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스텀 [654172] · MS 2016 · 쪽지

2016-11-27 00: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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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간의 회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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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평가원 시험은 점수가 생각보다 정말 잘 나왔습니다. 

국수영생1지1을 선택해서 94 100 95 39 47 점이 나온 것입니다. 

못하는 과목은 쉽게 잘하는 과목은 어렵게 나왔고, 찍은 것도 거의 다 맞은 탓이었습니다. 


하지만 약점이 전혀 메워지지 않았다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졌습니다.

국어는 3문제 모두 약했던 문법에서 틀렸고, 생물은 유전문제를 두 문제나 시간을 들여 손을 대고도 틀렸으며, 지학은 기본적인 암기사항을 몰라서 오답이 나왔습니다. 수학마저도 30번을 마지막 10분만에 찍어 풀어서 맞은 것이라 정답 동그라미를 치기도 민망했습니다.


국어는 김상훈 선생님 문법론 강의를 결재하고 듣기 시작했습니다. 또 문학 파트에서 선지가 잘 이해되지 않는 등 개념어가 부족하다고 느껴져 문학개념어 강의도 결재 했습니다.

수학은 개념 파트가 이전 수능보다 많이 줄어들어 고난도 문제를 뚫어내는 것 만으로 상당부분 대비가 가능하다고 느껴졌습니다. 현우진 선생님 해설강의를 보고 감격해서 드릴 미적분2 기하와 벡터 강의를 결재하고, 풀기 시작했습니다. 9평을 보면서 ebs연계 체감이 확 왔기에 이 시기엔 ebs수능특강 수능 완성도 계산 연습 느낌으로 병행했습니다. (수능 완성은 특히 문제 질이 떨어진다고 느꼈습니다.)

영어는 부족함을 느꼈지만 대비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어법이 약해 거의 느낌으로 찍는 수준이었지만 공부량대비 성적 상승량이 미비하다고 생각해 따로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다른게 할게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마지막 10월에는 이명학 선생님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를 들으며 최소한의 문제풀이 스킬과 문법 지식은 가지고 들어가고자 했습니다. 

탐구는 의외로 생물1에서 복병을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리 해도 시간이 부족했고, 한문제는 손도 못대고 시험이 끝나기 일쑤였습니다. 시험 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백호 선생님 실전모의고사 강좌를 결재해 한주에 하나씩은 풀었습니다. 또 윤도영 선생님의 울티밋 테크닉 문제집도 풀었습니다.

지학1은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왔습니다. sf와 우주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천체 파트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공부량 대비 성적이 무척 잘 오르는 효자 과목이라 하는 데로 실력이 느는게 느껴져서 자기도 모르게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시기 김지혁 선생님 문제척척 강좌와 수능특강 수능완성을(그제야..) 봤습니다.


10월에는 과감하게 학원을 끊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생활이었습니다만 그래도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독학 초기에는 진행하고 있던 국어 기출 선별(학원교재) 영어 이명학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지혁 다지선다, 백호 백호파이널100제, 윤도영 울티밋 피니쉬 등을 마무리 했습니다.

마지막 스퍼트 시기이니만큼 해놓은 것을 정리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원을 다닌 덕분인지 제대로 수험 준비를 한 것이 4개월 여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본 책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어떤 시험이던 마지막 1달이 앞선 모든 기간들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최소한 수능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에 올해 봤던 책들은 모두 머리속에 넣고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기출을 일순위 ebs를 이순위 사설 문제집들을 삼순위로 놓고 봤던 책들 2회독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 기간이 수험기간중 가장 지겹고 힘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풀었던 문제집이며 봤던 개념서라 다시 보고 있지면 정말인지 좀이 쑤셔서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 처음 풀었던 것과 색깔을 달리해 오답 문제와 체크한 문제 위주로 공부했고, 당시에 왜 오답을 냈고 왜 체크했을지 생각해 보고자 했습니다. 정말 못견디게 지루해지면 실모를 풀었습니다. 이 시기에 알파테크닉과 크리티컬 포인트, 드릴을 전부 다시 풀었는데, 이 공부가 수학 실력 향상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는 사이 수능은 시시각각 다가왔습니다. 


수능 전날에 하나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데 갑자기 입가에 축축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필 새벽1시에 키우던 강아지가 저를 핥아 깨운 것입니다. 평소에도 종종 그러곤 하는데 하필 수능 전날 밤에 이런 시기 부적절한 애교를 부리는지 정말 당황스럽고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는 3시 반까지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누워 수능이 망하면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할까를 계속 생각했습니다. 복학을 하고 대학원을 가야하나? 취직을 위해 인턴부터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나중에는 거의 자포자기하는 심정이었습니다.

다음날 6시에 자기도 모르게 눈이 떠지기는 했지만 머리가 너무 아팠습니다. 도시락을 받아들고 수능 시험장에 들어갈때는 이 모든 일들이 너무나 힘겹게 느껴져 거의 제정신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꿀물 한병을 사서 마시며 그저 최대한 가진것만 보이고 오리라 속으로 되뇌였습니다. 


국어 영역이 시작되고 부들부들 떨며 문제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화법과 작문을 빠르게 풀고 문법에 다다랐습니다. 다행히도 모의고사에 비해 어렵지 않은 수준이었고 천운이라고 여기며 비문학에 돌입했습니다. 첫 지문은 콰인 어쩌구 하는 인문 지문이었습니다. 나름 스스로 인문학적 소양이 있다고 여겨왔지만 도저히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가 어려웠습니다. 지문을 완전히 이해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빠르게 문제로 들어가 내용일치로 선지를 지워나갔고, 다행이 별다른 추론 과정 없이 문제가 풀렸습니다. 어려운 시험이구나 하는 직감에 최대한 문제를 빨리 푸는데 집중했습니다. 10분여를 남기고 문제를 다 풀었고. 묘하게도 만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학 영역엔 너무 떨어서 오엠알 마킹도 부담스러울 정도였습니다. 문제를 풀다보니 책상이 너무 심하게 흔들려 중간에 손을 들고 감독 선생님을 불렀습니다. 감독 선생님이 손수 폐기한 오엠알 카드를 접어서 책상 기울기를 맞춰 주셨는데, 그 모습을 보자 묘하게 마음이 안정되었습니다.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싶네요. 객관식은 무난하다고 여겨졌고. 주관식 29번에서 콱 막혔습니다. 풀이 방법이 많아 보였는데, 어느 방법으로도 답을 내기위한 연결고리 마지막 한조각을 생각해내지 못했고 마지막 수단으로 무식하게 좌표 대입을 통해 평면의 방적식을 만들어 풀었습니다. 계산이 너무나 힘들어 수번이나 시계를 보면서 계산을 반복했고 시험 종료 10분을 남겨두고서야 겨우 루트 196/25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곱근이 떨어지는 것을 보는 순간 반드시 맞았다는 확신이 들었고 30번은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밥을 먹고 영어를 보는데 졸음이 엄습했습니다. 전날 3시간도 채 못잔 상태였습니다. 외투를 모두 벗고 소매를 걷고 추위로 잠을 이겨내고자 했습니다. 샤프로 손가락을 찔러가며 듣기를 겨우 마치고 독해에 들어갔습니다. 문제 난이도가 상당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바로 답이 떨어지지 않는 문제가 많았고 빈칸 추론 문젠 도저히 풀어낼 수 없어 별표를 치고 넘어갔습니다. 별표를 제외하고 다 풀자 10여분이 남았고 남은 기간동안 어법과 별표친 빈칸 문제를 풀었지만 결국 찍다시피 넘어갔습니다. (틀렸습니다..)

예전 수능의 경험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있었습니다. 맨 첫시간에 틀리는 한문제나 마지막 시간에 집중 못해서 어이없이 틀리는 한문제나 가치는 똑같다는 것을요. 

고지가 눈앞에 있다고 여기고 생물1 시험지를 펼쳤습니다. 이당류 문제는 2학년때 들었던 생화학 수업을 간신히 기억해내 맞출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장 가계도 문제를 제외하고 전부 풀어냈지만 어쩐지 개운치는 않았습니다. 답개수가 4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4가 7개나 나왔는데, 고뇌 끝에 푼대로 그냥 오엠알을 마킹했습니다.

지학1은 무난하게 풀어냈습니다. 20번 천체 문제가 김지혁 선생님 파이널 모의고사에서 나왔던 개념인지라 킬러 천체문제까지 막히는 것 없이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김지혁 선생님 커리큘럼만 그대로 따라갔던 사람으로서 여러 커뮤니티에서 과하게 까이시는게 마음이 아픕니다..) 


수험표에 답을 옮겨적고 종이 울렸습니다. 천천히 교문을 나서는데 기대에 찬 학부모님들의 시선이 느껴지더군요.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현역시절 저는 시험장 교문을 나서며 다시는 수능을 보지 않겠노라 다짐했었습니다. 나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교정을 나서며 이번 수능이 마지막이기를 기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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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성적표도 나오지 않는 상태이고, 저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신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수능 전에 엘류어드 님의 수능 스토리를 보며 많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보잘것 없지만 군대와 대학에서의 방종으로 거의 제로베이스에 가까운 상태였던 제가 올해 수능을 치기 위해 어떤식으로 발버둥을 쳤는가 하는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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