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kkia [332350] · MS 2010 · 쪽지

2015-10-09 00: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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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음식점에서 호위호강 한 s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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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함께 상해에 놀러갔을 때 일인데

친구가 유독 북한 여자한테 관심이 많은 별종인지라 옥류관인가 옥루몽인가를 자꾸 가자고해서

뭐... 북한여자 한번 만나러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가자고 함


상해 여행하며 총 2번을 갔는데

첫번째는 3박 4일 일정 중 이틀째였나? 갔었고 두번째는 마지막날 비행기 타기 직전에 갔었음

첫번째 갔을 땐 뭔가 3박 4일, 앞으로 기나긴 여정동안 돈을 펑펑 써야할 것 같은 느낌이 확 와서 자린고비마냥 평양냉면으로 평양의 향기만 맡고 입가심만 함

사실 이 북한 음식점을 두번 올 생각은 없었는데

오후 8시인가? 부채를들고 한복입고 달달~하게 춤을 춤

사실 춤 추는 건 알았지만 21세기에 무슨 부채춤이냐고 남한엔 소녀시대 있다고 무시했는데

이때 춤 추면서 웃는 모습보고 둘 다 사랑에 빠져서 마지막 날에 또 오자고 하다가 두번 갔음


그렇게 3박 4일 여행을 마치고 비행기 타기 직전에 또 옥류관을 들렸음

300위안? 한국 돈으로 한 6만원정도가 남았는데

어차피 한국가면 손해볼거 여기서 다 때려붓자고 친구랑 얘기함

그래서 메뉴판을 좍좍 자신감있게 넘기며 뭘 먹을까 찾아봤는데

중국에서 순 만두만 쳐먹고 해산물은 먹은 기억이 없어서 회를 한번 먹어보자하여

회 비스무리한 사진 찾아보니 역시 무역의 도시 상해인가... 겁나 싼거임 250위안?

이때 나이가 20살이어서 회는 우리에게 상당히 고급음식으로 인식돼었고 

무엇보다 300위안에 딱 맞아 보이는 것이 제일 마음에 들었음


그렇게 회를 시켰는데..

아니 난 이런 수라상을 시킨 적이 없건만 별의 별 사해진미가 다 나오는거...

무슨 회를 시켰더니 조개가 나오고, 무슨 죽이나오고, 고기 비스무리한 것이 나오고

이게 또 한번에 반찬급으로 나오는게 아니라 마치 레스토랑 코스요리처럼 챡챡 나오는거임

근데 무슨 요리가 나오면 나오는거지 자꾸 이쁜 누나들이 이쁜 옷 입고 스페셜로 음식 주는거임

이땐 '역시 우린 한민족이다 한국인 우대해주는거구나 감동이다' 생각하며 주는대로 다 먹었음

진짜 위에 쓴거 외에도 계속 끝도없이 나오길래 감동의 도가니 속에서 계속 먹었는데

정작 회 나올 땐 배불러서 먹지도 못하고 회 남김

마무리로 옥류관의 진정한 꽃 부채춤과 함께 호위호강하며 배를 두들기며 슬슬 비행기 시간에 맞춰서 나가려고 했음

데스크로 걸어나가며 친구 표정을 보니 이 친구도 세상을 다 가진 듯 몹시 만족스러운 표정이길래 나중에 여기 또 오자고 개쩐다고 그때도 이거 또 먹자고 웃으며 얘기도 했음... 그런데


아까 신나게 부채춤추던 아가씨가 "잘 드셨슴미까? 1250위안입니다"라길래

북한 아가씨 농담도 잘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네 250위안이요 갈게요"하고 돈내고 나가니까

또 다시 "손~님 1250위안입니다"라며 웃음기 싹 거둔 얼굴로 이야기함....

나랑 친구는 뭔 개소리지...라는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보고 있었는데

가격표를 자세히 보니 200g에 250위안이었음

무슨 중국말로 써있는데 g이 어디 눈에나 차겠음? 회사진 있고 250元 있으니 먹은건데;;

생각해보니 분명히 아까 이상한 거대 물고기를 체중계에 올리면서 1.5kg인걸 보여줬는데

난 이때 '옥류관식 퍼포먼스는 역시 살아있구나 좋아 합격!!'이라는 생각으로 멍하니 있었음

사실 그건 퍼포먼스가 아니라 '당신이 내야 할 돈은 1.5kg = 1250위안인데 우리가 보기엔 당신에게 그런 돈이 없어보이니 미리 확인시켜주는거임 돈 준비하셈 ㅡㅡ'이라는 뜻이었음

이 순간이 중국 여행 통틀어서 가장 스릴있었고 기억에 남으며 인상깊었음 순간임

덕분에 3박 4일 중국여행 하면서 뭘 봤는지 다 까먹음


갑자기 뒷편 사무실같은 곳에서 정복입은 남자 둘과 여자 하나가 척척 걸어옴

순간 뒷주머니에서 총 꺼내는 줄...

그래서 갑자기 얘기 좀 하자고 나랑 친구랑 각방으로 끌고 감

어두컴컴한 취조실.....


은 아니고 그냥 밝은 방인데 굳이 따로 끌고가서 1:1면담을 함

무슨 최인훈 광장의 중립국이오!라는 말을 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로 말을 하는데

돈이 없으면서 왜 그리 비싼 음식을 쳐먹었냐고 이야기하며 무슨 전화기를 갖다 줌

집으로 전화해서 원화도 받으니까 자기네 계좌로 돈을 내라는거임

내심 자본주의의 승리를 느끼며 엄마 아빠한테 냉큼 전화를 걸었는데

엄마... 아빠.... 뭐해... 왜 안받아..... 난 이제... 끝이야?....

그 자리에서 10분간 가보지도 않은 군대 이등병 체험했음

망부석처럼 굳어서 멍하니 벽만 보고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승전보가 들림!!!!!!

친구네 어머니가 계좌로 입금을 해주셨다고...

그래서 친구에게 회는 잘 먹었다 비행기삯은 못대지만 공항까지 교통비는 내가 댈게라고 하며

공항으로 택시타고... 감


근데 택시가 고속도로에서 퍼짐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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