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법대생 [403213] · MS 2012 · 쪽지

2014-09-19 0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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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공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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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비는 대학 입시 전문 사이트답게 수능 논술 수시와 같은 입시전형에 대해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들도 제일 중요한 것은 이 지옥같은 입시를 

어떻게 끝낼 것인가인 듯 싶습니다만, 조금은 시야를 뒤로 보내서 그 입시가 끝난 후 내가 가게 될 

대학이란 곳에서는 어떤 마인드를 가져야 할 것인가에 대해 쓰고자 합니다.


 저는 아직 1학생으로서 대학교 공부를 제대로 접하기는 커녕 맛도 보지 못했지만, 이렇게 글을 남기는 

이유는 적어도 여러분들은 저와는 달리 공부에 대한 혼란을 덜 겪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에 

그렇습니다. 대학은 아시다시피 전공과목과 교양과목을 직접 신청해서 듣는 것이 

원칙입니다. 여기서 필수 전공과 필수 교양을 제외한 과목을 선택해서 듣게 되죠. 그런데 저를 

포함한 대학생들이  어떤 수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험만으로 점수매기는 교수

수업 널널한 교수

출석체크 안하는 교수

점수 꽉 채워서 주는 교수

B 폭격기 교수

물론 이런 교수님들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지만, 

이런 마인드로 공부를 하게 된다면, 대학 교육의 본질이 점점 흩어지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대학 교육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제 짧은 생각으로는 전공에 있습니다. 즉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 대한 일반인과는 다른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해 그것을 활용할 줄 아는 것에 있다는 것이겠지요.

법학도인 저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법학과에 입학하면 저희 학교의 경우 민법 총칙을 수강하게 됩니다. 

여기서 민법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과 설명을 습득하게 되고, 이는 민법 총칙2, 물권법총론, 채권법총론, 

물권법각칙, 채권법각칙 등의 민법 하위 과목에서 모두 활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과연 이 민법 총칙 I을 수강한 1학년 학생들이 

민법적 지식을 잘 활용할 수 있을까요?

없습니다. 단연코

왜일까요? 앞서 말한대로 학점따기 수월한 과목만 골라 듣다보니 그렇습니다.

이렇게 되면 단지 시험 공부에만 목차를 외우고 그것만 쓰고 나오면

되니까요. 점수는 잘 나오고, 공부는 덜 해도 되는 것이겠죠. 

물론 민법의 내용이 워낙 어려워서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접근의 어려움에 대한 부분은

후술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상황이 4학년 때까지 지속되면, 그는 법학도로서 전혀 법학적 지식을 갖췄다고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 됩니다. 후배들이 무슨 질문을 해도, 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민법 강의 던

져주고 찾아보라는 식이 됩니다. 이것은 단지 학교 내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그가 로스쿨 준비를 했다 칩시다. 어찌저찌 해서 로스쿨을 붙었다고 하더라도, 그의 법학적 지

식은 비법학 학사들과 다름이 없습니다. 오히려 로스쿨을 위해 신림동에서 공부했던 비법학 학

사들에게 밀릴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가 진짜 법대를 졸업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가 그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를 했고  로스쿨에서 이를 심화시키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법학과의 극단적인 사례로 들어 설명한 것이지만, 이 문제는 특정 과 혹은 SKY를 막론하고 전 

대학에서 나타나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는 기형적인 입시제도가 낳은 폐단과

도 연관되어 있겠죠. 

힘들게 들어온 대학, 학생들은 일종의 보상심리로 놀자판이 됩니다. 이게 본질적인 문제

는 아닙니다. 그것이 단지 3월 많이 봐줘서 중간고사 직전까지 그렇다면 말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4년 동안 계속 그러하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한 번 놀기 시작하면, 계속 놀게됩니다. 거짓말 같나요? 

내가 14시간씩 독서실, 학교에서 공부하던 사람인데 대학에 간다고 내 공부 패턴이 그렇게 

막나갈까 싶겠죠? 

그러나 대학 생활은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 이상으로 여유로우며, 결정적으로 아무도 

여러분께 잔소리 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성인이니까요. 

이야기가 중간에서 샌 것 같은데 다시 돌아오죠. 그래서 뭐 어쩌자는 것이냐, 어떻게 공부하는 

지 알려달라고 모니터 뒤에서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로스쿨을 준비 중인 제 선배의 말을 인

용하겠습니다.


 " 우리가 어떤 학문을 공부한다는 것은 단지 시험 기간에만 잠깐 잠깐씩 하는 

부가 아니라, 내 생활의 모든 부분을 나의 공부와 연관시켜야 한다는 의미와 같다. 즉 우리는 모

든 생활에 있어 법학적인 용어로, 법학적인 사고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부 역시 생활 속에서 이뤄줘야 함은 당연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과 공부가 항상 같은 선상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이것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며, 여러분의 작은 노력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그건 무엇일까요? 바로 자신의 공부에 

대한 관심입니다. 우리가 선택한 전공은 어찌됐든 나의 직업 선택에 있어 정말 큰 기준점이 됩니다. 그

런데 그것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당연히 재미가 없고, 어려운 것이겠지요. 앞서 말한 학문적 어려움은

여기서 풀려나갑니다. 즉 어렵게 느껴지는 공부에 대해 점점 흥미를 붙이기 시작하면, 그것은 생활이 

되고 더 이상 짜집기식 공부가 아니라, 대학생다운 전공에 대한 심층적인 공부로 넘어가게 되는 겁니다.

이는 결코 지금껏 해왔던 여러분의 공부에 대한 태도와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여러분의 공부는 수능이

라는 한시적 기간의 압박이 존재하지만, 대학의 공부에서도 졸업이라는 시간적 제한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수능과 같은 시험이 주는 압박과는 맥락이 다르죠.


 물론 저 역시 법학적 사고 즉 리갈 마인드를 습득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것을 실제로 옮기는데

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방법을 선택해봤습니다. 교양과 전공을 연계해서 공부하

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형법총론을 공부하고 있는 저는 교양과목 중 하나를 현대사회와

범죄로 선택하였고, 장차 로스쿨에 필요한 논증력을 조금이나마 쉽게 접하기 위해, 논리학 개론과 논증

적 글쓰기 과목을 선택하였습니다. 또한 팀플 과제에 있어서도, 주제를 법학적 관점에서 사회적인 문제

를 해결해보는 또는 고찰해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해보니 공부는 당연히 매일

매일 법학적 고민으로 가득차게 되었고, 시험 기간에 상관없이 수업, 정리, 팀플이 모두 법학적 사고와 

연관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자연스레 성적으로 연결이 되었고, 만족스러운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여러분이 쓰셨던 자소서에 학업 계획. 어떻게 작성하셨는지요. 대학교 홈페이지 대충 들어가서 전공 과

목 스캔해서 적절히 짜집기해서 썼겠죠? 거기에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억지로 맞춰서 사랑을 실천하

는 한양인, 다빈치적 사고를 지닌 중앙인 이렇게 막 지어냈겠죠? 그런데 대학이 이런 쓸데없는 짓을 왜

할지 곰곰히 생각해 봅시다. 그들은 은근히 아니죠 이건 명백히 여러분께 힌트를 드리는 겁니다. 내가 

공부할 이 학문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를 어떻게 활용할 지 스스로 그것을 그려보라는

의미입니다.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에 모두가 스펙 전쟁에 휘말리고 있습니다만, 그럴 때일수록 본

질로 돌아갑시다. 여러분의 경쟁력은 전문적 지식의 활용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확장시

켜 봉사라든지, 혹은 어떤 인턴이라든지, 혹은 공모전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외부 스펙만 화려한 지원자

는 결국 면접에서 다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 대학생이면 대학생다운 공부를 하자." 입니다. 여기서 

대 학생이란 일반인과는 구별되는 전문적 지식을 습득한 자 혹은 습득 중인 자를 일컫는 것이겠지요. 수

도 얼마 안남았는데 대학교 1학년 주제에 별 잔소리를 다 하는구나 싶겠지만, 이것이 여러분께 또다

자극 요인이 되어 입시는 물론이고 여러분의 대학 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날이 점점 쌀쌀해지고 있습니다. 

건강 관리에 유의하시고 얼마 남지 않은 입시, 건투를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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