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James [725213]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17-02-06 23: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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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 및 재수생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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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청운고등학교 졸업

2016학년도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응용생물화학부 합격

2017학년도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의예과 및 경찰대학 합격


1. 망할 거라는 생각도 금물이지만, 잘될 거라는 생각 또한 금물이다


전자는 이미 수험생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사항이지만, 후자는 의외로 많은 수험생들이 간과하는 부분입니다. 입시에 있어서 무조건적인 긍정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수능을 향한 레이스를 시작한 이상, 4번의 교육청 학력평가에 2번의 평가원 모의평가, 거기다 기타 사설 모의고사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8번의 시험들을 치르게 될 텐데... 사실상 그 모든 시험들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만약 ‘나는 잘 될 것이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면,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를 얻었을 때

「내 손에 쥐어진 그 결과」와 「내가 생각하는 나의 미래」의 그 괴리는 자신에게 정말 뼈아프게 다가올 것입니다. 그저 내가 하루하루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기계적인’ 기분으로 1년을 보내셔야 합니다.


‘불’과 같다고 평해졌던 항우, ‘물’과 같다고 평해졌던 유방.

그 둘 중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것은 유방이었음을 잊지 않으셔야 합니다.


2. 웅변은 은조차 되지 못하지만 침묵은 금 그 이상이다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라는 속담을 변용했습니다. 왜냐하면 제 경험상, 적어도 수험생 시절에는 저 속담은 그렇게 많이 들어맞지 않는 것 같거든요.


수험생들의 기분이나 컨디션은 비수험생들에 비해 하향 조정됩니다. 당연한 겁니다.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몇몇 수험생들의 경우는 플러스 알파 - 강산도 변한다는 그 엄청난 시간들을 오로지 한 목표만 보고 달려왔으니까요. 그 목표가 점점 다가오는 그 상황에서는 성인(聖人)조차도 그러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그 어떤 좋은 말을 듣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왜곡이 되고, 그 어떤 좋은 말을 하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가시가 베어듭니다. 그렇게 돼서 누군가와 틀어진 관계는, 그럴 것 같지 않지만 정말 신경이 쓰이게 되죠. 화해하고 싶지만,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공부에 방해가 될 것 같고. 그렇게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아예 아웃사이더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힘든 수험 생활,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소중한 자산이지요. 다만 서로의 영역은 지키면서 거리를 둘 필요는 있다는 뜻입니다. 수능이 끝나고 서로 더 멋있어진 모습으로 만날 때 그 동안의 ‘침묵’은 충분하다 못해서 넘치도록 메워질 것입니다.


3. ‘노력이 내포된 시간’은 그 무엇이든 해결해 주리라는 믿음을 가져라


여기서는 제 이야기를 조금 하고 싶네요. 저는 고등학교 3년 통틀어서 ‘수학’이라는 과목에서 100점을 받아본 적은 딱 2번 있었습니다. 바로 2학년 때 응시한 ‘6월 교육청 학력평가’와 3학년 때 응시한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었죠.


의대를 지망하는 자연계열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수학을 그렇게 잘 하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내신은 4~5등급을 맴돌았고, 모의고사 점수는 80점대 중반에서 잘해봤자 90점대 초반을 맴돌았습니다. 96점을 받고선 “내 커리어 하이다!”라며 자랑스레 말했던 2016학년도 9월 평가원 모의고사의 1등급 컷은 100점이었습니다. 심지어 29번 문제는 찍어서 맞춘 것이었죠.


자습 시간의 거의 전부를 수학에다가 쏟아 붓고, 오르비나 인터넷 강의에서 파는 실전 모의고사도 풀어댔지만 도무지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그런 내가 너무 비참해서, 나와 같은 모의고사를 푸는 친구들의 시험지를 몰래 훔쳐보기도 했습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님을 진심으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리고 2016학년도 10월 교육청 모의고사, 1등급 컷이 92점이었던 그 시험에서 저는 96점을 받았고,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1등급 컷이 96점이었던 그 시험에서 저는 100점을 받았습니다.


수험 생활이 끝난 지금에서야 돌아보건대, 1년이라는 시간은 수능을 준비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말인 즉슨, 어느 누구든 수능 만점, 전국 수석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다만 그 무거운 시간을 충분히 무겁게 사용하느냐가 각자의 미래를 결정할 뿐. 성적은 ‘가우스 함수’처럼 오른다는 사실을 유념하며 정진하시길!


4. 나의 미래와 수능의 미래를 함부로 예단하지 마라


저는 꽤 오랫동안 논술 전형을 준비했습니다. 사실 자의였다기보단 어머니의 입김이 강했고, 하는 중에도 내가 대체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만... 고등학교 1학년 겨울, 어머니와 함께 서울 호텔 방을 잡아 대치동 학원을 가던 것을 시작으로, 수시로 서울로 올라가서 수업을 들었고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주말마다 1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현대청운고는 울산 거의 구석에 위치하기에...) 시내로 나가 학원을 다니고는 했죠.


이런 노력들이 무색하게도 현역 때 쓴 논술 전형은 모조리 광탈했습니다. 그때 당시에야 정말 억울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억울할 일도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제대로 풀고 나온 시험이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시작하게 된 재수 생활, 저는 모든 포커스를 수능에 맞췄습니다. “남자는 정시다!” “논술은 운빨이다!”를 외치고 다녔죠. 물론 완전히 논술에 대해서 손을 놓은 것은 아니었지만, 제가 논술로 대학을 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죠. 하지만 우습게도 저는 이번에 지역인재 논술 전형으로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을 합격했습니다.


‘이게 내가 대학에 가는 데에 도움이 될까, 이게 내가 점수를 올리는 데에 도움이 될까’ 하는 의심은 수험 생활 내내 들 것입니다.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쓰고 싶어 하는 그 마음, 충분히 이해는 된다만 저는 수험생 여러분들이 보다 겸손하게 공부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건 해야 되고 이건 안 해도 된다고 본인이 주체가 되는 자세는 경계하셔야 합니다. 나중에 되어서는 일전에 많이도 아니고 살짝 공부한 그 시간이 정말로 한 문제를 맞히게 해주고 내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시켜줄 수 있는 것이니까요.


제 이야기 말고도 예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수식으로 한 페이지를 꽉꽉 채워야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 B형 30번은, 수학 4점짜리는 몇 줄 안에 풀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한창 돌고 있을 때 출제되었고, 단 한 가지 방법으로밖에 노가다를 해서 풀어야 하는 2017학년도 6월 모의평가 수학 가형 30번은, 평가원 수학은 해법이 다양하다는 관념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있을 때 출제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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