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교 들어가고 나서 부끄러웠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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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에는 내신이 중요했는데 내가 고 1, 2때 하도 놀아서 내신이 똥망이었다. 고3이 되니 놀고 먹어도 점수가 쭉쭉 오르고 막판에는 0.1퍼 정도 성적이 나왔는데,(고3 초에는 담임이 시립대를 생각해보라고 하셨었다.) 내신도 안 좋고 재수는 절대로 안된다는 개인적 신념으로 농경사를 지원... 당시에 아버지는 무슨 농대냐고 하면서 당신은 연고대로도 만족하신다면서 서울대는 사회대를 쓰라고 하셨는데 내가 우겨서 농경사로 썼고 무난히 합격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나중에 아버지가 무슨 소리를 들으셨는지 내 점수로도 사회대 충분히 가능했는데 왠 농대를 갔냐 반수해라는 등 온갖 구박을 다 하셨다. 하도 뭐라고 하시니 어머니가 "서울대 붙었다고 혼내는 사람은 처음 보네"라고 하실 정도였고 나도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 받았는데 듣기좋은 소리도 한두번이지 한번은 너무 열받아서 "그만 좀 하세요"라고 하고 방안에 주전자를 발로 차버린 적도 있다. 주전자가 땡그렁 땡그렁 잘 굴러간 기억이 난다. ㅋ
나 스스로는 그래도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하고 뿌듯했는데 의외로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그게 아니었다. 주변에 똘똘한 녀석들도 많은데 나는 그야말로 어영부영 재수하기 싫어서 점수맞춰 들어온 것 같고... 친척 어른들은 항상 "그런데 왜 경제학과로 가지 농업경제과를 갔냐?"고 물어본다. 그걸 몰라서 물어보나? 당연히 점수 맞춰서 왔지
그런 일을 자주 겪다보니 나 스스로도 위축이 되고 남들이 물어보면 대충 "경제학 공부해요"라고 넘어간다. 그러면 오오!!!하고 안 물어보는데 경제학과 따로 뽑나?라고 추가질문을 하면 때려주고 싶다 ㅋ
하여간에 1학년을 그렇게 보냈는데 후배들이 들어오고 친하게 지내는 녀석이 몇 있었는데 나름 놀랐던 것이 같이 어디를 갔을 때 남들이 물어보면 나는 애매하게 "경제학 공부해요" 이럴 것인데 그 후배는 "서울대 농경제과 다녀요"라고 하고 "왜 경제학부 안 가고 농경제를?"이라고 물어보면 "농경제가 참 재미있고 꼭 필요한 학문이예요.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하고..." 그 생각도 일목요연했지만 그 당당함이 나와는 달랐다. 후배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놀라면서도 상당히 나 스스로에게 부끄러웠던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고 동기들을 둘러봐도 사실 원서쓸 때 어영부영 쓴 애들도 있었지만 정말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자기계획을 세워서 하나하나 실행해 나가고 있었다. 누구는 농업컨설팅을 하겠다. 누구는 대학원에 가겠다. 누구는 은행에 들어가서 경력 좀 쌓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겠다. 누구는 한국은행에 가겠다. 누구는 금감원에 가겠다. 하여간에 어영부영 들어왔을지는 몰라도 어영부영 다니는 녀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것은 연세대로 간 녀석이든, 고려대로 간 녀석이든, 사범대로 간 녀석이든, 인류학과로 간 녀석이든 사회학과로 간 녀석이든 마찬가지였다. 누구는 기자가 되겠다. 누구는 행정고시를 보겠다. 누구는 법조인이 되겠다... 자기가 원했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녀석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나도 똥망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도 남들이 무슨 과 나왔냐고 물어보면 뻘쭘한 것은 사실이다. 그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실 농경사를 쓰게 된 이유가 내가 수학을 좀 잘하는 편이라서 수학 써먹을 수 있는 곳으로 가자...그 이유였고 아무 생각없이 들어왔는데 다니고 보니 정말 학문이라는 것이 피상적으로 아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내가 지금 이 생각 그대로 원서접수 때로 돌아간다면 아마 사범대 역사교육과를 갈 것 같고, 고1로 돌아간다면 이과를 선택해서 물리교육과나 생물교육과를 가고 싶고, 그렇지 않다면 연고대를 상경계가 아니라 법대 쪽으로 써서 그쪽으로 공부했거나 그럴 것 싶다. 그러나 한번 사는 인생 그럴 수가 있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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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사에서 수학많이안씁니까?
많이 쓰기는 하는데... 수학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더라구요 ㅋ 오히려 법대 정도가 수학적 마인드는 딱 맞는듯
흠ᆞᆞᆞ그렇군요
와...좋은글....
스크랩해서 자주 읽어야 겠네요
주전자ㅋㅋㅋ
도움되는 글 감사해요
쪽지좀 봐주세요~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방안에 주전자를 발로 차버린 적도 있다. 주전자가 땡그렁 땡그렁 잘 굴러간 기억이 난다. ㅋ'
이 부분 너무 웃겨요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ㅋ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ㅋㅋ
뚜왕뚜왕느낌 ㅎㅎ
고속성장님은 이미 수많은 수험생의 안철수인 듯.(정치하시기 전의 좋은 의미로)
충분히 존경받고 좋은 인생을 사시고 계시고...
항상 좋은 글에 감사드리고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의사들의 현실에 대하여 그렇게 잘 아시나요?
입시계의 안철수..백신 만들어..공짜로 배포했듯이..적절한 비유..좋아요 누르기 위해 로그인하고..댓글 답니다..
수험생의 안철수
입시계의 안철수
고속성장의 모든날이 좋았다.(도깨비버전v1)
감사한 마음 담아 전합니다.
정말 글 잘쓰시네요
잼있는 단편소설같아요
잘 읽었어요~
고속성장님은 어떤 분이신가 궁금했는데
그러셨구나.
갖고 계신 능력으로 수험생 백만명은 살리신듯 요
감사인사드립니다
고속님은 뱃지 안달고싶으신가요?
서울대인데도 과 때문에 무언의 찝찝함이 있는 사람 생각보다 정말 많은거 같네요. 제 친구도 서울대인데 과가 비주류과여서 자기 소개할 때 좀 멋적어 하더라고요. 특히 요새는 첫 만남 때 대학 안 물어보고 과를 물어보니 ㅋㅋ
실상은 사람들 서울대 하면 100명에 100명응 우와~하는데
역사교육가셨으면 지금 이렇게 못 뵈었을지도. 그러니 인생은ᆢ
진짜 좋은 글이네요.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당당해야 됩니다.
특히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위축된 모습 보이고 묻는 말에 머뭇거리고 쭈뼛거리는게 보이면 그게 그 사람의 이미지가 되고 사람들에게 각인되면 그 이미지를 지우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제 친구놈 중에 군산대 공대 다니는 녀석이 있는데 4년 열심히 공부해서 총장선정우수장학생으로 뽑혔고 공기업취직준비중인데 솔직히 저도 어렸을때 비웃었지만 요즘 들어 친구녀석 기특하고 당당하게 사는 모습을 보니 절로 응원해주고 싶더군요.
그러나 한번사는인생 그럴수가있나....ㅜㅜㅜ
우선 먼저 고속성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재수한 우리아이가 이번에 대입 원서를 쓸 때 고속성장님의 자료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며칠전 발표한 대학의 의대에 최초합격을 하였고 서울대는 발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료컨설팅을 해야만 공유할 수 있는 자료를 무료로 배포해 주시고 이렇게 좋은 말씀을 진솔하게 남겨주시니 고속성장님께 참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고속성장님께서는 지금 매우 훌륭한 좋은 일을 하고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공감공감쓰...
고속성장님의 모든 글이 좋았다
글 내용이 좋아서
글 내용이 알차서
글 내용이 없어서
모든 텍스트가 눈부셨다
2년 놀고 1년만에 샤대 뚫는 Goat속성장 ㄷ
날싸가 좋아서
날씨가 좋지않아서
이글은 추천!
1년만에 해내서 '고속성장'인가요? 고속성장님께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고속성장님 대학별 분석기 만들어주신거 정말 감사합니다! 고속성장님 분석기 덕분에 다른사람들이랑 대학별 환산점수도 쉽게 비교가능했고 표본분석 할때도 대학별환산점수 구하는데에 너무 유용했어요!!
2012년인가 스누라이프에서 읽은 글 중에
어느 노땅의 넋두리라는 글이 있었는데..
그 글만큼 진솔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