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8OCGdkYjzP3p [698399]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7-04-10 04:14:56
조회수 10,278

기숙학원에 있는 (여)학생분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11731050

기숙학원에 10달 있었던 사람으로서 현시점에서 무궁무진한 학생분들께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우선 생활관리는 두 달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66일이면 습관이 형성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들어왔습니다.)

그 이후에는 같이 먹고자고싸는 사이들이 점점 친해지고 너무 가까워지다보니 못볼꼴보고 마음상하고 공부안되고 후회하게됩니다..


한 사회에서 오래 생활하다보면 그 공간이 전부인줄 알게됩니다. 우물안의개구리보다도 더 좁은 시야를 가지게 되며 그 곳의 가장 낮거나 높은 반에 있다고 열등감이나 우월감을 함부로 갖게될수가 있어서 굉장히 멘탈이 안좋아져요.


공부가 안되는것 같다 괴롭다 힘들고 지친다 해서 부모님께 말했었는데 돌아오는 말은 그렇게 나약해서 나중에 뭐가 되겠느냐. 끝까지 버텨라. 끝에 남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안면근육 사라지고 나름 다양했던 표정들도 하나하나 사라져가고 어느순간부터는 점심먹기도 지쳐서 수개월간 몸과 마음 피폐해져가면서까지 끝까지 남았습니다. 결국 수능 전날이 되었고 아빠가 해주신 말씀. 너가 많이 틀리고 시험 망쳐도 내 딸이다. 다음날 시험보고 밤에 채점한 제 결과는 목표와 동떨어진 등급 그 뿐이었습니다.


시험전에는 천사같았던 아빠가.. 그리고 엄마가.. 결과를 보더니 애써 좋은 표정으로 끝까지 버티느라 수고했다고 하더니.. 한달이 지나고 발표를 기다리고 정시를 넣으면서 점점 달라졌습니다. 하루하루 상처주는 말만하고 전 매일매일 울었습니다.. 버틴 결과가 이거냐고 .. 원망하고 또 원망하고있어요..


지금은 붙은 학교 나름대로 만족하고 적응해가며 저번주엔 수능성적우수장학금도 받게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다니는 동안에도 여전히 생각합니다. 그때 . 내가 힘들때 끝까지 버티는것 말고 융통성있게 그곳을 벗어날걸. 이젠 기숙학원을 떠난지 4~5개월이 되어가지만 첫 세 달은 툭하면 울면서 지내고 두 달이 더 지난 지금도 그 안에서 겪은 일들에 관한 단어나 연결고리가 일상속에서 떠오르면 화가나도 억울하고 무기력했던 감정과 함께 눈물이 차오르고 급격히 우울해집니다.. 오늘보다 내일 더 희미해지길 기다릴뿐입니다.


물론 같은 상황에서 그곳을 벗어난 친구가 있긴합니다. 그 친구의 결과와 저의 결과가 비슷하다면 저는 좋지도 않은 트라우마 지녀가면서 사람을 대하는데에 벽이 생기는것보단 그곳을 벗어나 공부하는게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중간에 공부하는 장소를 바꿔서 적응하고 생활패턴이 조금 변화되더라도 그정도 시간투자 쯤이야 하면서.. (마음은 아니더라도 그렇다 생각 하면서.) 대담해질줄 알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부모님이나 학원 선생님의 설득이 있더라도 나중의 결과에 대해 책임질 수 없으면서 하는 설득이므로 자신을 위한 선택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n수라고 해도, 마음고생 심하게 하는게 대다수라고 해도.... 기숙학원에서의 마음고생은 정말 여러모로 심각합니다... 힘들다고 해서 옆에 같은 고생하고 있는 친구에게 말할 수도 없는 처지에, 담임이나 관리해주는 주.야간 선생님께 상담한다고 해도 생활관리차원으로 사소한것이라도 모두가 다같이 공유하기 때문에 해결은 안되고 생각보다 더 힘들어집니다.. 기숙학원의 특성상 곳곳에 있는 cctv로 사생활없이 모든 행동이 조심스러워지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움츠러들게 됩니다.. 부모님께 연락해서 울수도 없습니다. 나중엔 오히려 걱정만 끼칠까봐 제대로 말도 못합니다. 그리고 부모님께 전하고 말한다고 해서 딱히 본질이 바뀌진 않더라구요..


기숙학원은 장점만 보고 가게되죠. 시간이 지나 효력이 다되면 장점이 큰 단점으로 다가오며 장점은 사라지고 단점만 남습니다. 생활관리를 위해서 선택한건가요? 혹은 다른 이유로 간 것이더라도 그 학원에 간 목적을 잊고 공부하지 말고 그 목적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나를 진지하게 생각해보십쇼. 반드시 자신을 위한 선택. 남에게 보이는 이미지 따지지 말고 그 학원에 잘 가르쳐주시는 과목 선생님이 있더라도 아니다 싶으면 나만 생각하시고 잘 선택하세요.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책임은 자신에게 있으므로 예민한 마음에 여기저기 휘둘리지 말고 꼭 후회없이 남은기간 공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똥은 무서운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것.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융통성있게 행동할 것.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 것.


잊지마세요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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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슷트 찬스 · 660934 · 17/04/10 05:01 · MS 2016

    추천 꾹(아 전 해당사항은 없어여)

  • 꽃길별길 · 732948 · 17/04/10 08:10 · MS 2017

    생각 많이 하게 해주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 꼴뚜기 · 629596 · 17/04/10 09:05 · MS 2015

    결과론적인 이야기같은데...

  • Rm8OCGdkYjzP3p · 698399 · 17/04/10 11:56 · MS 2016

    이런 결과도 있다는걸 생각해줬으면 했어요:)

  • 권지용 · 738333 · 17/04/10 11:24 · MS 2017

    기숙학원 다녀 본 사람으로써 공감합니다.
    학원에 무작정 맞추려기 보단 어느정도 공부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게 맞아보여요

  • 내년엔신촌에서 · 740207 · 17/04/10 12:38 · MS 2017

    좋은 글 감사해요. 저는 2월 중순부터 한달간 기숙학원에서 공부하다가 나와서 재종반 오늘 수업 듣고있는데 기숙학원에 돌아가야할지 계속 고민입니다... 수학선생님들이 별로란 생각에서 그룹과외하려고 나왔었어요... 기숙학원에서 같이 하신 분들 중에 성적 급격히 올리신 분 많나요? 같이 거기서 버티셨던 분들이 수능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학원에서는 여기 나가면 망한다식이라서 되게 무섭거든요 저는 생활관리가 잘안되어서(의지박약) 기숙학원에 갈까 고민중이라서요... 아니면 독재학원+인강+단과를 하고싶은데ㅠㅠ

  • 낭만가 · 736626 · 17/04/10 13:01 · MS 2017

    저는 작년에 2월중순부터 6평까지 기숙학원에 있었던 삼수생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기숙학원 나와서 인강들으면서 독재학원다녔습니다. 기숙학원에 친구중 한명도 제가 퇴소하고 일주일뒤 퇴소했는데 그 친구랑 제가 수능끝나고 하는 얘기는 기숙학원 나오길 정말 잘 했다는 것 입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수능성적도 기숙학원에 있었으면 성적이 많이 오르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기숙학원에 있을때 선생님들이 나가면 망한다 이런식으로 얘기하셨는데 거기서 버틴다고 좋은 성적이 나오는게 아닙니다.
    결론은 하고 싶은데로 하시되 올해 입시가 마무리가 됬을때 그에 대한 결과를 본인이 책임질수 있으시면 됩니다.

    물론 기숙학원은 그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죠..

  • Rm8OCGdkYjzP3p · 698399 · 17/04/10 15:06 · MS 2016

    윗분 답글 여기다 잘못달앗네요!!

  • 내년엔신촌에서 · 740207 · 17/04/10 15:50 · MS 2017

    댓글 감사드려요! 저같은 경우는 의지박약이라(물론 맘잡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그리고 공부습관이 잘안잡혀있어서 그게 좀 걱정인데 중간에 공부하다가 풀어지거나 그러시진않았는지 궁금해요... 중하위권에 이런 제가 과연 독재학원+인강으로 해도 될지 두려워요... 아 그리고 기숙학원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리고 퇴소를 결심하게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으세요?

  • Rm8OCGdkYjzP3p · 698399 · 17/04/10 16:43 · MS 2016

    의지박약이라면 남자랑 엮이는 일없게 철벽이 필요해요 아니면 친목으로 인해 여기저기 고민들어주면서 풀어질수 있죠 저는 퇴소없이 끝까지 다녔었어요 하지만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내렸던 선택을 돌아보니 아직까지도 그게 안좋은것이었다고 후회가 되구요 혹시 고민하는 학생들 있다면 버티는게 정답이 아니라고 전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게된겁니다,ㅠㅠ 기숙학원의 장점이라면 밥생각 옷생각이 없게된다는거??

  • Rm8OCGdkYjzP3p · 698399 · 17/04/10 15:03 · MS 2016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Rm8OCGdkYjzP3p · 698399 · 17/04/10 15:06 · MS 2016

    독재학원+인강 추천합니다.

    저랑 성적 같았던 친구들 사례를 보자면 단과는 했는지 모르겠는데 연대, 이대의예 등등 잘 갔어요

  • 내년엔신촌에서 · 740207 · 17/04/10 15:43 · MS 2017

    댓글 감사드려요! 혹시 이번에 잘가신 분들은 현역때부터 상위권이시고 의지가 좋으신 편이었나요...? 저는 중하위권이고 의지가 약한지라 사실 그게 불안해서요ㅠㅠ 아무리 독재학원이라도 혼자 공부하는거니까 의지 잡는게 힘들고 전 사실 공부습관이 안잡혀있거든요... 제가 결정장애가 심해서 죄송해요ㅠㅠ

  • Rm8OCGdkYjzP3p · 698399 · 17/04/10 16:38 · MS 2016

    상위권 아니었구여 의지는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 정도였어요. 미친듯한 의지까지는 요구하지않아요 수능날 설사터져서 참고 시험볼 의지까지 길러놓으면 좋겠지만 친목도모 피하고 밥 혼자먹을 의지정도는 있어야됩니다!

  • 내년엔신촌에서 · 740207 · 17/04/10 17:29 · MS 2017

    결정에 도움이 많이 될 것같아요! 정말 감사드려요ㅎㅎ

  • Rm8OCGdkYjzP3p · 698399 · 17/04/10 17:34 · MS 2016

    넵 방향잡는데 도움이 된것같아서 기뻐요 오늘 남은시간도 열공하세요!!

  • Rm8OCGdkYjzP3p · 698399 · 17/04/10 17:34 · MS 2016

  • eolgowl · 632512 · 17/04/14 14:44 · MS 2015

    공감

  • 군악장ㅂ · 708098 · 17/04/10 14:31 · MS 2016

    안성 이투스 다니는 중입니다. 아는 애도 없고 의지할 사람도 없어 한달만 더 하거나 6월 모의고사 보고 나갈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느정도 생활 습관이 잡힌거 같은데 독서실재수 해도 될련지요

  • Rm8OCGdkYjzP3p · 698399 · 17/04/11 14:48 · MS 2016

    독서실은 위험해요!

  • 올라잇베이베빠셍 · 741071 · 17/04/10 15:10 · MS 2017

    공감 되는게많네요 작년 하이퍼기숙 다녔었는데 거기서 인성 멘탈 많이 안 좋아졌어요 물론 케바케지만 기숙이 많이 힘든건 사실

  • 낭만가 · 736626 · 17/04/10 18:32 · MS 2017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아라뎅 · 739248 · 17/04/10 20:52 · MS 2017

    저도 기숙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진짜 공감입니다ㅜㅜ 저랑 완전 똑같아요ㅠㅠ

  • 세일러비너스 · 595163 · 17/04/10 23:14 · MS 2015

    저도 기숙에 있으면서.. 작년만 생각하면 울음부터 나와요 오늘 아침에도 엄마가 슬쩍 꺼낸 말에 나도 모르게 울어버렸어요 진짜.. 삼수 재종에서 하는데 너무 행복해요 이렇게 사람답게 공부할 수 있다는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