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성장 [265927] · MS 2008 (수정됨) · 쪽지

2017-01-09 01:05:19
조회수 14,562

밑에 연공 vs 폴리텍 글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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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어른들 특히 뭘 잘 모르는 분들은 취업이면 다 같은 것 아니냐 회사원이면 다 같은 회사원 아니냐라고 하는데 몰라서 하는 말 치고는 너무 위험한 얘기다. 공대를 나오면 제조업체로 갈 텐데 우리나라는 원청이냐 1차 하청이냐 2차 하청이냐 3차 하청이냐에 따라서 대우나 안정성이 하늘과 땅 차이다.


일단 평균적인 연봉으로 치면 원청과 3차 하청 직원간에 많게는 4배 정도 차이가 난다. 현대자동차가 남직원 기준 평균급여가 한달에 1천만원 정도 되는데 3차 하청으로 가면 250만원 정도이다. 괜찮은 1차 하청은 어지간한 대기업 수준이지만 2차, 3차로 갈수록 하늘과 땅 차이다.


연봉도 차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안정성이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정말 나쁜 놈들이라고 생각하는데(그들 입장에서는 기업경영이라는 것이 그렇다고 하겠지만) 원래 경영이라는 것은 기회와 위험을 자신의 책임 하에 끌고 가는 거다. 많이 벌어도 내가 벌고 똥망해도 내가 망하는 거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기회는 내가 먹고 위험은 하청업체에 떠 넘긴다. 예를 들어서 직원을 뽑았는데 매출이 생각보다 덜 나온다. 위험요소이다. 이런 위험요소를 하청업체에 떠넘긴다. 여러 하청업체에 구두로 납품을 주겠다고 언약을 하고 그 하청업체에서는 그 납품을 수행하기 위해서 직원들을 뽑는다. 그러나 원청에서 자기들 계획보다 매출이 안 이루어진다면? 하청업체에 납품을 끊거나 줄이면 된다. 아주 간단하다. 그러면 하청업체에서는 뽑은 직원들을 짜른다. 당연하지 않나? 납품 받으려면 직원이 몇명이어야 된다고 해서 채용했는데 실제로는 납품을 안 준다고 하니 직원들을 짤라야지.


구두로 해놨으니 원청에서는 책임질 일도 없다. 계약서 썼나? 주문할 것 같다고 했지 주문서를 정식으로 썼어? 업계에서 매장당하고 싶어?


위험요소는 하청업체들에 떠넘기고 기회요소만 대기업에서 끌고 가니 몇조원 이익을 발생시키고 하는 거다.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귀족노조라고 하는데 구조적으로 저런 상황에서 현차직원들의 임금이 고임금이라고 깎아봤자 회사 이익만 늘어날 뿐이고 하청업체 직원들의 처우가 좋아지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왜 그 하청업체에 줘야 하는데 이유가 없지 않나? 하청업체들이 자기들에게 일감 달라고 몰려드는데 특정 하청업체 직원들의 처우가 좋아진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어차피 같은 회사원아니냐? 대한민국의 많은 회사들은 원청에서 납품을 받기 위한 요건충족용으로 직원들을 채용했다가 그게 파토나면 그냥 나가라고 한다. 원청에서 단가 후려치니 직원들은 계속 최저임금에 임금도 제때 받지 못한다. 사람을 채용하면 정부에서 지원금 준다고 하니 그 지원금 받아먹을 겸해서 뽑았을 수도 있다. 지원금 다 받고 나면? 다른 사람을 채용해서 지원금 또 받아야 하니 너는 나가라!!!가 된다. 2년 되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된다고 하니 딱 그 직전에 짤라낸다. 벼라별 핑계를 대면서...


잘 풀리고 똥망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대체로 연공이나 폴리텍이나 같은 것 아니냐라는 질문은 현대자동차 정규직이나 몇차 하청업체 직원이나 어처피 월급받는 직원인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요와 기본적으로 같은 맥락이다. 맞는 말이다. 물론 대통령과 9급 동사무소 직원도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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