핥짝 [669956] · MS 2016 · 쪽지

2017-02-22 01: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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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간선제와 그 맹점에 대하여-트럼프는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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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잘 알려졌듯이,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이겼지만 실제 득표수는 46:48로 힐러리가 우세했죠. 이런 결과는 도대체 왜 나오는 것인지 짧고 간단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미국의 선거인단 제도는 간단한 인구비례로 나오는 것이 아닌 좀 더 복잡한 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winner-takes-all이라고 부르는 승자독식의 원칙에 의해 한 주에서 51:49의 득표율이 나오건, 100:0의 득표율이 나오건 그 주에서 승자가 가져가는 선거인단의 명수는 그 주에 배정된 전원이라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1차적으로 결과에 왜곡이 일어납니다. 51:49로 이긴 주가 많을 수록 상대적으로 선거인단 투표에서 유리한 것이죠!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 주에 선거인단이 분배되는 방식입니다. 미국은 연방제 국가로써 인구가 적은 주들의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명목으로 굉장히 독특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요, 그저 인구비례로 주별로 선거인단을 뿌리는 것이 아닌, '각 주에 3명씩의 선거인단을 기본적으로 주고' 그 이후에 인구비례로 선거인단을 배분합니다. 이렇게만 들으면 나쁘지 않은 것 같죠. 하지만 이 방법은 민주주의의 대원칙, 1인 1표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인구가 626,000명인 버몬트 주의 선거인단은 3명이고, 인구가 39,250,000명인 캘리포니아 주의 선거인단은 55명입니다. 고로 선거인단 1명당 인구는 버몬트 주에서 209,000명, 캘리포니아 주에서 713,636명으로, 무려 3배나 차이가 나는 거죠! 바꿔 말하면, 버몬트 주의 1명의 투표는 캘리포니아 주의 3명의 투표보다 더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그 주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미국 국민보다 더 적은 투표권을 가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인거죠.


위의 두 가지 제도를 짬뽕해보면, 미국 대통령이 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알 수 있죠. 바로 인구가 적은 주부터 순서대로 절반+1표의 표를 얻어서 선거인단의 과반을 넘기는 겁니다. 계산을 해보면, 정확히 미국 인구의 21.91%의 득표를 얻고도 선거인단의 과반을 넘겨 완전히 합법적으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이론적'인 수치라고 하지만, 이정도로 결과가 왜곡될 수 있는 제도가 합리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 대통령 선거마다 선거인단중 '배신자' 가 나옵니다. 자신이 찍어야 하는 후보를 찍지 않고, 자의로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인데요, 이것으로 인해 결과가 바뀐 적은 없지만, 민의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것도 그렇게 좋은 제도라고는 할 수 없겠네요.


지금까지 총 58회의 미 대선 중, 득표율에서 앞서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밀려서 대선의 결과가 바뀐 것이 4회 있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약 7%의 확률로 미국인의 대다수가 바라지 않는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택되었다는 것이죠. 


이렇게 진지한 글을 써본 적이 처음이라 어떻게 마무리할지 잘 모르겠는데.... 여튼 길고 노잼인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반응이 좋으면... 다음 글로 돌아오도록 하겠슴다.


+ 이 글은 CGP Grey님의 유튜브 비디오를 보고 제 나름대로 요약, 정리, 가공하여 쓴 글입니다. 이 채널 꿀잼이니까 시간 나시면 꼭 한번 보세요! The Rules for Rulers 추천드립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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