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오는길 [462314]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16-10-28 12: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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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수생의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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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전반적으로 너무 각박하고,

나이 상관없이 힘든 사람들이 너무 많은듯 해서 걱정이다.


아이들은 부모님과 참스승이 아닌 학원(국영수)으로 양육되고 있고,

공부를 엄청 잘하거나 운 좋아서 수시로 괜찮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면

도태가 되어버리고... 가치관이나 인생의 철학에 대해 누구도 가르쳐준적이 없어서

남들 따라서 공무원 시험에 어쩔수없이 매달려야 한다...


나한테는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아니 22살까지도 대학이 절대적인 가치로 보여졌고,

어쩌다 질질 세월이 끌려서 여기까지 오니

"대학이 뭐 그렇게 가치가 크다고 그렇게 매달리냐"는 소리에 수긍은 해도

여기서 모든걸 접고 고졸 신분에 공장을 찾아들어간다는 생각도

현실적이지 않은 것 같다.


시험은 '수학' 같이 공부한 사람들은 좋은 점수를 분명히 받을 수 있고,

공부 안 한 사람들은 점수를 받을 수 없는... 그런 과목들로만 구성되어서

객관적인 실력을 평가하고, 원하는 대학에 못 가도 쉽게 승복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국어나 영어 같은 과목은

선천적인 능력을 꽤 반영하는데다가, 시험 당일날 컨디션이 점수를 많이 좌우하는지라

이게 과연 객관적인 시험이라고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

국어나 영어를 왠만큼 공부해놓은 지금에서는 사실 공부를 조금 더 하는거보다는

열심히 기도를 하는게 국어, 영어를 위한 진짜 대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뭔놈의 수시는 이렇게도 많고 요란한지... n수생의 입장에서 현실을 보고 있으면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어지럽다.

솔직히 이럴거면 수능이 왜 존재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최순실 딸이 부정입학 했다고 이대에서 난리쳐서 끌어내린거를 보고...

물론 옳은 결과인거는 맞지만, 수시가 이렇게 요란하고 많은 지금 현실에서

드러나지 않은 부정입학이 꽤 많지 싶어서 더 씁쓸했다...


그냥 이런거 저런거 손대지 말고, YS 때 수능 만들고나서 모든 수험생들을 수능 점수만으로

줄 세우기 했으면...그래도 세상이 지금보다는 좀 더 정의롭다고 생각이 들었을 거 같은데,

자꾸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거 같다.


국민 전체가 가치관과 인생관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고,

인심은 더욱 야박해지고...천박한 자본주의 속에서 상위 1%에 들지 못한

도태된 사람들의 한숨과 분노가 눈에 보일정도로 느껴져서

참 무섭고 걱정스럽다...


어른들은 그저 로또 1등을 바라면서 살아가고, 재테크에 무리하게 올인해보다가

많이 잃어버리면 자살을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힘든 사람들은 기댈 곳이 없어서

개독이라며 증오해왔던 기독교를 갑자기 맹신하며 '하나님...하나님...'

하고 있으니 교회의 숫자도 많이 늘어나는게 아닐까...싶은 생각이 든다.


어릴 때부터 이민을 생각해왔다.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고,

부조리한 사회 구조 속에서 사람들의 정신적 고통이 큰게 아닐까 늘 생각을 해왔었다.

다른 사람들이 '외국 나가보라고... 한국보다 잘 사는 나라 찾기 힘들다고'

그렇게 말해서 아...그런가...하면서 솔직히 이민 갈 능력도 없기에

우리나라에 잘 적응해서 살아야지... 다짐 했는데,

한살 한살 더 먹으면서... 옛날의 나의 판단이 옳았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휴대폰 터치 몇 번이면 30분 내로 먹을 수 있는 치킨 못 먹어도 좋고...

자주 외식 못 해도 좋고, 화려한 밤문화 못 즐겨도 좋으니...

그냥 경쟁이 조금 완화된 곳에서, 행복한 감정은 들지 못하더라도

스트레스라도 조금 덜 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 구조 속에서 살고싶다...


국민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다들 경악하고 있지만...

지극히 한국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해서 별로 놀랍지도 않고 무덤덤한 내 태도가

유별난건지 잘 모르겠다...

미치지 않고 이 사회에서 30대 40대 50대 60대...... 쭉 버텨서 살아가려면,

피가날 정도로 이 악물고 아침 저녁으로 '존버'를 외쳐야 하겠다...


휴... 주변에서 죽겠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자살 준비자들이 너무 많고... 실제로 자살한 사람들도 많이 봤다...

가끔씩 나오는 '자살' 기사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지만,

어찌 보면 자살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은 참 운이 좋은 사람 같다...

1년에 2만명 가까이 자살하는 현실에서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자살 기사에 등장했으니...

죽음의 순간에 조금이나마 덜 외로울 거 같다.


아...새벽의 감성적인 시간대도 아닌데 왜 이런 글을 쓰고 있는지...

다들 존버 하시길...ㅠㅠ

그리고 다들 이번 입시에서 좋은 결실 거두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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