되셨다는 기사를 보셨죠


아버지가 그걸 보고 하시는 말씀이...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생각이 짧았다고 하시면서...그 선생님이 공부나 학벌을 떠나서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릇이 크신 분이였다는 사실을 여러모로 행동이나 말에서 느꼈지만...본인도 많지 않은 나이에 학벌이라는 것만을 전부로 보시다 보니 이를 인정하지 못했다고 하시면서...인생은 생각보다 길고 학벌이라는 한가지 변수가 모든 다른 변수를 좌우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라는걸 연세가 들수록 느낀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이런 말을 하는게 조금 우습지만...생각보다 인생에는 많은 기회와 재기의 여지가 있습니다...오르비언 님들께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신 분이든...좋은 결과를 얻으신 분이든...지나치게 기뻐하실 필요도 절망하실 필요도 없으리라 믿습니다...힘내셔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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