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나 [586227] · MS 2015 (수정됨) · 쪽지

2016-12-11 13: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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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문학] 투과목을 선택한 의대지망생.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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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수능이 끝났다. 동시에 저 편 들판 건너 숲 뒤에는 둥그렇게 설의(偰醫)가 뻗쳤다. 오묘한 평가원의 재주를 자랑하듯이, 일곱 색의 영롱한 설의(偰醫)가 커다랗게 숲 이 편 끝에서 저 편 끝으로 걸쳤다.

소년은 마루에 걸터앉아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년의 마음은 차차 뛰놀기 시작하였다. 찬란히 빛나는 연건캠퍼스의 빛은 마치 소년을 오라는 듯 아름다운 모습을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한나절 동안 관악(冠岳)을 바라보고 있던 소년은 마음 속으로 큰 결심을 하였다.

'저 설의(偰醫)에 가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소년은 방 안에 있는 어머니를 찾았다.

"어머니."
"왜?"

어머니께서는 바느질하던 손을 멈추고, 사랑하는 아들의 얼굴을 보셨다.

"어머니, 저 설의(偰醫)를 잡으러 가겠어요."
어머니께서는 바느질감을 내려놓으셨다. 그리고 아들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셨다.

"네?"
"얘야, 설의(偰醫)는 못 잡는단다. 멀리 하늘 끝 닿는 데 있어서 도저히 잡지 못한단다."

"아니에요. 저 들판 건너 숲 위에 걸려 있는데......"
"아니다. 보기에는 그렇지만, 나도 삼수(三修)를 하면서 그것을 잡으려 했지만 못 잡았단다."
"그래도 전 잡을 수 있어요. 제가 얼른 가서 잡아 올게요."
어머니께서는 다시 바느질감을 드셨다.
어머니의 눈에는 수심이 가득 찼다.

"네? 갈게요."

찬란히 빛나는 설의(偰醫)의 유혹은 소년에게는 무엇보다도 강한 것이었다. 어머니의 사랑의 품보다도, 따뜻한 가정보다도, 맛있는 음식보다도, 서울대 잠바를 입고 설의미만잡(偰醫未滿雜)을 외치는 행복한 상상이 훨씬 더 강하게 소년의 마음을 지배하였다. 네 번, 다섯 번, 소년은 어머니께 간청하였다. 어머니께서도 마침내 소년의 바람이 꺾을 수 없이 강한 것임을 아셨다.

"정 그럴 것 같으면 가 보기는 하여라. 그러나 들판 건너 저 6평(六評)까지 가 보고, 거기서 잡지 못하거든 꼭 돌아와야 한다."

그런 뒤, 어머니께서는 든든히 개념서(槪念書)와 프패(馬貝)를 챙겨 주어 아들을 떠나보내셨다.

"어머니! 그럼 제가 얼른 가서 잡아 올게요. 꼭 기다려 주세요.'
하고 커다란 희망을 가지고 떠나는 관악전사(冠岳)를 늙은 어머니께서는 눈물로 보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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