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 시작편 - 날개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4717256
엄마는 너 밤새워 가면서 술 마시러 다니느냐, 놀러 다니느냐고 발악이다. 이것은 참 너무 억울하다.
재수생, 아니 이제 삼수생은 어안이 벙벙하여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엄마는 그야말로 나를 군입대시키려던 것이 아니냐고 소리를 한 번 꽥 질러 보고도 싶었으나, 그런 긴가민가한 소리를 섣불리 입밖에 내었다가는 무슨 화를 볼는지 알 수 없다.
차라리 억울하지만 잠자코 있는 것이 우선 상책인 듯시피 생각이 들길래, 삼수생은 이것은 또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지만 툭툭 털고 일어나서 내 바지 포켓 속에 남은 구겨진 지폐 몇 장을 가만히 꺼내서는 몰래 미닫이를 열고 살며시 문지방 밑에다 놓고 나서는, 삼수생은 그냥 줄달음박질을 쳐서 나와 버렸다.
여러번 자동차에 치일 뻔하면서 삼수생은 그래도 독서실로 찾아갔다. 너덜해진 기출문제집과 마주 앉아서 이 쓰디쓴 재수의 패배를 거두기 위하여 무엇으로나 공부를 하고 싶었다.
수능! 좋다. 그러나 독서실에 한 걸음 들여 놓았을 때 삼수생은 주머니에 돈이 한푼도 없는 것을 그것을 깜박 잊었던 것을 깨달았다. 또 아뜩하였다. 삼수생은 어디선가 그저 맥없이 머뭇머뭇하면 서 어쩔 줄을 모를 뿐이었다. 얼빠진 사람처럼 그저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면서…….
삼수생은 어디로 어디로 들입다 쏘다녔는지 하나도 모른다. 다만 몇시간 후에 삼수생이 관악산 정상에 있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거의 대낮이었다.
삼수생은 거기 아무 데나 주저앉아서 자라 온 스물 한 해를 회고하여 보았다. 몽롱한 기억 속에서는 이렇다는 아무 제목도 불거져 나오지 않았다.
삼수생은 또 자신에게 물어 보았다. 너는 인생에 무슨 욕심이 있느냐고, 그러나 있다고도 없다고 도 그런 대답은 하기가 싫었다. 삼수생은 거의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조차도 어려웠다.
허리를 굽혀서 나는 그저 서울대생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서울대생들은 참 잘들도 생겼다. 작은놈은 작은놈대로 큰놈은 큰놈대로 다 싱싱하니 보기 좋았다.
내려 비치는 오월 햇살에 어린 학생들은 PC방과 노래방에 자리잡았다. 재수생들은 연잠 고잠을 중고나라에서 구매해 대학생 흉내를 낸다. 삼수생은 이 재수생들 수효를 헤어 보기도 하면서 굽힌 허리를 좀처럼 펴지 않았다. 등이 따뜻하다.
삼수생은 또 오탁의 독서실을 내려다보았다. 거기서는 피곤한 생활이 똑 금붕어 지느러미처럼 흐늑흐늑 허우적거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끈적끈적한 줄에 엉켜서 헤어나지들을 못한다.
삼수생은 피로와 공복 때문에 무너져 들어가는 몸뚱이를 끌고 그 오탁의 독서실 속으로 섞여 가지 않는 수도 없다 생각하였다.
나서서 삼수생은 또 문득 생각하여 보았다. 이 발길이 지금 어디로 향하여 가는 것인가를…… 그때 내 눈앞에는 아까 했던 생각이 벼락처럼 내려 떨어졌다. 군입대.
우리들은 서로 오해하고 있느니라. 설마 엄마가 군입대신청서를 써 놨을까? 삼수생은 그것을 믿을 수는 없다, 엄마가 대체 그럴 까닭이 없을 것이니. 삼수생이 날밤을 새면서 놀기만 하였나? 정말이지 아니다.
삼수생과 엄마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인 것이다. 삼수생이나 엄마나 제 거동에 로직을 붙일 필요는 없다. 변해할 필요도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뚝거리면 서 세상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이 발길이 엄마에게로 돌아가야 옳은가 이것만은 분간하기가 좀 어려웠다. 가야하나? 그럼 어디로 가나?
이때 뚜우 하고 정오 사이렌이 울었다. 대학생들은 모두 네 활개를 펴고 독수리처럼 푸드덕거리는 것 같고 온갖 연대생과 고대생과 서울대생이 부글부글 끓고 수선을 떨고 하는 것 같은, 찰나! 그야말로 현란을 극한 정오다.
삼수생은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삼수생의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이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삼수생은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일어나 한 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나는 간다 관악으로!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공부 ㅇㅈ 2
-
위에는 답지내용인데요! 이 문제 상황에서 열평형 상태에 도달하는거랑 피스톤이...
-
난이도가 궁금...
-
?
-
막차지나간당 0
부지러냉
-
인생 한짤요약 3
SMOKEWEEDEVERYDAY
-
기말은 평행추세 가정으로 호머한다 치면
-
뮤지컬 보고싶음 0
근데 시간과 돈이 없어서 못감..
-
수학 퀘스트 0
-
다들 수고하셨어용 @_@
-
원점수 97 96 79 47 42인데 영어만 1로 올려도 지원 가능한 의대 되게...
-
본인 성적에서 영어 1이면 단국치 6칸이었음 지방 메디컬은 고신 부산빼곤 다 영어 1받아야됨
-
탈모 올까바 무섭다 ㄹㅇ로 아버지는 아직까지도 빽빽한 완전 건강 두피인데...
-
일단 당장 나부터 영2라 한의대 당한 케이스인데 영1이면 조선의 대가의(당시...
-
ㅋㅋㅋ안녕하세요들
-
어케함 양자택일 포기 ㄷ 멀리서 좋아하면서 바라보기만함
-
우리 형 고삼때까지만해도 인서울이랑 비비던 곳인데… 이제는 아주, 인하한테도 많이...
-
프솔 두번 풀고 다회독용으로 세번째 푸는 중입니다 진짜 123월 역학때문에 자살하고...
-
여러분은 혹시 ‘마라탕후루’ 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4
제목 만큼이나 충격적인 가사
-
대충 한급간 내려서 보면 됨?
-
요래 설정해뒀는데 게시글 알림이 계속 와요
-
근데 저는 혼자갈거임
-
1초도 빠지지않고 짝녀가 보고싶다
-
ㄹㅇ..
-
모자 뭐사지 1
추천좀
-
재건축 아파트 단지 내에 모 상가 점포들 입점 현황 아직 재건축 완료도 안했는데...
-
요즘 삶에 의욕이 없어서 수능 포기하고 수시 반수하고 싶은데 한다면 어디가 나을까요???
-
김동욱 일클 완! 미적 수분감 87 페이지까지 미적 개때잡 27 강까지 수1 뉴런...
-
“오늘 민희진 옷 정보 좀”… 역대급 기자회견, 품절 대란까지 불렀다 1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이 막말과 비속어 등으로...
-
정시ㅜ확통 1
지금 미적 언매 사탐하고있는데 미적을 하는데 너무 어려워서 확통으로 바꿀까하는데...
-
무슨 한달 식비를 쳐 가져가냐
-
맞팔하실분 6
없나요
-
지금 심정 3
모의고사 배포항 문항 공모 사이에서 하루에 수십번씩 고민 중
-
관심 받고싶어서 ㅇㅈ 14
공부하느라 너무 외로운데 관심좀
-
무무무무무물2...
-
안가람 레비테이트 n 1권에서 수12미적을 테마별로 나가는걸로 알고있는데 1권에서...
-
일단 간단한 내분 정리...
-
진짜 의문이네
-
테일러는 개 천재다 11
ㄹㅇ 테일러 급수<-신이 인간보고 답답해서 한마디 해준 느낌
-
bling bang bang born 불러보려고 했는데 첨부터 막힘
-
지금 내신휴강 한다음에 박종민 미적반 qed 합류하면 이미 진도 나간 수2는 따로...
-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요..
-
시험 시러시러
-
다른건 내 실력이 올라가면 비비기야 될것같지만 국어는 실력이 중요하긴한데 실력이 다는 아닐것가창여
-
현재 올오카 듣고 있는 학생입니다 시간상 빌런즈 tim 빼고 kbs랑 엡스키마만...
-
학원에서 인증코드 안알려줬는데 언젠가 알려주겠지..?
-
오랜만에 무물 2
고고
'재수생, 아니 이제 삼수생은' ㅠㅠ
지칭의 변화로 서술 객체의 상태가 달라짐을 암시한다
무진 기행으로 적으면 쩔겟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성격 : 고백적, 상징적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해제 : 닭의 날개와 같은, 날지 못하는 '날개의 자국'일지라도, sky를 향해 푸드덕거리겠다는 비상의 욕구를 다지는 삼수생의 심리가 표현되어 있다.
개굳ㅋㅋ 저도 현대소설 하나 택해서 패러디 해보고싶네요 대단하십니다
감사합니다ㅎ
웃프다
센스짱ㅋㅋㅋ 가자 관악으로!
좋아요 누르려고 로그인 했습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