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신동백수학 [485570] · MS 2016 · 쪽지

2016-10-19 23:51:21
조회수 431

29일 남은 학생들에게 쓰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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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저녁에 과외를 했다. 고3 학생이 들어오면서 이야기했다. 너무 무기력해서 공부를 못했다고 말이다. 그래서 매일 같이 공부하던 시간을 손으로 적던 노트에는 지난주 수요일 까지의 기록만이 남아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그 학생의 마음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수능 몇달 안남아서 공부를 시작했지만 나와 계획을 하고 공부법을 고치며 그 가벼운 궁뎅이를 끝끝내 8시간씩 앉아서 시간을 채워오던 학생이었다.
나는 나의 소중한 사람에게 이야기 하듯 진심을 다해 이야기를 했다. 자기 전에 그 이야기들을 생각해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글을 쓰게 됬다.

나는 재수를 했었기 때문에 시험전에 모든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슬픔 분노 불안감 무기력함 갈망 공포 외로움 짜증 쓸쓸함. 나는 1년간 10시간도 체 행복하지 않았던것 같았다. 그래서 더 잘 이해하고 학생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선택 할 수 없는 것들을 받는다. 부모님 , 처음쓰는 언어, 성별등. 하지만 그 후에 것들은 거의 대부분 자신의 선택이다. 특히 고등학생쯤 된다면 거의 모든 건 자신의 선택이다. 자기가 내뱉는 말, 하는 행동, 머리속에 생각까지 모두 선택이다. 주어진 상황을 남이랑 비교하는 것까지도 선택이다. 거기에는 필연따위는 없다.

시험전에 불안함. 무기력함. 답답함은 정말로 당연한 것이다. 그게 없다면 시험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겠지. 시험이 진지한 만큼 부정적인 감정은 커진다. 그건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 우리는 선택 할 수 있는게 있다.
지금 우울하고 무기력하다. 그 후에 나에게 핸드폰을 한다 와 자리에 앉아서 공부를 한다 라는 선택지 중에 자신이 고르는 것이다. 하루에 5시간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살고 싶지 않다란 생각이 들만큼 피곤하다. 그 후에 주어진 선택들,  나는 더 잘 것인가 , 졸린 눈을 비비며 샤워하러 갈것인가.
피할 수 없는 힘든 조건들은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 후에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것이 내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선택이 나를 쌓는다.

아마 수험기간은 그런 좋은 선택들을 고르는 연습을 하기에 아주 적합한 시간이고, 만약 당신에게 29일이 남았다면 하루하루 순간순간 마다 더 좋은 선택을 하면된다. 연습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불안감 무기력함 짜증 피곤함 같은 것과 상관 없이 말이다.

매번 자기전에 아 오늘 정말 잘했다 라는 이야기를 진심으로 25번만 하고 수험장에 들어가도 후회하면서 떨리진 않을것이다. 아쉬울수는 있다.  반면에 하루하루가 아 이정도면 괜찮네 내일 더 해야지 혹은 아 시발 존망 이런 생각들이 자기 전에 든다면 아마 수능 점수는 채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적어도 29일 안에 지붕밑에 같이 사는 사람들 , 가족일 수도 친구일수도 , 하숙집 주인 일수도 , 있는 그런 같이 사는 사람들이 당신의 변화를 느껴야 한다. 쉽게 말하면 너희 어머니나 아버지가 와 우리 아들,딸이 요즘 진짜 열심히 하는구나 를 느끼고 시험장에 너가 엄마 , 아빠 나 진짜 열심히 했어 알지? 라고 당당히 이야기 할 수 있어야 시험에 성공한다. 정말 적어도 그정도다. (엄빠가 억지로 으응..이런거말고 말이다)
엄마가 이새끼야 시험 몇일 남았다고 티비보고 있어 들어가서 공부해! 이러면 아 냅둬 알아서 잘해. 잠깐 쉬는거야. 짜증나니깐 건들지마. 알아서 한다고.
이런다면 그건 어머니의 잘못이 아니고 존나게 전적으로 너의 잘못이고 시험은 당연히 못볼 것 이다. 어머니 탓 하지 말아라. 존나 너가 거기서 적절한 휴식인척 공부도 안하고 쉬기 때문에 그런것이다. 그게 적절한 휴식이라 믿는다면 그것도 못볼 수 밖에 없는 징조중 하나다.


뭐 이런 이야기들을 학생과 나눴다. 그 학생이 그러지 않았듯이 이글을 읽는 학생들에게도 쓰레기새끼 병신 이런 날카롭고 가벼운 이야기로 다가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재수를 하고 과외를 시작한지 3년 정도 됬다. 학원 생활 20년 하신 어머니 밑에서 과외를 시작해서 일주일에 최소 12시간씩 하면서 고등학생들이랑 같이 치고박고 있는 짝퉁 선생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하고 싶다.

아마 시간이 난다면 수학 자료들을 조금씩 올릴 것 같다. 이 글을 진지하게 읽은 29일 남은 당신은 보지 않기를 빈다.
한마디 덫붙이자면 현자는 어리석은 자 말에서도 뜻을 얻고 ,어리석은 자는 현자의 말에서도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고 했다. 그렇게 어리석은 이야기는 아니니 아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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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전하자.. · 668960 · 16/10/19 23:53 · MS 2016

    오늘 나 존나 잘했다!!!

  • 행신동백수학 · 485570 · 16/10/20 08:46 · MS 2016

    축축!

  • say yes · 562410 · 16/10/20 00:06 · MS 2015

    감사합니다
    올해초에 재수 결심할 때
    재수 안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이유로 시작했는데
    어쩌다보니 어영부영 흐지부지 여기까지 왔네요
    지금 이 글을 읽고 남은 28일을 최선을 다하지 못하면
    나는 결국 또 후회하고 앞으로는 후회만하고 자신없는 삶을 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은 28일은 잠들기전 나 자신에게 진짜 수고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든 28일만큼은 누구보다 열심히 해봤잖아 라고 말할 수 있게 반드시
    이 몸뚱아리 이겨보겠습니다. 좋은 글 진짜 감사합니다.

  • 행신동백수학 · 485570 · 16/10/20 08:46 · MS 2016

    네. 정말로 다 선택 가능 한거에요. 힘들지만 더 좋은 선택들을 쌓아 나가시길!

  • 2kck2kckxkxk · 682874 · 16/10/31 16:15 · MS 2016

    님 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