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tycat [466400] · MS 2018 · 쪽지

2014-08-28 00:55:29
조회수 12,864

2전3기 길고도 험난했던 의대합격수기” #1 (수학3등급에서 99프로 1등급까지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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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삼수할 때 학원 친구들과 얘기하다 제가 의대에 붙으면 꼭 수기를 남기겠다고 다짐하고 다녔다는 기억이 되살아났어요. 그땐 그냥 꼭 의대를 가겠다는 오기 같은 것이었는데 막상 합격하고 나니 잊고 있었네요...

늦었지만 혹독한 자신과의 싸움을 펼치고 있을 수험생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제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요.

(쓰다 보니 길어졌네요...앞으로 수능 때까지 많은 시간이 남지는 않았지만 틈틈이 과목별 공부법, 시기별 주의사항 등 시리즈 형식으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다소 개인적인 얘기도 들어가니... 더군다나 제가 이과라 글이 영... 스압 주의^^)

#어렸을 적부터 고3까지...

‘의사가 되고 싶다’ 라는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저 막연한 동경이었거나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계층의 외적인 부분(경제적 풍요나 사회적 위치 등)에 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거의 초등학교 시절부터 부모님께서 권유하신 것도 아닌데 그냥 저는 막연히 의대에 가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성적도 중학교 때 까지는 전교권은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성적이 나오길래 조금만 노력을 하면 어렵지 않게 의대에 갈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고등학교에 진학해보니 실상은 어둡더군요...

상위권이라 하기도 부끄러운 제 성적과 정시배치표 상단에 달라붙어있는 전국 의대의 커트라인의 격차를 보며 절망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자존심이 워낙 강했던 지라 그저 ‘언젠간 오르겠지’, 또는 ‘이건 내 실력이 아니라 실수 때문이야...’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위안하곤 했습니다. 그래도 고2초반까진 모의고사 성적이 어떻게든 평균 1.5등급 안쪽이었습니다. 그런데 고2 6월 모의고사 부터는 거짓말처럼 쭉쭉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는 모의고사를 위해 특별히 공부해 본적이 없어서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조차 몰랐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여러 학원을 다니는 것을 보고 어머니를 졸라 학원, 과외스케줄로 1주일시간표를 채워 넣었습니다. 그 후 조금 나아지나 싶었더니 다시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그렇게 학원과 과외로 점철된 고2,3을 보내고 2012학년도 수능을 쳤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목표로 했던 의대는 써보지도 못할 점수가 나와 버렸습니다.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맛본 실패는 무척 쓰라렸습니다.... 수시 논술은 전부 인서울 의대를 쓰는 바람에 최저를 하나도 못 맞추어서 논술은 쳐보지도 못했습니다.

집에서 절망감을 곱씹던 와중 성적표가 나오고 정시지원을 했습니다. 이 당시에 서강대 화생공에 지원했는데 추가합격 5회차까지 다 떨어지고 한참 재수학원을 다닐 2월 말에 전화로 추가합격통보를 받았습니다. 사람 마음이란 게 정말 간사하더군요... 고등학교 때에는 하늘을 찌르는 오만함에 쳐다보지도 않았던 학교에 합격했다고 통보받았을 때의 기쁨은 말로 형용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반쪽짜리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재수시절

재수를 했던 시간을 돌이켜보면 하루하루가 끝이 안 보이는 긴 터널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매달 받아보는 초라한 성적표와 도저히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 성적... 거기에 자존심 강한 성격까지... 누구에게 기댈 수도 없었고 그저 저 혼자라고 느꼈습니다. 재수학원 야간반에 등록해서 오전에는 학교 강의들으러 갔다가 오후에는 학원에 와서 공부하는 식으로 1학기를 보냈습니다. 아무래도 OT다 MT다 동아리활동, 학점관리 등등 제대로 된 공부도 거의 못하고 1학기 종강이 찾아왔습니다.

종강하고 휴학계를 낸 뒤 2학기때는 학원만 다니면서 수능공부를 했습니다.

이 시기에 공부에도 관성이란 게 있구나를 느꼈습니다. 1학기 때 비교적 여유 있는 생활을 하다보니 갑자기 7월부터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하려 다짐을 해도 쉬이 되지 않더군요...

거의 수능 전날까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을 했습니다. 이 시기에 저는 무조건 공부의 양이 성적을 보장한다고 굳건히 믿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지쳐서인지 공부가 제대로 돼있지 않았다라는 것을 알면서도 수능날이 빨리 와서 이 모든 고통이 사라지길 바랐습니다.

저의 경우 많은 분들이 의아해하시겠지만 이과임에도 불구하고 수학과 과탐이 약점이었습니다. 언어는 5번에 한번 꼴로 2등급이 나오고 나머진 전부 1등급이었고 외국어는 항상 만점에 가까운 1등급이 나왔습니다. 재수를 하면서 과탐성적은 많이 상승했는데도 불구하고 수학성적은 해도 해도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2등급,3등급을 전전하곤 했습니다. (이 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수학성적은 절대 오르지 않을것이다라고 단정지어버렸던 것이었습니다) 7,8월이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9평을 보고 눈을 몇 번 감았다 뜨니까 수능이더군요...불안한 마음을 이끌고 수능시험장에 들어섰습니다. 언어영역은 무사히 마쳤는데 역시 수학영역때 패닉이 오더군요... 결국3개나 못 풀고 실수 몇개를 해서 3등급이라는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 후 외국어영역과 과탐영역에서 틀린 문항이 거의 없었지만 수리3등급이라는 성적으로 의대는 소원하기만 했습니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시험장을 나올 때 어머니보기가 너무 부끄럽고 죄송해서 혼자 몰래 나가려는데 추운 날씨에 교문 밖 에서 떨면서 기다리시는 어머니를 보고 말았습니다. 사람이 너무 미안하면 오히려 뻔뻔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 때 알았습니다... 기대 반 걱정 반 아들을 위해 내내 기도하신 어머니께 망쳐서 한번 더해야 될 것 같다 라는 말은 차마 나오지 못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가채점을 해보니 이 수학점수로는 어느 의대도 가기 힘들겠다라는 판단이 서더군요... 어찌됐건 삼수를 하고 싶다는 말을 꺼내야 되는 데 정말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재수하는 바람에 사람들 모임에도 편히 못 나가시고 전전긍긍한 어머니께 삼수생 어머니가 되라고 부탁하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이 시기가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어머니와 공부문제로 심하게 갈등을 빚었던 것 같습니다. 절대 제가 그때까지 공부를 잘해서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저희 어머니는 제가 어느 대학을 가고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말씀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성적보다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 것이냐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으신 분이셨죠. 어머니는 제가 삼수를 하는 것보다 원래 대학을 다니면서 더 많은 경험을 하기를 원하셨고 전 삼수를 하지 않으면 제가 의사가 될 길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매일 매일 언쟁이 이어졌습니다.

#삼수시절

우여곡절 끝에 삼수를 시작했는데 제가 그 때까지 살아온 시간이 너무 허무하게 느껴졌습니다. 불현듯 내가 왜 의대에 가야되지? 이렇게까지 하면서 의사가 돼야 되나? 아니 될 수는 있나? 하는 물음들이 하루에도 열 번씩 찾아왔습니다. 그러다 근본적으로 내가 왜 의사가 되려했던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자 이 의문을 풀지 못하면 공부를 하지 말아야겠다 라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그렇게 혼란의 시기를 보내던 와중 ‘울지마 톤즈’라는 다큐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감정적으로 너무나 힘들었던 시기라서 모든 사물이 부정적으로 보였던 시기였습니다. 그 다큐의 주인공인 이태석 신부님이 너무 바보처럼 보였고 심지어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저랬던 것인가 의심까지도 했었습니다. 그러다 다큐의 엔딩부분에 신부님이 암투병 중 모자를 쓰고 인자하게 웃는 모습에서 ‘아 저분은 진심이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다큐를 보고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헌신할 수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없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이 때 의사가 되고 싶다고 처음 마음으로 느꼈던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간절히 의사가 되고 싶어져서 정말 의대에 가야겠는데 배치표 상의 의대는 지방대라 할지라도 꼭대기에 붙어있더군요... 제 모의고사 성적표 추이를 보니 수학을 올리지 못하면 길이 없어보였습니다. 3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하루에 거의 8시간 가까이 수학공부를 했습니다. 제 현실을 직시하고 제 위치를 겸허히 받아들이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개념부터 다시 하나하나 시작해나갔습니다. 사실 3수 시절 학원에서도 나름 높은 반 이었고 나이도 있었기 때문에 수학 개념서를 들고 다닌다는 게 부끄럽기도 했지만 수능날 부끄럽지 않으려 이 악물고 했습니다. 그렇게 2달 동안 매일 수학공부를 하면서도 개념서 한 종류(수2,적통,기벡)만 공부했습니다. 개념공부를 제대로 해보니까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제대로 알지못하 던 부분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개념 학습이후 기출문제집을 2회독하고 ebs골라서 풀고 오답 3바퀴정도 하니까 수능이 다가왔습니다. 저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사설 봉투모의고사집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기 때문에 개념서와 기출집만 반복해서 보고 수능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뒤에 연재할 글에 수록하겠습니다)

수학B형 성적이 6평때 처음 1등급이 나오더니 그이후로는 1등급에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수능시험날이 돼서 시험장에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저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는 확신이 드니까 몇 점이 나오든 떳떳했기 때문이었겠지요...

2014 수능때는 수학은 한 문제만 틀려서 백분위99프로 1등급을 받았습니다.

영어B형은 만점이었고 국어A형도 98프로 1등급이 나왔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부분이 과탐 한과목이 미진했는데 국영수 성적이 괜찮아서 별무리 없이 지원했던 3개 의대에 전부 합격했습니다. (삼수라는 특성상 원서를 보수적으로 쓴 게 아쉽기는 하지만요...)

수기를 쓰다 보니 자서전처럼 장황하게 길어졌네요...

제가 했던 공부방법의 자세한 내용은 이후 시리즈 형식으로 연재하겠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시면 제가 아는 범위에서는 최대한 성실히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수험생여러분! 환절기 건강관리 잘하시고 끝까지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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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세미인 · 493215 · 14/08/28 00:56

    이시기에운동하셨어용??

  • nastycat · 466400 · 14/08/29 00:23 · MS 2018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아프리카청춘이다 · 439935 · 14/08/28 01:08 · MS 2017

    이과 수학 요즘 기출 2~3회독 하는중인데요

    올바르게 하고있은게 맞을까요??
    자이스토리로 하고있고요

    -교육청은 2회독하면서 틀린문제나 뭔가 내가 얻어갈것이 있겠다할 문제만 다시풀어봄

    -평가원 수능
    -이 문제의 알고리즘이 뭘까?
    -이문제에서 얻어갈만한 풀이법을 일반화시킬수 있을까??

    -틀린문제:매유매우 짤막하게 노트에 틀린이유 적어서 틈틈히 봄
    이런식으로 생각해가면서 공부중인데

    혹시 추가할 방법이나 수정할방법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할께요

  • nastycat · 466400 · 14/08/29 00:21 · M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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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medayn · 489974 · 14/08/28 07:00 · MS 2014

    어디의대에요?

  • nastycat · 466400 · 14/08/29 00:23 · MS 2018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16등급 · 461391 · 14/08/28 12:18 · MS 2013

    우와..얼른 연재해주세요!

  • nastycat · 466400 · 14/08/29 00:24 · MS 2018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델피나드 · 494424 · 14/08/28 23:59 · MS 2014

    기출만풀면
    답뿐만아니라풀이까지기억나지안나요?
    어떻게올리셧어용?

  • nastycat · 466400 · 14/08/29 00:26 · MS 2018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nastycat · 466400 · 14/08/29 00:14 · MS 2018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소트 · 488893 · 14/08/31 20:21 · MS 2014

    기출은 어떤거로푸셨어요? 자이 마플?

  • nastycat · 466400 · 14/09/01 20:22 · M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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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맏동산 · 455630 · 14/09/01 15:33

    와... 그 인고의 세월을 견뎌내신게 정말 대단하시네요!
    국어, 영어는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셨는지,
    시간은 얼마나 할애하셨는지 좀 간략하게만이라도 알 수 있을까요?

  • nastycat · 466400 · 14/09/01 20:26 · M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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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으리가없다 · 454980 · 14/09/07 15:38 · MS 2013

    제가이과생인데 이번 9평 81점나왔구요..

    제가체계적으로 딱 기출을 돌린적이없고 중구난방으로 봐서그런데
    오늘부터 자이스토리 수2 기벡 적통 한권씩 차례대로 다풀어도될까요? 확실하게 파근차근기출 끝내려구요..
    절박합니다도와주시요

  • nastycat · 466400 · 14/09/11 01:45 · MS 2018

    제가 으리가없다 님의 다른 영역 성적분포와 목표하시는 대입전형을 모르기때문에 확실한 답변은 드리기 힘들지만 수학영역만 올리는게 급선무시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추천드려요..
    수2,적통,기벡중 가장 약하다 생각하시는 파트부터 바이블 개념서랑 기출집(기벡은 자이,나머진 마더텅)을 병행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객관적 실력이 쌓이실려면 단원별로 공부하셔야 합니다!!

  • 으리가없다 · 454980 · 14/09/12 00:30 · MS 2013

    단원별로..
    시간이 ㅠㅍ

  • nastycat · 466400 · 14/09/14 18:40 · M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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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enJo · 508489 · 14/09/18 23:37 · MS 2014

    수학이랑 과탐은 개념서 뭘로 하셨어요?
    그리고 수학은 기출 몇개년 정도 푸신건가요?

  • nastycat · 466400 · 14/09/22 00:53 · M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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