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n [666487]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16-12-04 00: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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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글) 저는 여러분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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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적표가 나오면 인증하고 탈르비 하려고 했는데, 제가 그동안 가져왔던 신념에 어긋나는 것 같아서 이 글을 끝으로 그만하려 합니다.

 성적 발표일이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수능 당일만큼의 긴장은 아니지만,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결과를 받게 되든, 믿었던 노력에 배신당한 것 같은 결과를 받게 되든, 성적 발표일을 생각하면 다들 꽤 긴장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성적표를 받기 전에 여러분께 꼭 드리고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사실 이 말은 제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 제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들었던 말인데요,


 저는 여러분을 믿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많은 유혹들을 떨쳐내며 각자 나름대로의 혼신을 다한 여러분을 믿습니다.

 그렇기에 어떤 결과를 받게 되든 스스로를 변함없이 사랑해줄 여러분을 믿습니다.

 주변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리든 제 길을 잃지 않고 "저를 믿어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여러분을 믿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다섯 번의 수능을 치렀고, 언수외,선택형 영어, 선택형 국어를 모두 겪었습니다.

 고3 시절에는 6개월 넘게 공들였던 자기소개서를 제출할 기회조차 박탈당하기도 했었고, 이듬해에는 수능 100일을 앞두고 아버지가 천국에 가셨고, 원점수 1점 때문에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습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경우가 있을까 싶었지만, 작년에는 동점자 순위까지 가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나보다 더 아픈 사람을 본다고 해서 내 아픔이덜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일어나는 저를 보시며 한 줄기의 희망은품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자, 내가 해내는거 봤지? 그러니까 너희도 성공할 때까지 계속 도전해라", "20대의 1년은 너무나 소중하고, 인생에서 수능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결과에 순응해라" 따위의 말씀은 드리고싶지 않습니다. 각자 너무나도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조언을 가장한 "꼰대짓"은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든 저는 여러분을 믿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수능을 잘 봤기 때문에, 좋은 대학에 합격했기 때문에 더 소중하고, 수능을 망쳤기 때문에, 평소에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대학에 합격했기  때문에 덜 소중한 것이 아닙니다.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여러분은 살아서 숨쉬는 것 자체만으로도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입니다.

 여러분은 절대 미성숙하고 부족한 사람이 아닙니다. 이제 몇 주만 지나면 술을 드실 수도 있고, 내년에는 국가 최고 원수인 대통령을 본인 손으로 직접 뽑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의 순간일테고, 여러분은 그 길을 결정할 능력이 충분히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결과를 받게 되든, 주변에서 어떤 말을듣게 되든, 여러분 스스로가 생각하는 소신대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너무나 힘이 들 때, 제가 생각하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래도 이 땅에 내가 뭘 하든 믿고 응원해줄 사람 하나쯤은 있지 않겠냐"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저는 여러분이 어떤 선택을 하든 항상 믿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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