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는소년 [515854] · MS 2014 · 쪽지

2015-04-27 20:30:45
조회수 449

시 보기먼저? 작품먼저?논쟁에 깔린 유의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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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학습에서 해묵은 논쟁거리 중 하나로서 보기 또는 문제를 먼저 읽느냐, 작품을 먼저 읽느냐의 문제가 있습니다.

 

늘상 대립하고 있는 주장들을 살펴보면 사실은 이분법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각각에 대해 정확하게 살펴보지 못한 채 성급하게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공부할 때’에는 작품을 먼저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실전에서는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합니다. 보기를 먼저 보고 싶으면 공부할 때 작품을 먼저 보면서 공부하고,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을 정도로 보기를 먼저 보는 연습을 조금 해서 실전에서는 보기를 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학생에 따라 이것저것 하지 말고 작품부터 보라고 하기도 합니다.

 

‘공부할 때’작품을 먼저 봐야 하는지 설명하기 위해...오해가 없도록 보기를 먼저 보라는 이야기를 한 다른 분의 설명을 인용하면서 설명하겠습니다.

(다 잘 아시는 분입니다. 저는 이분의 친절한 안내를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설명에서 빠진 부분을 보충합니다. 그러나 처음 시작과 같이 보기냐 작품이냐의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보고 ‘감히 00님을 공격하다니’라거나 ‘그럼 작품을 먼저 보라는 이야기군’이라고 성급히 생각하지 않기 바랍니다. 그런 마음이 든다면 독해력 높여야 할 분입니다)

 

 

문학은 읽을 때 반드시

1.제목을 읽는다

2.보기를 읽는다

3.보기를 바탕으로 작품을 읽는다

 

문제를 풀 때는

 

문제풀이 tip

A이기 때문에 B하다라는 선지가 나오면,

첫 째 A가 사실인가?

둘 째 B가 사실인가?

셋 째 A이기 때문에 B인가?(인과관계) 를 따지면 됩니다.

 

그리고 ‘해석력을 대입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란 시를 읽어보면 시인이 아름답게 죽고 싶어 하는구나 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시인이 순수함과 욕심 없는 자세를 추구하는구나’라고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를 고정해주는 것이 <보기>이고, 굳이 보기가 없더라도 우리는 절대 해석력을 대입하려 해서는 안됩니다.

 

...선생님이나 전공자들은 시를 많이 접해서 시에 대한 해석력이 대단할지 모르지만, 수험생들은 전공자가 아니므로 그 정도까지 해석력이 좋지 못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평가원은 ‘여러분에게 시의 해석력같이 고차원적인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시를 읽으면서 주어진 정보가 뭔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 주어진 정보 안에서 ‘한국인 5천만명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네’라는 대답이 나올 정도로 정확한 해석 문제만 냅니다. 다시 말해서, 해석 문제라도 굳이 해석이 필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해석 문제도 주어진 시의 정보만 파악하면 충분히 풀립니다.

 

...저는 오히려 해석해서 틀린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여러분 수험생활 동안에 어둠이 있기를”이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헐 어둠? 부정적이다! 나쁜 놈!”이러실지 모르겠지만, 어둠은 긍정적으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제가 여러분 수험생활에 욕을 하겠나요? 신성한 수험생활에.. 오히려 저의 태도를 고려해본다면 “여러분 수험생활 잘 하세요!”로 바꿔 읽을 수 있지요.

 

평가원에서 가장 많이 내는 사례로는 ‘눈’이 있습니다. 눈은 일제강점기에 독립투사를 괴롭히는 지독한 시어로 읽힐 수 있고, 아름답고 순수한 이미지를 상징하는 시어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어에 해석력을 투영해서 읽지 마세요. 쓸데없이 해석하지 말고 주어진 텍스트만 이용하세요.

 

‘해석력’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위 분이 해석하지 말라고 한 충고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 아래와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해석

시에 주어진 정보만 파악(텍스트만 이용)

보조관념을 보고 → 원관념을 알아냄

해석의 근거 : 다른 시의 해석을 참고하여 몇 가지 가능성 중에 적절한 것을 적용함

텍스트에 담겨진 정보(어둠, 눈) +

맥락상(‘태도’) 정보

 

위의 해석을 하지 말고 오른쪽 방법을 사용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국어에 관해 여러 사람의 조언을 살펴본 분들이라면 위(오른쪽 칸)와 같은 설명이 대부분 시중 강사와는 다르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저도 오른쪽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제 방식은

표면정보(언어적 해석) → 시적 상황 → 의미/정서 입니다.

 

그런데 왜 보기를 먼저 보라, 작품을 먼저 보라 차이가 있을까요?

앞에서 설명했듯이

위 분은 연습&실전 ‘보기 먼저’이며

저는 연습 : ‘작품먼저’, 실전 : 마음대로

입니다.

 

제가 왜 ‘공부(연습)할 때’ 작품을 먼저 봐야 하는지 설명하면 위 분이 ‘보기를 먼저 보라’고 조언한 부분에서 여러분이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을 채울 수 있습니다. 제 주장이 ‘보기를 먼저 보라’는 상반된 방식을 보완할 수 있는 이유는 ‘작품에 주어진 정보’가 제가 말하는 ‘표면정보’와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눈이면 000이죠?’이렇게 설명하는 강사의 방식과는 전혀 통하는 바가 없습니다.

 

위 분은 문제 풀이에 적용하는 예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1.(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가-한용운 님의 침묵. 나-김광균 나뭇잎 하나

① 과거의 상황을 환기하여 화자의 정서를 드러낸다.

 

일단,①을 살펴보죠.

①과거의 상황을 환기하여 화자의 정서를 드러낸다

환기한다는 것은 공기를 환기한다는 말하고 비슷하게 받아들이되, 좀 강한 인상을 주면 됩니다. 다시 말해, ‘환기=불러일으킨다’로 고정해서 읽으세요. 이거는 계속 기출을 풀다보면 당연하게 여기게 됩니다. 그렇다면, 선지는 ‘과거를 회상해 화자의 정서를 드러낸다’로 해석이 됩니다.

 

선지 ①은 ‘환기’의 일반적 의미 또는 시에서의 개념과 ‘정서를 드러낸다’는 것을 알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선지를 이해한 다음 선지에서 말한 바가 발문에서 말한 것[(가)와 (나)의 공통점]인가 아닌가를 판단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 과정은 아래와 같이 나타납니다.

(나)에는 ‘미처 몰랐었다’를 보고 조금 애매하게 인정할 수 있겠죠?.

평가원은 확실하게 (가),(나) 두 지문 모두 회상이 나와있다고 했죠.

바로 ‘빛나던 옛 맹서’입니다. 이걸 평가원은 회상의 범위로 쳤습니다. 과거에 나왔던 부분 일부만 나와도, ‘~던’ ‘옛’ 만 나와도 이것을 평가원은 회상으로 넣었습니다.

 

회상의 개념을 설명하여 (가)에서 회상이 나옴을 설명합니다. <‘~던’만 나오는지 안나오는지 살펴보는> 방법은 편리하기는 하지만 너무 간추린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글에 담을 수는 없기 때문에 글에 나온 것이 쓴 분의 생각 전부라고 여겨서는 안됩니다. ‘~던’, ‘옛’이란 말은 특정 시점에서 그 시점보다 이전의 것을 말할 때 나오는 말입니다. 즉, 이 표현에는 ‘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은 말하고 있는 지금보다 더 이전의 것이야’라는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바로 환기의 개념에 해당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작품에서 이런 식으로 선지에 나온 개념에 해당하는 정보를 담은 표현을 작품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하겠죠? 마찬가지로 ‘미처 몰랐었다’ 역시 그렇습니다. ‘몰랐었다’의 ‘었’이 과거이기는 하지만 ‘미처’가 ‘아직 거기까지 미치도록’인데 회상의 개념에 해당하느냐 안하느냐를 생각해 보려면 시에서 표면정보를 살펴봐야 합니다.

 

미처 몰랐던 것과 연관되는 내용이 무엇이냐면

크낙산 골짜기가

온통 연록색으로 부풀어 올랐을 때

그러니까 신록이 우거졌을 때

그곳을 지나가면서 나는

미처 몰랐었다

 

그때 몰랐다고 하는데 그 때는 단지 뭔가를 모르는 상태에 불과할지 아직 모릅니다. 어떤 시점에서 그때보다 이른 시점에 무엇을 몰랐다는 것을 이야기해야 회상이 됩니다.

 

이것이 펼쳐져 있습니다.

 

크낙산 골짜기가

온통 연록색으로 부풀어 올랐을 때

그러니까 신록이 우거졌을 때                      / 봄 or 여름이라는 걸 파악 - '해석' 아님

그곳을 지나가면서 나는

미처 몰랐었다

 

뒷절로 가는 길이 온통

주황색 단풍으로 물들고 나뭇잎들

무더기로 바람에 떨어지던 때              / 가을이라는 걸 파악

그러니까 낙엽이 지던 때

그곳을 거닐면서 나는

느끼지 못했었다

이렇게 한 해가 다 가고 눈발이 드문드문 흩날리던 날             / 겨울임을 알 수 있죠

앙상한 대추나무 가지 끝에 매달려 있던

나뭇잎 하나

문득 혼자서 떨어졌다

 

저마다 한 개씩 돋아나

여럿이 모여서 한 여름 살고

마침내 저마다 한 개씩 떨어져

그 많은 나뭇잎들

사라지는 것을 보여 주면서

 

그러니까 봄에 몰랐고, 가을에 몰랐습니다. 겨울에는 알았나요?

 

겨울에는 문득 하나 떨어졌는데(그걸 보았는데) 그게 (마지막 연에서) 지난 여름과 가을의 모습이 사라져갔던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지요.

 

1.표면적으로 또는 문자 그대로 말하는 바를 잘 보고

2.보통 사람이면 그것으로부터 떠오를 만한 생각을 하고(가을이구나, 겨울이구나)

-이게 좀 어려우면 앞 뒤를 살펴보면서 무슨 이야기를 많이 하는지 유의해서

3.전체적으로 두드러지게 말하고 있는 것을 시를 ‘해석’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런 것을 그냥 선지 보면 알 수 있나요? 앞에서도 '애매하다'고 했습니다. 애매한 문제를 평가원에서 냈을리가 없습니다. 나름대로 명확한 근거가 있다고 말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회상’의 개념을 공부하는 것뿐만 아니라 회상에 해당하는 것을 시에서 알아차리는 능력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연습이 많이 해야 합니다. 

 

위에서 2는 1로부터 떠올리는 것인데, 이게 추론적 이해입니다. 비문학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에서도 주어진 정보를 보고 제시되지 않은 것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수능 출제 매뉴얼이나 국어 교과과정 자료에 있습니다) 앞에서 신록이 우거지거나 낙엽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때 아, 여름이구나, 가을이구나를 아는 것을 말합니다. '낙엽이 떨어졌다잖아!'고 생각하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추론을 하겠지만 낙엽-가을 보다 조금 덜 뻔한 관계는 추론을 못하기도 합니다. 그건 표면 정보를 못봐서일수도 있고(낙엽을 안읽었다거나 멍 해서 지나침) 추론을 못했을수도 있습니다(보고 아무 생각 없어서) 이렇게 표면 정보에 주의하고 그것으로부터 추론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다른 분도 '시의 정보를 보라'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그냥 그렇게 하면 되는구나라고 하는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학생에 따라 잘 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이 있고, 본인은 잘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기초적인 이해 단계를 못해서 엉뚱하게 이해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선지는 잘 이해했지만 선지와 연관된 작품의 특성이나 작품의 내용을 잘못 연결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그래서 기출 문제 하나를 만났을 때 선지 몇 개에 해당하는 부분으로만 공부하는 것은 상당히 양이 부족합니다. 연습량이 부족해서 어떻게 하는지 깨닫지 못하거나 숙달하지 못합니다.

 

아마 제가 언급하고 있는 이분도 이런 것을 모르는 학생을 만난다거나 댓글로 질문을 받는다면 그 사람한테는 설명과 예를 들어서 잘 알려 줄 것입니다. 해당 글에서는 간단히 쓴 것뿐이겠지요. 마치 수학 실력정석처럼(요즘도 있나요?)....하지만 실력정석의 설명을 못따라가는 학생이 많은 것처럼 ‘정보를 파악하기만 하면 되’는 걸 못하기 때문에‘작품에서 정보를 파악하는’ 연습을 해야 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물론 조금만 하면 되는 학생은 작품 통채로가 아니라 선지에 해당하는 것만 해도 되겠지요)

 

그러려면 작품 하나로부터 정보를 파악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냥 한 행을 보고 많이 생각한다해서 그것이 전하는 정보를 바로 알 수는 없습니다. 위, 아래로 맥락을 보고 그것들의 표면정보도 참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부할 때’에는 작품 전체로 표면 정보를 파악하는 연습, 그리고 표면 정보로부터 추론해서 시적 상황을 구성하는 연습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글을 쓰면 '나는 이렇게 하고 있는데 왜 아니라는 말을 하느냐' 이런 말을 듣습니다. 본인이 다른 방법으로 공부하고 있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면 그냥 그대로 하면 됩니다.  위에서 인용한 분도 '공부하는 방법이 하나만은 아니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다른 방법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마치 자신의 방법이 틀렸으니 성적이 안나올 것이다라고 악담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건 좀 이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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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j158 · 372453 · 15/04/29 03:14 · MS 2011

    오오~ 셋째, a이기 때문에 b인가를 따지는 것은 제가 강의할 때마다 강조하는 것인데 아무도 강조 안해서 갸우뚱했던.. 너무 반갑습니다.(교육청에도 자주 나오는 스타일이지만, 수능에서도 요즘 자주 출몰합니다.)

    학생들은 문맥을 보는 연습을 보기를 보는 연습 이전에 하여야 하며, 해석 연습시 보기로 자신의 타당-명확한 해석을 다소 고립시키는 것을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공감합니다.

    보기를 먼저 보는 것은 실전에서 좋은 기술이 될 수 있지만, 좋은 감상 자체는 되지 못할 것입니다.

    이 역시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