쩝쩝접 [591036] · MS 2015 · 쪽지

2017-01-16 23:05:54
조회수 478

(현대시) 풀 - 김수영 시인의 마지막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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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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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시인이 작고하기 직전에 내놓은 작품이다. 그는 이 시를 지은 이후 얼마 뒤에, 지나가던 좌석버스에 치이는 교통사고로 세상과 이별하고 말았다. 이후 시인의 무덤에 세워진 시비에는 이 <풀>이란 시가 육필로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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