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이슬 [690274] · MS 2016 · 쪽지

2016-10-02 06:08:53
조회수 199

2016년 10월 2일 오전 6시 4분에 저장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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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요즘 자주 네 생각이 나.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공부하는데 힘든건 없을까.


내가 준 플래너는 잘 쓰고 있나.


부질없는 생각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나지만


내가 가는 곳마다. 흘러간 순간마다 남겨진 너의 흔적이 눈에 밟히네.




대치역 풍림빌딩 지상층 분식집.


너와 통화하던 아파트 공원 벤치,


너와 장난치며 함께 걸었던 육교 옆 가로수길.


홍대입구역 사거리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환히 웃는 너는 정말 예뻤는데.


신촌역 백화점 잠망경 앞 광장과 근처 코인노래방.


부산까지 달리는 좀비 영화를 함께 봤던 그 근처 영화관.


건대입구역 5번출구 횡단보도,


졸업식날 앨범을 함께 봤던 어느 디저트카페의 그 테이블.


정말이지 가는곳마다. 네 생각이 나.


'신촌을 못가' 라는 노래가 있더라?


왜 못 가겠단 건지..


이제 작사가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듯 같다.




나는 탑을 쌓기를 그만둔지 너무 오래되어서.


지금부터 쌓아서 너의 뒤를 좇기엔 너무 늦지 않았나.


좇는다 하더라도 따라잡기는 어렵지 않을까.


방황을 위시한 나태함을. 돌이킬 수 없는 나의 비행을. 나는 용서할수가 없어서.


부질없게도 너를 그리워할 자격이 있는가를 의심해보게 돼.




여러 사념과 망상들 가운데 하릴없이 네가 보고싶다.


왜일까. 넌 나한테 아무감정도 없을지도 모르는데.


그냥 시간 때우는 친구 정도일지도 모르는데.


왜 나에게 너는 이리도 특별한 존재가 되어버린걸까.


언젠가 나 다시는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지 않겠노라 다짐했건만


인간이란 이렇게도 간교하고 마음이 무른 존재였던 걸까.


아니면. 그저 내가 아직 많이 어린걸까...




보고싶다.


시작은 그저 반항심 혹은 욕구불만이었고


다시 일어선 것은 너와 어깨를 견주기 위함이었고


이젠 어떻게든 너와 인연이 끊기지 않도록 하려는데


난 그럴자격이 있을까...



나도 모르는사이 흙바닥에 나뒹굴고 있었을땐


현실과 망상의 경계가 모호해졌어.. 지금도 그래.


그런데 혼돈 가운데 네가 자꾸 생각나.


정신을 차린 뒤에는. 아니


아직도 나는 정신차리지 못한 걸지도...




근데 있잖아.


하염없이 네가 생각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이게 솔직히 무슨감정인지 모르겠는데,


이것만큼은 분명해. 


정말. 


보고싶다.




나는 불투명한 미래를 향해 이제 방향을 바꿔.


나는 이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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