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n [559098] · 쪽지

2015-10-11 02:15:07
조회수 358

[고민글] 조언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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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올해 수능준비를 하는 나이론 삼수 수능연차론 재수인 학생입니다.

수험 생활을 하다보니 다양한 문제점(?)들이 생기네요.

조금 구구절절 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다양한 경험을 가지신 매니아 분들의 조언 부탁드려요


 2013년 3월, 제가 고3 때 이야기부터 시작하면 될것같아요.

고3이 되고 첫 모의고사인 3월 모평을 치르는 와중이었습니다.

2교시 수학시험을 보고있었는데 갑자기 종이치더니 2학년 애들이 쉬는시간이 된것 같더라구요

저희는 시험시간이 많이 남아 한창 시험에 집중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애들이 그냥 화장실만 조용히 갔다오고 해야하는데 복도에서 시끄럽게 떠들더라구요.

저는 그 순간 집중이 확 깨졌고 그 후 10분동안 엄청난 멘붕을 당했어요. 완전히 속으로 분노가 터져서 뛰쳐나가서 그 애들을 때려패 죽이고 싶다 이런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그 정도로 완전히 감정이 뭉게졌었죠.

그런데 시험이 끝난 뒤 다른 아이들도 저처럼 엄청 화가 나 있을 줄 알았는데

별로 신경 안쓰는 분위기더라구요.


저는 그 이후로 시험장 소음에 엄청 예민해져서 매번 모의고사때마다 귀마개를 착용하고 시험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도 2학년 애들 생활지도 좀 해 달라 부탁드렸구요.


다행히 그 이후 모의고사들은 소음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봤었던것 같아요.


그런데 수능날 딱 그게 터지더라구요.

수능날도 2교시 수학시간이었어요. 객관식 중간즈음에 한 문제가 막혔는데, 그 순간 의자가 삐걱대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또 그 순간 감정의 선(?)이 끊어지는 느낌을 받고, 엄청난 분노, 당황감이 왔었어요.


그 소리는 수학시험이 끝날 때 까지 저를 괴롭혔고

그렇게 분노 반 수학 문제에 대한 생각 반으로 머리를 채우고 시험을 끝냈어요.


점심을 먹는데 분노감, 좌절감 등등 여러가지 감정이 저를 휩쓸고 눈물이 조금 났어요.

완전히 이성을 잃었던것 같아요.

그리고 이 소리가 해결이 안되는게, 의자 자체 구조적으로 몸을 조금만 들썩거려도 삐걱대는 소리가 났어요.

그래서 다음 영어시험 때 감독관께 이러저러한 소음 관련 공지를 해달라고 부탁드리고, 공지를 했지만

그 소리는 또 영어 시험 내내 났어요.


이 쯤 되면 정신이 멍해지고, 얼이 빠지더라구요. 제대로 집중이 되지 않고 감정적으로는 계속 흔들렸죠.

그리고 그렇게 3교시 영어 4교시 탐구를 마쳤습니다.


집에와서 채점을 해보니 막상 제 모의고사 점수랑 차이가 거의 없었어요.

탑급은 아니었지만 알아주는 대학에 갈정도는 나왔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제일 멘붕이 심했던 수학에서 1이 떴고요

대학 합불 결과도 엄청 만족할만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평소 스스로의 컷트라인(?) 안에는 들었어요.


재수 고민을 엄청했지만, 무엇보다 그 소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자신이 없었어요.

(실제로 재수하기로 마음먹고 2주정도 재종반을 다녔었어요)

고3 수험생활도 엄청 정서적으로 힘들게 해서 재수를 할 만한 정신적 에너지도 없었구요.

 

그렇게 대학을 가게되었고, 즐겁게 생활했지만 뭔가 도피한 기분? 나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기분이 항상 있었어요.

1년 대학생활 동안 마음한켠에 수능을 두고 산것 같아요.


그리고 작년 겨울에 재수를 하기로 결심을 했어요. 1년동안 고통도 무뎌졌고 워낙 나태하게 살아서 그런지 정신적으로는 뭔가를 향해 나를 불태울만한 에너지가 생길것 같았아요.


재수를 결정하고 저를 가장 고민스럽게 한건 당연히 수능장에서 나를 삼켜버렸던 소음이었어요.

아.. 또 그런상황이 펼쳐지면 어떡하지?

제가 내린 결론은 마인드 컨트롤이었습니다.

수능때 분명히 국어시험볼때도 같은 소리가 있었을탠데, 그 소리를 듣지를 못했었거든요.

당시 국어를 술술 풀어서 100을 맞았었구요.

이건 외부적 요인의 문제가 아닌 나의 마음상태가 문제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재종반에 들어갈 때부터 딱 마음을 먹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귀마개는 안써야겠다. (고3때는 공부할때도 항상 귀마개를 꼈었어요.)

그리고 소음이 다가오는 상황에 외부적 요인을 탓하고 바꾸려하지말고,

긍정적으로 '어 소음이 들리네? 그래도 난 할 수 있어! 다 풀 수 있어!' 이런 마인드를 가졌어요.


실제로 그렇게 한 몇주 생활하니깐 진짜 사람이 그렇게 되더라구요.

저희반이 좀 시끄러운편이었어서 반을 바꾸는 애가 있을 정도였는데, 저는 그냥 쉬는시간에도 딱히 소음에 신경안쓰이고 공부할 수 있었어요.

완전 극복한 기분이었죠.

한달에 한번 보는 모의고사도 귀마개 없이 완전 집중해서 잘 쳤구요.


그렇게 잘 생활하고 있었는데, 5월즈음해서 멘탈이 터졌습니다.

이전에는 자습시간에는 그래도 말은 안하는 분위기였는데, 애들이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저는 저 스스로의 원칙이 있었으니깐, 또 자신도 있었죠 스스로에게, 그냥 지적하지 않고 공부하자 이런 마음을 먹었어요.


그런데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 집중이 안되는데 소음이 신경이 쓰이는데 나의 원칙을 깰 수도 없고,...

그냥 그렇게 멘탈이 터져버리고 또 분노 좌절 등등의 감정이 저를 지배하게됬어요.


한 세달간의 소음으로부터의 해방이 끝난거죠.

그 이후로 떠드는 소리가 들리면 바로바로 조용히 하라고 지적하게 됬고, 또 귀마개도 다시 사용했어요.

다시 소음을 신경안쓰던 이전처럼 돌아가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안되더군요.

내가 재수 시작할 때 만들었던 나와의 약속, 원칙을 되뇌어 봤지만 그 순간뿐이었고 불쾌한 소음이 오면 바로 감정이 먼저 반응을 하더라구요.


그렇게 여차저차 하다가 학원을 나오게 됐어요. 소음때문에 나온건 아니고 수업이 마음에 안들어서요.


그리고 독학재수 학원을 신청해서 다니게 됬는데,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나와의 원칙을 다시 세웠어요.

어떤 소음에도 반응하지 않겠다는 원칙이요.

그런데 독학 첫날부터 고통의 시간이 되더라구요. 이번엔 코훌쩍이는 소리였어요. 한 사람이 코를 10초에 한번 훌쩍이는데 그게 신경이 쓰이더라구요. 너무 짜증이 났지만, 이거 극복못하면 나 수능때도 똑같이 당할꺼란 생각에 포스트잇에 원칙을 써놓고 그 소리가 들리는 10초 마다 되뇌었던것 같아요.

그걸 안되뇌이면 '아 저xx 가서 죽이고싶다' 이런 극단적 생각이 들정도로 스트레스였어요.

재종반보다 더 스트레스인게 재종반은 수업시간이 많고 자습시간이 적은 반면에 독학은 계속 자습이니깐, 하루 왠종일 감정이 괴물이 된 상태였죠.


진짜 완전 스트레스였죠. 10초마다 가슴을 누가 송곳으로 찌르는 기분?이랄까요.

며칠 못가서 도저히 못버티겠어서 말했죠. 그 소리 자제좀 해달라고..

뭔가 스스로에게 진 기분, 불안감은 더 커지는 기분이었어요.


그동안 강남에 고시텔에 살았었는데, 어쩌다 보니 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됬고 독학재수 학원도 옮기게 되었어요.

똑같이 새로운 기분으로 나와의 원칙을 다시 새웠고, 똑같이 코훌쩍이는 소리에 무너졌어요.


와.. 이렇게 되니깐 이제 버스에서 누가, 아니면 아빠가 코훌쩍이는 소리를 내도 분노감이 확 일더라구요.

이 고통이 계속 반복되고 하다보니깐, 무슨 심장병 걸린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계속 심장쪽이 아픈느낌이 들 정도로 고통받았어요.


 그 이후로 귀마개, 직접가서 소리자제 부탁, 혼자 쓸 수 있는 방으로 옮기기 등 여러가지 외부적 조치를 통해 그 소리를 피하려고 노력했어요.

근본적으로 문제 해결은 안되었죠. 정신과 상담도 받아보고 했지만 딱히 뾰족한 수는 없었구요.

지금도 그 상태에요. 가장 큰 적은 코훌쩍이는 소리이고, 그로인해 예민해진것 때문에 조금만 신경에 거슬리면 그 외부적 요인을 '탓'하는 마음이 계속 들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어리석었죠 제가. 제가 좀 이상주의자라..

너무 이상적인 나머지 옆에서 클럽음악 틀어도 공부에 집중할수 있어야 한다는 마인드였으니까요.

그냥 어느정도 소음이 나를 방해할 수 있다는걸 인정하고 애초에 좀 피했으면 이 정도로 코훌쩍이는 소리에 예민하지는 않을탠데요.


애초에  소리가 소음이 되는 순간 나의 의지로 이겨내겠다. 이런게 불가능한것 같아요.

(정신과 상담에서도 받아드리고 소음은 있지만 내가 다른곳에 집중해서 그 소음을 신경쓰지 않는게 해결책이라 하더라구요.)

하지만 코훌쩍이는 소리는 너무 예민해진 상태라 살짝만 들려도 감정이 송두리채 흔들려서 신경쓰지 않는게 불가능하고요..



그런 상황에서 다양한 해결책을 생각해보고 실천중이에요. 조금 좋아지기도 했구요.

먼저, 평소 자습때는 왠만하면 코훌쩍이는 소리를 피하려했어요. 하루 12시간 공부하는데, 풀의지로 풀집중을 할 수는 없기에 코훌쩍이는 소리를 들으며 공부하는건 불가능하단걸 인정한거죠.


그리고, 대치동 단과를 신청했어요. 그런데 이 수업들이 시작전에 모의고사를 하나씩 치르거든요.

이 모의고사 때는 코훌쩍이는 소리가 있더라도 내가한번 안고 가보겠다. 이렇게 하기로 했어요.


실제로 해보니깐 처음엔 완전 멘붕이었죠. 그런데 회차가 거듭될수록 신경이 안쓰이진 않는데 그래도 문제푸는데 크게 지장은 없더라구요. 바로 옆에서 코 훌쩍대는데도 정신적으로 거의 안무너지고 시험을 잘치렀어요.

그리고 수업시간에도 코훌쩍이는 소리가 계속 있는데, 수업에 집중하다보니 감정적으로 짜증나지 않더라구요. 완전히는 아니더라도요.

이런 과정에서 코 훌쩍이는 소리에 대한 약간의 적응?도 된것같아요.



또, 카페같이 시끄러운 공간에서 주기적으로 실전모의고사를 풀고있어요. 이것도 되게 할만해요. 진짜 시끄러운데 별로 신경안쓰이고 집중해서 시험 치겠더라고요.


이렇게 살다보니 지금은 꽤나 좋아졌어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정도도 된것같구요.

(그래서 글을 올려요.)

하지만, 만약 수능장에서 누가 10초마다 코를 훌쩍인다. 그러면 이겨낼 자신 없어요.

아니 거의 맨탈이 무너질거라 확신해요. 신경이 순간적으로라도 안쓰일 수 없고, 한번 쓰이면 수능같이 중압감 있는 시험에서 정신적으로 받아드릴 수 없을것 같아요.


그래서 현재 제가 생각하는 해결책으로는 두가지정도가 있어요.

먼저는 감독관께 시험 시작전에 코훌쩍이는 소리 자제에대한 공지를 부탁하는거에요.

나눠줄수 있는 휴지를 직접 챙겨가서 절박함(?)을 보이려고요.

두번째는 귀마개를 좋은걸 사는거에요. 이건 사실 시험장 반입이 되는지 확인부터 해봐야하긴해요

확실히 같은 소리가 있더라도 멀리서 들리는거랑 가까이서 들리는거랑은 차이가 있더라구요.

귀마개 좋은걸 사면 엄청 멀리서 듣는것 같은 효과가 있을태니까요.

두가지다 나의 정신적, 내적 해결책이 아닌 외부적 해결책이죠.

사실 내부적, 정신적으로는 어떤 해결책을 만들어야할지 모르겠어요.



엄청 주저리 주저리 떠들었네요. 이런 긴 글 쓰는건 처음이라 읽으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시간 없으신분들을 위해 몇줄로 요약하자면,

수험생활 중 소음에의해, 또는 시험장에서 어떤 다른 외부적 요소에 의해 멘붕하신 경험이 있으신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싶어요.

또, 이런 상황을 극복하신 분들의 조언을 받고싶어요.


작게보면 소음이지만

결국 제 문제의 근원은 정신에 있다고 봐요 저는. 그래서 마인드 컨트롤로 극복하려했다는..

그래서 수험생의 전반적 멘탈적 부분에 대한 조언을 받고싶어요.

아무튼 이런 저에게 짧은 조언 한마디 한마디가 도움이 될것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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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kkkia · 332350 · 15/10/11 02:27 · MS 2010

    일단 감독관님에게 말하는건 큰의미 없을겁니다. 감독관님 입장에서는 그쪽이 수험생중 1명인 것처럼 훌쩍이는 친구도 수험생이에요. 가서 말거는 것 자체에 꽤 큰 부담감을 느낄거고 물론 본인의 판단하에 자제시키거나 하겠지만 그 정도가 만인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심하지 않다면 그냥 넘어갈겁니다

    그리고 귀마개도... 일단 준비는 해가세요 그렇게하되 거기에 의지라시면 안될 것 깉습니다. 어떤 소음이 발생할 지 모르며 고주파의 경우 귀마개도 무쓸모더라구요.

    세상의 모든 소음을 소음이라 하지말고 마인드컨트롤을 통해 소리로 받아들인다면 어떨까요? 정말 시도 많이 하셨다고 글에도 써놓으셨고 노력 많이 하신거 압니다. 하지만 결국 소음을 소음으로 놔둔 채 참아내려고만 했잖아요. 저기서 들려오면 ㅈ같은 소리가 사실 ㅈ같은 소리가 아니라 나를 위한 세레나데다 아름다운 천상의 소리다라고 인식하는 것을 연습해보라는 말씀입니다.

    일례로 독서실에서 어떤놈이 자꾸 발을 달달달달달달달 떨길래 아 어떤 놈이 그렇게 떠나 봤더니 나이 72살은 먹어보이는 할아버지가 열심히 책을 읽고있었고 도저히 그 나이에 열심히 책 읽는데 집중하고 계신 할아버지에게 다리떨지말라고 말핳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 저 할아버지가 내 수능날 소음을 대비하여 하늘에서 내려주신 환웅같은 존재구나 지금 실전연습하는거구나 라고 마인드컨트롤 하얐고 결국 저는 그 소리와 함께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새 그 힐아버지는 온데간데 없었고 저는 사라진지도 모른 채 공브에만 집중하다가 할아버지가 사라진 것을 보고 생각했죠. 덕분에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수능장에서 이런 상황 발생하면 잘 대처하리라고
    물론 수능장에서 다리떠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지만 물론 시험도 망쳤지만 그날 그 마인드컨트롤 경험은 아직까지도 잊지 못하고있습니다

    아주 장문의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댓글달아봅니다

    수고하십쇼

  • bron · 559098 · 15/10/11 02:42

    그렇죠.. 저도 님이 제시하신 해결책이 가장 이상적인 그리고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글을 애매하게 써서그런지 모르겠는데, 저도 소리를 참아내려 한건 아니고 좋은마음으로 받아드리려 노력했었구요.
    싫어하는걸 참아야한다고 생각하면 수능까지 몇달을 참아야하는데, 그럼 인생이 너무 불행할것 같은 마음이었죠.
    의지적으로 긍정의 마음을 가지려 노력했다고 할까요. 매순간 순간이요.

    아무튼 쉽지않더라고요. 제 의지, 이성과 관계없이 제 감정을 흐트리는걸 어쩔 수 없다는걸 느꼈어요.

    하지만 결국은 님이 말하신 마인드컨트롤 방법대로 하는것이 해결책이라 생각해요.
    단지, 전에는 제 의지로만 해내려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자연스러운, 때로는 융통성있는 방법으로 마인드컨트롤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