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삽 [471209] · MS 2013 · 쪽지

2017-03-15 23: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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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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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처럼 보이는 이 희여멀건한 짐승은 필연 목줄로 묶여있기 때문 아닐런지 초점을 애써 잃어버리지 않은 채로 저 골목 너머를 하릴없이 바라보았는데, 본디 그것은 개가 지닌 본능에 가깝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행하여 몇몇 지나가는 행인도 쳐다보게 하였으며 개중에 몇몇은 야뭘그렇게쳐다보냐 라고, 개중에 몇몇은 에이씨부럴개새끼 라고 말 하며 툭툭 건드려보며 멸시하였음에도 진득하게 자신의 주인을 기다리는 것처럼 한 곳을 응시하곤 했다.2. 그 짐승은 또 두 발-발이라고 부르면 발이지만 기실 정확하게는 앞다리에 가까울 뿐더러 사람으로 따지면 손이라고 불리우는 두 신체기관-을가지런히 모으고 있었는데 마치 두 발을 앙 다물고 놓지 않은 모습이 진득진득한 연못 내지 늪이라 불리우는 웅덩이에 모여서 뻐득거리며 괴성을 질러대는 개구리의 그것과 매우 흡사해보여 언뜻보면 이 짐승이 개구리처럼 어디론가 왕왕 떠나고픈 마음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나를 천착하고 있었다.3. 필연 죽은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품고 가까이 다가가서 지켜보니 문득 내가 다가오는 것을 의식하였는지 나에게 고개를 돌려 목구멍을 열어 무엇인가 말하고픈 소리를 내뱉을 의식을 하기 시작하였는데 꽤나 긴 시간을 투자하여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할 때 입구멍을 뚫고 나온 것은 다름아닌 맑고 청명한 멍- 한 글자의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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